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하라"
정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일방 강행
    2015년 07월 07일 05:37 오후

Print Friendly

대한민국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경북 영덕의 청정 해안가가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2.2%씩 증가한다고 보고, 원전을 2기 더 짓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신규 원전이 들어설 곳으로 삼척(대진 1·2호기) 또는 영덕(천지 3·4호기) 중 한 곳을 2018년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경상북도에만 무려 20개의 핵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이다.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는 믿음은 앞서 발생한 원전 사고들을 계기로 깨져버린 지 오래다. 독일의 탈핵 선언에서 보듯 탈핵은 세계적 흐름이고, 지방자치단체들도 하나 둘 원전과 석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심지어 국내에서도 탈핵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만 신규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 각계의 대표자들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덕 신규핵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선언을 했다. 2015년 하반기를 영덕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환경운동연합 박재묵 공동대표는 각계 발언을 통해 “탈핵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인류 사회의 과제”라며 “탈핵의 길은 짧지 않다.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원전을 억제하면 탈핵이 이뤄지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는 광범위한 일들이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확대하는 일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탈핵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안전을 위해선 노후 원전 폐쇄가 중요하지만 진짜 탈핵을 위해서 신규 핵발전소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조현철 신부도 “핵발전소는 세상의 질서, 창조질서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 파괴한다”며 “핵발전소 건설 계획, 건설 과정, 핵발전소의 일상적인 운영,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서 이는 너무나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 결과는 죽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핵발전소 사고는 노후 신규를 가리지 않는다. 스리마일아일랜드, 체르노빌 핵발전소 전부 새로 지은 핵발전소였다”며 “정부는 우리에게 죽음을 강요한 권한이 없다. 그런 정부는 정부로서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덕 지역 주민들은 이날 찬반 주민투표 청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영덕군의회 원자력특별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역 주민 58.8%가 원전 건설에 반대했고 65.7%가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바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신부는 “영덕 주민과 대화해야 한다. 대화 시발점은 영덕주민이 요구하는 주민투표가 돼야한다. 민주주의 사회 시민으로서 당연한 요구”라며 “정부와 영덕구는 주민투표 실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수용할 것으로 촉구했다.

영덕

영덕 핵발전소 백지화 선언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원전 싸고 안전하다면 수도권에 지어라”

원전이 싸고 안전하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주장대로 싸고 안전하다면 왜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핵발전소를 짓지 못하냐는 지적이다.

한살림 서울생협 박혜숙 이사장은 “수많은 원자력 전문가는 원전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런데 수도권에는 원전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안전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인간의 자만심, 이기심, 실수로 인해서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위험을 예방하고 예측하는 것이 과학만으로 다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며칠 전 밀양에 다녀왔다. 일반 농촌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간 중간에 우뚝 선 송전탑들이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농촌은 피폐했다”며 “도시민의 풍족한 생활을 위해 영덕이 제2의 밀양처럼 희생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지난 5일 전국 중앙운영위원회에서 2015년도 하반기 활동을 영덕 탈핵 집중으로결의문을 채택했다. 영덕을 탈핵 운동의 중심지로 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공론화해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 계획이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는 원전 13개 새로 짓겠다고 하는데 지자체는 원전과 석탄을 대체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각기 다른 대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 “지자체는 핵 마피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런 상황만 봐도 이번 7차는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 수 있다. 영덕에 핵발전소 2개 없애는 것쯤은 당연하고 지금 계획된 것들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경상북도를 생각하면 기가 찬다”며 “정부 계획대로 경북에만 핵발전소가 20개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나. 그런 의미에서 영덕 핵발전소 막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솟은 땅값, 보상 노린 펜션 건설도 우후죽순…공동체 붕괴도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핵발전소가 영덕에 왜 지어져야 하고 왜 건설돼야 하는지를 영덕 주민은 그 이유를 모른다. 어떤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동의하지도 않았다”며, 정부의 ‘날치기’ 수준의 전력수급계획을 비판했다.

군민연대는 “핵발전소든 뭐든 민주주의 실종이 문제의 중심”이라며 “민주주의 제대로 이뤄졌다면 거기 사는 주민들은 핵발전소에 대해 제대로 알았을 것이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결정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영덕에서는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청구 기자회견이 있다. 어떠한 공개적인 설명회가 없었기 때문에 늦더라도 이것을 받아들여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영덕 핵발전소를 지을지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지자체는 주민투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저희들은 민간 주도라도 주민투표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핵발전소 건설로 인한 자연파괴의 우려도 있다. 이 단체는 “영덕은 마지막 남은 경북 동해안의 보고”라며 “그 가운데에 핵발전소 지어지면 주민의 삶도 그렇고 도시에 계신 분들도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깨끗한 바다 구경하기 어렵게 된다”고 개탄했다.

영덕이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이 보도되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지역 주민은 땅이 필요해도 살 수가 없다. 반면 일부 자본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어 예정부지 인근에 펜션을 짓고 있다. 보상을 노린 것이다.

군민연대는 “영덕에서는 핵발전소가 지어지기도 전에 공동체 붕괴 일어나고 있다”며 “땅값이 너무 올라 현지인이 진짜 필요해서 땅을 사려고 해도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원전이 들어오면 땅값은 하루아침에 바닥을 칠 것. 이 모든 것을 누가 조장하는 것인가. 주민들이 이러한 상황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탈핵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영덕 주민과 공동행동 등 각계에서 영덕 신규 원전 백지화 논의 시작, 관련 서명 제안 ▲광역, 지역 단체들의 영덕 방문을 이끌어내 전국적으로 신규원전 백지화 논의 확대 ▲2016년 총선에서 각 후보들의 영덕 신규원전 백지화 공약 유도 등의 내용을 담은 ‘영덕핵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국민행동’을 제안했다.

녹색연합 사무처장이자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윤상훈 공동집행위원장은 “2015년도 상반기 주요한 목표가 노후 원전 폐쇄였다”며 “2015년 하반기부터는 신규원전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특히 영덕에 계획된 2기 혹은 4기가 될 신규원전 백지화를 위해 행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