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의 진화 필요"
    시민의 눈높이로 새로운 진보를
    [인터뷰-4] 정의당 대표 후보 노항래
        2015년 07월 02일 10:5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시민의 눈높이로 새로운 진보를 만들겠다’는 정의당 당대표 후보 기호 2번 노항래 후보를 6월 30일 오전 10시 여의도 그의 사무실에 만났다. 노회찬, 심상정 그리고 조성주 후보와도 결이 조금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다. 다른 시각들의 공존이라는 점을 분명히 느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인터뷰가 정의당 대표 후보들의 릴레이 인터뷰의 마지막이다. 다들 나름의 색깔과 향기가 있는 후보들과의 만남이었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

    정종권 : 대표 출마를 결심한 배경과 출마 또는 당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노항래 :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친숙하고 좋은 정당, 정치인의 욕심 때문에 분열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의당이 그런 당이 됐으면 좋겠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이라는 것은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주체이고, 역동적인 개념이다. 한국사회에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의 시민참여형 정당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력으론 개혁국민정당, 열린우리당, 국민참여당을 거쳐서 지금 정의당이 와있는데 그런 정당에 대한 꿈을 가지고 가능성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다.

    천호선 집행부 때 정의당의 진화, 혁신을 지속해왔고 이 혁신을 더 굳세게 밀고 나가자는 것이 출마 동기다. 일부 당원 사이에선 혁신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있어 출마를 권하기도 했다. 그 꿈을 위해 당을 이끌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문제의식이 있어서 출마하게 됐다.

    정종권 : 혁신의 후퇴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측면에 대한 이야기인가.

    노항래 : 최근 진보재편과 관련된 문제다. 저는 정의당 밖 다양한 세력과 힘을 합치는 4자 통합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세력 규합은 과거 연고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의당이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혁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세력 규합이어야 하는데, 진보 운동권이었다는 인적 연고에 의해 세력이 모아진다면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고, 그런 우려가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정종권 : 출사표 등에서 ‘야권의 혁신’, ‘진보의 진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진보정당 등이 포괄되는 범야권 혁신의 핵심과제는 무엇인가. 또 진보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출사표에서 ‘잘 싸우는 운동권이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수권정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진보정치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진보)운동”이라는 것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 사이에 경계와 장벽을 치는 거 아닌가. 더 직설적으로는 진보는 믿고 맡길 수 없는 세력이라는 인식이 깔린 거 아닌가.

    노항래 : 정치와 대중운동은 영역이 다르다. 대중운동단체와 정당 간에는 명백한 긴장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 긴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상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긴장을 무너뜨린 것이 소위 ‘배타적 지지’ 방침이다. 제가 민주노총에 있을 때 배타적 지지 방침 반대했다. 노조와 정당 모두를 망친다고 했다. 정당은 민주노총의 당이 아니어야 한다.

    저는 민주노동당의 비판적 지지자였다. 2008년까지 열린우리당 당직자를 하면서도 계속 후원했었다. 비판적 지지의 핵심이 바로 민주노총과의 조직적 연계, 배타적 지지 방침인데 이는 결코 정당이 취할 방침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타적 지지 방침이) 왜곡된 분단 냉전 구조 하에서 진보정치를 출발시켰던 추진력으로서의 의미는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로켓이 발사되면 발사체가 떨어져야 로켓이 전진해나가듯이 당의 발전을 위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조합원들이 이해관계의 동일성 때문에 노조를 결성하고 하는 것인데 그 조합원의 정치적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배타적 지지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떤 노동운동사에 그런 역사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게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운동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대중운동은 조합적 이해관계에 충실하면서 그것이 사회보편적인 진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나가는 것이라면, 정당은 처음부터 약한 자의 대변자가 돼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기본적으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다. 노동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이면서도 자본가들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살피지 않으면 그건 정당이 아니라고 본다.

    정종권 : 진보정치가 변화해야 하는 한 지점으로써 진보정당이 민주노총 등에 종속돼 있거나 배타적 지지라는 동의하기 힘든 방침을 극복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다.

    노항래 :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이 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에 진보정치 역시도 국민을 통합시키는 정당의 면모를 실현해야 하고 구체적 정책이나 정치 행위들을 준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권 전체가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이명박-박근혜 정권처럼 무능하고 부패하고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정치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야권을 믿을 만한 대안 세력으로 보지 않는 다. 야권이 국민 전체를 통합하면서 나라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비전과 책임의식 있는가를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진보정당뿐만이 아니고 새정치연합이 지리멸렬인 것도 같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야권의 혁신 중 하나는 야권 전체가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수권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고 이 점에서 진보정치도 다르지 않다.

    노1

    노항래 후보(사진=유하라)

    수권세력을 지향하려면 “책임감”을 가진 진보가 되어야

    정종권 : 수권세력으로서의 면모라는 말은 다소 추상적으로 들린다. 그 수권세력으로서의 면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

    노항래 :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조정을 두고 여야가 합의하고 청와대가 브로킹을 했는데 청와대가 명백히 의회권력을 부정하고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일반원리를 거부하는 행태였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이 들고 나설 핵심적인 공격 포인트는 야권은 무책임한 세력이라는 것일 거다. 이들은 ‘야권은 복지를 주장하지만 복지를 할 재정 대책은 없는 사람들이다. 보험료 1%만 올리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까지 보장될 수 있다는 혹세무민한 세력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야권은 여러 정책 의제들에서 책임 있게 말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야권 전체가 그런 점에서 책임이라는 것에서 자신의 정책, 행위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진보세력 역시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종권 : 다시 이전 질문으로 돌아가겠다. 대중단체, 대중운동과 정당, 정치는 차이와 긴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배타적 지지 방침과 같은 것이 반복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세력, 정당과 정치는 대중운동, 대중정치와는 달라야 한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대중운동과 대중정치는 밑고 맡길 수 있는 세력이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노항래 : 야권의 혁신은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얘길 길게 했는데 진보세력 역시도 다르지 않다.

    과거 70~90년대 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멘탈리티와 연고 등 이런 것들이 진보의 인적 자산이었다. “운동권”이라는 말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국민으로부터 구별 짓기 위해 부정적으로 시작된 용어인데, 지나다 보니까 상당한 명예와 권위까지 얻게 됐다. 그러면서 과거 운동권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치세력이 진보정당이라고 인식되기도 했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가 갖는 초기의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명백히 폐쇄적인 집단이고 시민들에게 닫혀버리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보는 그랬다고 본다. 그러한 운동권의 독특한 폐쇄성을 벗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시민들이 진보정당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하고 시민들의 더 넓은 참여를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의 진보는 진보가 과거 가지고 있던 경험, 인적 네트워크부터 스스로 쇄신하면서 시민들에게 편안한 정당으로 자기 발전해나가야 한다. 이게 진보의 진보다.

    정종권 : 야권단일대오를 통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의 전략적 야권연대를 주장하는데 새정치연합은 현재로서 진보와의 야권연대를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야권연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런 조건(새정치연합의 야권연대 부정) 등을 고려한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나.

    노항래 : 한국 정치지형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다음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나 다른 야당들과 전략적으로 연대해야 하는 것은 필지의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보의 가치를 대중화하고 현실 정치에서 힘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인 야권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은 130명의 국회의원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원외 지구당위원장 등의 인적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당이다. 수십만 당원의 명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당원 명부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당원이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정치자영업자라고 폄훼되는 사람들의 정당인데 이 정당이 혁신한다는 것은 뭘까. 그 혁신은 시민들을 존중하는 거다.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 자영업자와 같은 행태를 벗고 사회 공익적 목적에 충실하고 시민들을 존중하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혁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정치연합의 혁신의 핵심은 정의당과 같은 당을 존중하고 정의당과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결정은 새정치연합의 몫이다. 연대가 되면 총선을 함께 돌파하는 것이고 안 되면 우리는 우리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야권연대가 되지 않을 경우) 정의당의 총선전략은, 2기 지도부와 3기 지도부는 물론 우리당의 인적자원을 총동원해서 실제로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후보를 엄선하고, 그 후보들이 당의 보호 아래 총선국면을 돌파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지역에 후보를 내자는 것이 아니고 10% 이상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지역구 후보들이 당의 보호 아래 돌파해나가야 한다.

    비례대표는 정의당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명망 있는 당 밖의 인물을 공천해서 10번 까지 다 외부인사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정의당과 함께 일할 이름 있는 사람 10명을 영입하자는 거다. 그래서 총선이 시민들과의 친화성을 더욱 높여내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의당은 올 연말까지 시민들의 정의당 입당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연말까지는 5만 명 이상의 당원이 이 당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노유진 정치카페’가 전국순회를 하고, 당 지도부가 캠핑카를 타고 전국 돌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당, 정의당 가자!’이런 구호로 입당 러시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욕을 북돋고 그것이 정의당으로 수렴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총선 돌파해야 한다.

    진보는 진화하고 진보해야

    정종권 : “현대적 대중정당”이라는 말과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말은 조금은 엇나가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는 것 같다. 현대 정당, 대중 정당, 진보 정당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모색한다고 할 때 정의당을 포함한 한국의 정당들이 변화하거나 채워져야 할 지점들은 무엇인가.

    노항래 : 정의당은 어느 정당보다 가장 진화한 정당이다. 정당 본연의 형식과 내용을 갖춰가고 있는 정당이다.

    다만 현대적 진보정당은, 20세기 유럽 사민주의 진보정당들이 세기말에 이어진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하면서 과거의 당원 중심 정당에서 (외부 개방적) 네트워크형으로 대부분 진화를 이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조와의 전략적 동력은 약해졌지만 대신 일반시민들과의 친화성이 높아졌다. 당 내 소통 구조, 의사결정 구조도 현대적인 수단과 내용으로 변화했다.

    기술적 발전을 수용하면서 과거의 진보정당들이 진화한 최근의 세계적 흐름을 우리도 함께 해야 한다. 정의당이 진성당원제, 당원이 주인인 당을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자랑거리임에도 틀림없지만 그런 것 때문에 우리당이 시민사회로부터의 폐쇄성을 보여선 안 된다. 또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 관행을 벗고 시민주체, 시민이 주인인 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이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우리 사회의 비전 담지한 사람들이다’라는 문제 의식으로 당이 혁신해야 한다. 그게 현대적인 진보정당에 대한 문제의식이고, 그러려면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의 개방적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종권 : 네트워크형 등 정당의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런 외형적 변화를 강조했던 영국 블레어의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의 경우 정책이나 내용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사회민주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변질시켜 갔던 것은 아닌가?

    노항래 : 질문자의 시각과 같은 사민주의 좌파적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정치지형, 한국의 진보정당에서는 영국의 기든스, 블레어의 제3의 길과 같은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정종권 : “실현 가능한 경제-노동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실현가능성’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거 같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적인 목표나 구호성 주장들은 책임 있는 공당의 정책이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적으로 묻고 싶다. 과거 노항래 후보도 일정하게 관여했던 참여정부의 ‘비정규직법’이 그런 책임 있고 실현가능한 정책 같은 것인가.

    노항래 : 저는 결코 제가 과거에 취했던 입장, 견해, 경험을 옹호하기 위해 주장하지 않는다. 과거는 돌아보면 아쉽기도 하다.

    다만 비정규법에 대해서 당시 진보정당들이 취했던 입장이 지금에 와서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다, 악법’이라고 주장했었다. 알다시피 비정규직은 IMF 이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늘었다. 2004년 이후엔 비정규직이 늘지 않았다. 특히 비정규직 입법 이후에 비정규직은 줄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가 없던 시장에 비정규직과 관련된 기간제한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도입하는 한 비정규직은 줄게 돼있고 그런 입법적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 다만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차별을 시정하고 분절화 경향을 완화하는데 얼마나 그 법이 기능했는 지에 대해선 입법적 한계를 따져야 한다. 또 그 법을 시행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들의 문제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아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해선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에 사용사유 제한과 똑같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입법 밑에 있는 정부대책으로 만들었었다. 그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또 가장 아쉬운 것은 파견 간접 고용에서 과거에 있었던 고용의제 조항이 의무 조항으로 후퇴했다. 비정규직법에서 유일하게 잘못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노2

    ‘노동자’와 ‘시민’

    정종권 : 노항래 후보의 출마의 변 등에서 보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과 관련한 약속이 좀 약한 거 같다. 정의당은 누구를 기반으로 하고 누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가장 큰 취약점의 하나가 조직된 노동이든, 미조직된 노동이든 일하는 노동대중의 지지가 약하다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동자 밀집지역이라는 울산과 경남에서는 정의당의 정당지지율이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약체라고 평가되던 노동당보다도 낮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노항래 : 자기 당의 토대인 특정 계층을 호명하는데서 매우 정교해야 하고 특정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진보정당이, 더 넓게는 운동세력이 노동자, 농민이라고 말할 때 말하는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 노동자 농민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런 개념을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는 벽을 치는 것이다.

    우리당의 기반은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농민이 그러하듯 시민은 그 자체로 움직이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국민집단을 시민이라고 하고 공동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시민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주체적이고 역동적 개념이다. 그 시민들 속에 이 당을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고, 그 시민은 노동자, 약자, 청년을 다 포괄하는 것이다. 저는 유세에 나가 ‘시민에 기반한 당이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청년들의 현실에 눈을 감는 당이겠는가’라고 말한다. 이는 비정규직과 청년을 포괄해서 끌어안고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시민집단을 당의 기반으로 하자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이라는 과거에 쓰인 특정 계층에 대한 말을 시민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면 좋은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즉 특정 계층을 포괄하면서 시민이 가장 좋은 개념이고, 오히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노동자라는 말을 정당의 언어로 사용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것 같다. 시민이라는 말의 강점도 있지만, 노동자 농민으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호명에 더 익숙한 측면도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항래 : 노동자로서의 호명보다는 시민으로서의 호명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이 담겨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다.

    정종권 : 민주노총 소속 연맹의 간부를 맡기도 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운동과 정부의 노동 관련 일을 하면서, 각각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한국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의견과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항래 : 우리 운동이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 90년대에 비해 최근 민주노총에 운동의 역동성이 있는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이 분절화하고 분단된 노동시장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본연의 자기 역할을 찾아내서 역동성이 있는 대중운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운동 내 갈라치기, 서로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배타하고 분열하는 것 또한 통렬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와 관련해서 과거의 한국노총과 같은 관제화하고 권력의 노동 통제 수단으로 작용했던 어용노조는 이제 기능하지 않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 속에서 현재의 노동전선이 분열돼 있는 자체도 대중운동의 역동성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통합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더 큰 노조, 더 제도화된 노조가 돼야 한다. 90년대 이후에 민주노총의 여러 가지 실패 중 하나는 노동조합을 제도화시키는 것에 실패한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담지자로서 노조의 지위를 제대로 실현해내지 못했다. 권력이 민주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뿐만 아니고, 운동이 제도권 밖으로 달리기만 한 것도 한 요인이다.

    정종권 : 운동의 제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니, 그게 노동계의 잘못이었는지에 대해서 좀 다른 생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가장 의아했던 것 중의 하나가 특정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서 불균형했다는 점이다. 즉 그 10년 동안 여성계와 문화계를 살펴보면, 그 이전 자유당 때부터 기득권을 누려왔던 세력이 몰락하고 어느 정도 민주화세력으로의 권력, 지형 교체가 이뤄졌다. 예를 들면 여협에서 여연으로, 예총에서 민예총으로 등. 그런데 그보다 훨씬 강한 민주화운동의 기반이 존재했던 노동계와 교육계(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에서는 정권이 오히려 그 과거의 기득권 세력(한국노총과 교총)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지형의 변화를 오히려 가로막았던 거 아닌가?

    노항래 : 아픈 지적이고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지형 변화는 있었다. 정권이 계획해서 추진한 것은 아니고 전교조나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은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며 확장됐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권력으로의 제도화가 지체됐다는 점이다. 그것을 우리가 해내자는 것이다.

    정종권 : 노회찬·심상정 후보는 나름 자신의 진보정치 경험을 기반으로 강한 정의당을 강조하고 있고, 조성주 후보는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로 2세대 대표 진보정치인을 표방하고 있다. 이들과 다른 노항래 후보의 강점은 무엇인가.

    노항래 : 진보정치의 혁신해야 할 방향을 가장 일관성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노항래다. 개인적인 강점으로는 열린우리당 때 당 정책실장도 했고 당·정·청 회의의 실무책임자도 해봤다. 그런 국정운영에 참여해본 경험은 장점이라고 본다. 당·정·청 실무회의 책임자를 할 때 신문을 매일 무한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봤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감당해나가야 할까 고민하며 실무책임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집권세력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제가 운동진영 내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시민의 눈으로 볼 때에는 대한민국 진보의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탐욕스러운 보수와 겨루고 비판하고 바로잡는 한편으로 전통적인 진보세력이 무책임했던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그걸 바로잡는 그런 진보 인사가 되고 싶다.

    정종권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노항래 : 한 가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진보재편과 관련해서 과거로 퇴행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거 진보정치를 일궈왔던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시민들 속에 같이 가자는 뜻이다. 세력을 넓히고 그런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지향적이거나 낡은 버전이 아닌 미래지향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대표가 되면 아마 정의당에 가장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