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 임금체불 사업주 벌금 70만원
[나의 현장] 지능적 악덕 사업주 제대로 징벌하지 못하는 사회
    2012년 07월 19일 06: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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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70만원. 검찰로부터 피고소인을 약식기소한다는 우편을 받았다. 의뢰인들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 체불임금을 받을 가능성은 이젠 완전히 사라졌다. 벌금 수백만원이 나오면야 사업주가 잠깐 고민이라도 해보겠지만, 70만원으로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노동부로부터 체불금품 확인서를 받아냈으니 의뢰인들은 법률구조공단을 통해서 무료로 소송을 하게 될 것이고 승소 판결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뿐이다. 개인 재산을 다 처분한 사업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는 해고사건이었다. 출산을 앞두고 퇴직을 고민하던 의뢰인에게 사업주는 법정퇴직금액의 절반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고 이를 거부하자 사업주는 폭언을 퍼붓고는 그를 해고했다.

법정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며 동료 직원들을 선동했다는 것도 해고 이유 중 하나.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았고, 미운털이 박힌 그와 또 다른 동료 한명은 결국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하고 고소까지 했지만 결론은 벌금 70만원.

해고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 사업주의 원직복직 명령 – 사업장 폐쇄 –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판정 – 노동부 임금체불 진정 – 사업주 해외 출국 – 진정에서 고소로 전환 – 벌금 70만원

검찰청에서 결정한 70만원 벌금통지서

6개월간 씨름했지만 받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업주는 노동위원회도 노동부도 단 한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이 사업주가 귀국한 것을 확인하고 집까지 찾아가서 진술을 받아낸 것이 전부.

사업장이 폐쇄되면서 애꿎은 다른 동료 직원들만 직장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사업주는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것이고 금번의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효율적으로 경영을 할 것이다. 동료 사업주와 노하우도 공유하고.

이렇듯 지능적 해고․체불 사업자에 맞서서 싸우기란 쉽지 않다. 무기가 있긴 하지만 성능이 형편없다. 폭언과 모욕을 받고 해고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면 사업주는 전략적으로 복직명령을 내리고,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데다가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대리인의 설득에도 노동자는 복직을 거부한다.

그리고 복직 거부와 같은 불리한 요소가 참작되어 구제신청은 기각된다. 노동위원회에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해도 금전보상은 원직복직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사건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다.

해고가 권고사직 또는 자진퇴사로 둔갑된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외에도 노동위원회에서 복직 판정을 내리자 일단 복직을 시킨 뒤 재심 청구를 해두고 집단 괴롭힘과 같은 보복행위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체불사건도 사업주가 지능적으로 버티면 방법이 없다. 2011년에 임금체불로 구속된 사업주는 총 13명.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나, 대부분 체불액의 10~15%의 벌금으로 약식기소될 뿐이어서, 강제력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

 * 해고된 경우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예고 없이 즉시 해고되었을 때는 노동부에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사유로 진정하거나 고소를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소송보다는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얻을 수 있어 많은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구제방안이나, 다툼이 첨예한 경우에는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총5심)까지 분쟁이 이어질 수 있는 단점도 갖고 있다.
강제력이 약한 것도 단점인데, 구제명령 불응 시 사업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여 이를 보완하고 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한 후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사업주가 전략적으로 원직복직 명령을 내려 기각 판정을 유도하는 이 기사에서 언급한 사건은 사실 드물다. 상당수 사건은 노동위원회 밖에서 당사자간 합의하여 취하하거나 노동위원회 내에서 화해조서를 작성하여 종결된다. 아니면 통상적인 공방을 주고받다 최종 판정을 받게 된다.
2011년 12월 기준으로 처리가 완료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9,845건 중 일부라도 인정된 사건이 1,019건(10.4%), 기각 또는 각하된 사건이 2,270건(23.1%), 취하된 사건이 3,095건(31.4%), 화해(합의)가 이루어진 사건이 3,461건(35.2%)이다. 취하된 사건 중에는 신청인 스스로 포기한 사건도 많지만, 노동위원회 밖에서 합의를 한 후 취하된 사건도 상당수 있다.
기각 또는 각하된 사건의 비중(23.1%)이 의외로 크지 않지만, 구제신청을 인정한 사건 또한 10% 정도에 불과해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면, 이런 악덕 사업주를 뿌리 뽑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우선 노동부의 근로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신고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근로감독관이 신고사건 처리 외에 현장조사 등의 감독업무를 실행할 여력이 있을까.

체불사업장의 대부분이 수 명에서 수십 명의 소규모 사업장으로서 그 수도 많고 사업장별 사정도 각기 다르기에, 대규모 인력충원과 예산 확보, 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양형의 강화인데, 예방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사후적 제재의 성격을 갖는데다가 결과적으로 국가형벌권을 강화하는 것인데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현 조건에서는 노동부나 검찰이 악덕 사업주를 제대로 분별할 능력도 부족하니, 지불능력 없는 소규모 영세 사업자의 고통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고․체불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노동관계 법령을 위반해도 사업주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 강화는 답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업주가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어떤가.

직접적으로 사업주가 채용을 못하게 하는 것 보다는 구직자들이 알아서 해고․체불 전력이 있는 사업주를 피해가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구직자(예를 들어 면접한 사실이 확인된)에 한해 특정 사업자의 해고․체불 전력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된다.

구직자는 상습적 해고․체불 사업주를 골라 취업할 수 있고, 건전한 노동관을 갖고 있는 사업주는 능력있는 노동자를 채용할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된다. 해고․체불 경력 때문에 직원 채용에 곤란함을 겪어본 사업주는 직원을 해고할 사정이 생기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후 결정할 것이고, 임금은 급전을 당겨서라도 우선 지급하는 식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남의 개인 정보를 이렇게 막 열람할 수 있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구직자가 입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사업주에게 보여주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업무능력과 관련된 자료 외에도, 성장과정과 가족관계는 기본이요 취미생활과 상벌사항까지 다 넘겨준다. 엑스선 촬영도 하고 피까지 뽑아가며 건강함을 증명하고, 합숙면접 가서는 오장육부를 다 드러내 보여준다.

이렇게 주는 건 많은데, 받는 건 얼마나 되는가. 가장 기본적인 임금, 근로시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곳도 있다. 심지어 이름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자신의 월급이 얼마인지를 통장 내역을 보고 나서야 아는 경우도 있다.

사업주의 취미생활, 가족관계와 인생역정은 나중에 알려줘도 되고, 흉부 엑스선 필름 따윈 안 봐도 상관없으니, 안심하고 일 할 수 있게 혹시나 내가 근로기준법 위반 전력자에게 고용되는 것은 아닌지만 국가가 알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아… 그러나 위험한 생각이다. 사업주는 이제 구직자들의 범죄이력도 내놔라 할지 모른다. 차라리 사업주가 요구하는 정보를 제한하자고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제길, 벌금 70만원에 동그라미가 딱 하나만 더 그려져 있으면 이 사건은 딱인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하루다.

* 정부가 오는 8월 2일부터 상습 체불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명단 공개의 요건이 엄격하다. 3년 이내 임금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어야 하고 1년 이내 체불액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가 대상이며, 폐업한 경우는 예외사유가 된다.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체불액은 보통 수십만원에서 많아야 수백만원인 수준이고, 여러 명이 체불되어도 3천만원을 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노동부에서는 대상자가 500~600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임금체불 진정 건수만 연간 20만건에 달하고 있고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도 5만건이 넘는 현실에서 이와 같은 명단 공개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자소개
노무사. 노무법인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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