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공공의료 끝내 외면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기공식 가져
    주민투표는 예산 이유 거부, 변경공사는 161억원 지원
        2015년 07월 03일 06: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일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용도 변경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기공식을 진행했다.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해 “도민의 건강권을 짓밟는 폭력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진주의료원을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사용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기공식을 시작했다. 기공식에는 2000여명의 축하객들이 참가하고 10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된다. 이 자리에는 같은 당인 김재경·박대출 의원도 초정 받지 못했다. 이들도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자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1910년에 문을 연 진주의료원은 장애인치과, 장애인산부인과, 호스피스병동 운영, 취약계층 진료 등 공공병원 역할을 해왔다. 2009년 신종플루 창궐 당시에도 거점치료기관으로 지정돼 5개월 간 무려 1만 2천여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필요성이 대두된 격리음압병실도 갖추고 있었다.

    2013년 5월, 홍 지사는 누적된 적자를 이유로 강제 폐업을 결정했다. 이에 국회는 2013년 국정조사를 통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권고했지만 경남도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도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주민투표에 부치자고 했지만 홍 지사는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데에 드는 예산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반면 홍 지사는 161억 원의 예산을 이 공사에 투입했다.

    노조는 지난 6개월간 주민투표 청구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주민투표 실시요건인 경남도민 유권자의 1/20인 약 14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현재 서류 심사를 거치기 위한 서명 분류 작업 중에 있다. 이 같은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경남도는 서부청사 착공식을 강행한 것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주민투표법과 지방자치법 위반 사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홍 지사를 비롯한 경남도에서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온 국민이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와중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공공병원을 역사의 무덤 속에 완전히 묻어버리기 위해 축하공연을 펼치고 축포를 쏘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허술한 방역체계를 튼튼히 구축해야 할 시기에 공공병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161억 원의 예산을 탕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기공식은 우리나라 공공의료역사에 가장 뼈아픈 실책의 상징이 될 것이고 오늘 쏘아올리는 기공식 축포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불통 도정의 징표로 기록될 것”이라며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은 공공의료를 파괴한 부당한 권력행사이고 경남도민의 건강권을 짓밟는 폭력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14만 경남도민의 서명을 바탕으로 주민투표 청구절차를 밟아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독재행정을 일삼고 있는 홍준표 도지사의 도지사 권한을 박탈하기 위한 주민소환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며 단식 투쟁까지 나섰던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냈다. 김 의원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공공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공공의료의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착공식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진주의료원이 폐업되지 않았다면, 사천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20km 떨어진 진주의료원을 놔두고 120km나 떨어진 양산 부산대병원까지 가서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또한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또다른 전염병 확산 사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고, 진주의료원은 다시 재개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국본은 “주민투표 실시 요건이 갖춰졌는데도 공람기간과 심사기간도 지키지 않고 서부청사 착공식을 강행하는 것은 홍준표 도지사의 도를 넘는 과욕이자 반민주적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며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홍준표 도지사가 자신의 정치에 대한 반성은커녕, 민의를 배반하며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끝은 파탄으로 향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