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재의결 무산
새누리당 표결에 불참
19대 국회 종료 시 자동폐기
    2015년 07월 06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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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가 부쳐진 6일 본회의에 새누리당 의원의 표결 불참으로 끝내 자동폐기 처리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원내지도부는 표결이 시작되고 40여분간 새누리당 의원에 표결 참여를 읍소했지만 결국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격렬한 토론과 야당 의원들의 표결 참여 호소 후 전자 무기명 투표가 시작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표결이 시작되자마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여당 의원에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표결에는 최종적으로 의원 총 298명(새누리당 160명,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가운데 128명만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대통령 거부권 정당하나, 국회 업신여기며 고도의 정치적 개입”
황교안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 존중해… 정중하게 재의 요구한 것”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시작한 본회의에선 국회법 개정안 등에 대한 새정치연합, 정의당 의원들의 국무총리에 대한 질의와 날선 찬성토론이 이어졌다. 반대토론에 나선 것은 새누리당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뿐이었다.

본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는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낭독했다. 황 총리는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개정안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입법에 대한 법원의 심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또한 만약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집행과정에서 혼란과 갈등 야기되고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저해돼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 돌아갈 것으로 우려돼 부득이 재의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박범계·박수현·김관영 의원이 총리에 질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는 당연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거부권 행사 당시 국회 위에 군림하는 발언과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을 우회적으로 빼앗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박범계 의원은 “거부권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기 때문에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는 여야가 본회의에서 정족수 채워 소신에 따라 표결하면 된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대한 인식을 나타냈다”며 “배신의 정치 심판해 달라는 발언 등은 고도의 정치적 개입 행위라고 본다. 총리의 생각은 어떠한가”라며, 이 같이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인식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황 총리는 “국회법 위헌 여부가 쟁점인데, 그것이 집행되면 행정입법 어려워지기 때문에 우려의 말씀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법률적으로 볼 땐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재의 요구를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한 “정책과 법안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의 투표가 왜 비공개인 줄 아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서 국회의원들이 소신껏 표결할 수 없으니 비공개 비밀 투표라도 해서 소신을 밝히라는 뜻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은 무서운 것이고 무거운 것”이라며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정중하게 재의를 요구하면 될 것을 국회를 마치 발밑의 신하처럼 업신여겼다. 이것은 절대군주제나 가능하지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황 총리는 “대통령이 국회 존중하는 마음은 여전한 것으로 안다. 그런 측면에서 정중하게 재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회법1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공동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박근혜 법’이 재의에 부쳐진 현재의 국회법 개정안이 크게 다르지 않는데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야당은 향후 ‘박근혜 법’을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관영 의원도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냈다.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에 공동 서명한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과 상당히 다르다. 과거에 발의한 법안은 행정부의 재량권을 허용하는데 이번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1998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에 위반하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보다 당시 박 대통령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이 더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황 총리는 “과거 법은 ‘~할 수 있다’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행정부에 재량권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법안은 ‘요청받은 사안을 처리하여 결과를 보고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해석상 강제성 있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국회, 청와대 부속기관 아닌 국민의 직속기관임을 분명히 해야”
정의당 김제남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
새누리당에선 ‘친박’ 이정현만 반대토론 나서

질의가 끝난 후 격렬한 반대토론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모법을 위반하는 시행령 남용으로 인해 국회법 개정안이 논의된 것이라며 그 배경에 대해 강조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권위적 태도를 비판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에 표결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찬성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의원 211명 찬성으로 국회법 통과한 지 겨우 38일째다. 새누리당은 38일 만에 사람들이 이렇게 달라졌나”라며 “국회법 개정안이 뭐가 문제인가. 모법을 침해할 때 국회가 수정변경 요청을 하는 것이 문제인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보고 하는 게 문제인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데 국회가 이 정도 권한도 없나”라며 시행령 남용으로 인한 폐해 사례인 4대강 사업, 세월호 특별법 등을 언급했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재석의원 244명 가운데 211명의 찬성으로 개정안 통과했다. 이 자리에 있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포함 95명 여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불과 38일 전의 일”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다면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표결에 참여해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 권한 행사해야 한다. 국회가 청와대의 부속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직속기관임을 분명히 해야한다”며 여당 의원의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여당 의원에 찬성 표결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무소불위 시행령을 통해 월권적 행위를 막고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이 자리는 국회의 존엄을 다시금 세우고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바로잡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은 이번 재의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적절한 대응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거부한다고 국민의 뜻을 버리는 비겁한 배신의 정치를 하지 않길 촉구한다”며 “만약 국회법 개정안을 무산시킨다면 다수당의 횡포이며,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다.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포기 하지 말아 달라. 새누리당, 재의결 꼭 참여 해달라”고 피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한마디로 자가당착 이율배반”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왜 관피아 편에 서 계시나. 왜 패권정치를 하려고 하나. 대통령이 서있어야 할 곳은 관피아 편이 아니라 국민의 편이고 국회 편이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유일하게 반대 토론에 나선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황교안 총리가 낭독한 의견서와 흡사한 주장을 펼쳤다. 국회에 행정입법을 재개정하는 심사권이 없고, 법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우리 헌법에는 75조와 95조에 명시적으로 행정부에 행정 입법을 할 수 있도록 권한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는 행정입법을 재개정할 수 있도록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로 하여금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국정 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하게끔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법으로 야당은 강제성 있다고 했고 여당은 없다고 했다. 의장은 강제성이 약간 있다고 했다. 한 법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런 법을 넘겨줬을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야당들 표결 참여 호소했지만…새누리당 전원 표결 불참
19대 국회 종료 시 자동폐기

이 원내대표는 “기권해도 좋고, 반대해도 좋으니 표결에만 참여해달라”는 읍소에 가까운 설득에 나섰다.

오후 4시 17분 경 정의화 국회의장은 5분 내로 투표를 마쳐달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단상까지 올라가 “노력하겠다.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믿음이 있다. 독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후 4시 32분 경 까지도 표결에 참석한 의원이 재적의원 과반수인 150명이 되지 않자, 정 의장은 “참담하다. 이런 상황은 초유의 일”이라며 “거의 55분간 투표시간을 드렸지만 오늘 본회의장 투표소에 상단 명패수를 보면 128인에 그쳐서 재적 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판단컨대 더 이상 기다려도 재적의원 과반수 충족 어렵다. 따라서 의결에 필요한 과반수 출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여야 합의로 이룬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종료 시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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