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사퇴의 변 통해 뼈 있는 말 남겨
    “민주공화국의 가치 지키고 싶었다”… 누구로부터?
        2015년 07월 08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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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사퇴 권고를 결정한 것을 수용하고 사퇴키로 했다. 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통해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지명한 이후 13일만의 일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친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비난이 나오자 즉각 유 원내대표에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향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 유 원내대표가 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책임을 유 원내대표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다던 비박계 의원들 중 절반도 당청 관계를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당시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일부에선 유 원내대표 거취를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의총 말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중론인 것 같다’는 발언에 대해선 제지하지 않았고 친박계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사퇴가 결정됐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다수의 의견은 책임 여부를 떠나 이유를 막론하고 현 상태에서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세”라며 “지금 조해진 수석과 김희국 의원이 같이 배석한 자리에서 그런 뜻을 유 원내대표에게 잘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는 그 뜻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 결론이 나온 후 30분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미리 작성해놓은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우선 “저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크다”며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이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며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의총이 시작되기 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의총에서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을 다루는 것은 개콘(개그콘서트)같은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청와대 대화촉구 결의안을 주장하고 싶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반대,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아래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난 2월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총선 승리를 약속드리고 원내대표가 되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습니다.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 해주신 국민들, 당원 동지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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