• 408일의 슬픈 굴뚝농성
    경찰, 내려오자마자 체포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치"
        2015년 07월 09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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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케미칼 해복투 차광호 대표가 8일 사상 최장기의 고공농성인 408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오자마자 경찰에 체포됐다. 9일 해복투에 따르면, 차 대표는 8일 농성해제 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차 대표는 지난 6일 사측과 ▲해고자 전원 고용승계 ▲노조활동 보장 ▲모든 소송취하를 합의하고 8일 오후 2시 마무리집회 후 굴뚝농성을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체포 의지를 밝혔다.

    경찰은 또한 직접 준비한 크레인에 차 대표를 내려 바로 체포해 경찰 호송차량에 태우고 경찰지정병원으로 이송하겠다고 밝혔고, 가족과 동료 중 선택된 7명 외에는 만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표는 오후 7시 40분에 체포돼 경찰 지정병원으로 호송, 약 1시간 동안 검진과정을 거친 후 오후 9시 20분 칠곡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차광호

    408일만에 굴뚝농성에서 내려오자마자 경찰에 체포되는 차광호 대표(사진=노동과세계)

    해복투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망갈 이유도 여건도 없다. 이런 그를 땅을 밟은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유치장에 감금됐다. 차광호 씨에게는 인권도, 건강할 권리도 주지 않은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해고노동자에 대한 공권력의 반인권적 행태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굴뚝 사람 차광호를 석방하라. 노동탄압 중단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최장기 굴뚝농성이고 ‘슬픈 신기록’이라니 그가 견뎌야했을 고초는 짐작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경찰은 당장 그를 체포하겠다고 달려들었다. 비인도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정은 정의당 대변인 또한 논평을 통해 “차광호를 꾸준하게 진료해 온 의사는 협심증, 잦은 어지럼증 등 여러 의심 증세가 있으므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경찰은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고 차광호씨를 유치장에 강제 입감시킨 것”이라며 “이는 전례에 없는 일로 반인권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문 대변인은 “경찰은 차광호씨를 해복투 측이 지정한 병원으로 즉각 이송하여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이라며 “또한 검찰은 차광호씨가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경우 치료 후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도 논평에서 “경찰은 달랑 30분동안 건강검진을 실시해 이상이 없다고 판정하고 경찰서에 입감시켰다. 408일을 30분으로 가늠할 수 있는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상실한 처사이자 의료행위까지 자신이 관장하겠다는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차광호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히고 있음에도 충분한 안정과 정밀검진 기회를 박탈하고 구금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반인권적 행위”라며 “사측과 경찰이 차광호씨의 장기농성을 해제하기 위해 만든 기획 작품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도 “408일동안 45m 위에서 홀로 버텨왔던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정이다. 무리한 법집행을 통해서 개인의 치유와 치료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며 “차광호 조합원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진단하고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이다. 처벌은 그 이후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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