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
    "산재 입증 노동자 책임"
    산재보상보험법 37조 '합헌' 결정
        2015년 07월 01일 03:4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헌법재판소가 업무상 재해를 노동자가 입증하도록 한 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산재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입증이 쉽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노동자가 사망했을 시 유족이 재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아 산재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업무상 질병의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부담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 2호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헌재는 “근로자 측에 입증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입증책임을 면해주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생활보호가 필요한 근로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대법원도 입증책임이 근로자측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통상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입증하는 것이 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이 입법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사고와 달리 업무상 질병은 질병계통에 따라 구체적 인정기준이 마련돼 있어 근로자 측의 입증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근로자 측이 현실적으로 부담하는 입증책임이 산재법 자체를 형해화시킬 정도로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현행 산재법의 부족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외면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업무강도, 재해 발생 직전의 업무내용 변화 등을 입증할 출퇴근 기록, 작업량의 변화 등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 필요한데, 노동자와 유가족은 여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아 입증 또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입증하는 것이 쉽다’는 헌재의 결정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재해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유가족이 재해 직전 노동자의 업무내용이나 노동 강도 등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입증은 더 어렵다. 때문에 사업주는 유가족에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을 제안하고, 유가족 입장에서도 입증 여부가 불투명한 산재를 신청하기 보단 보상금을 받고 ‘사건을 덮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사업장에 대한 조사권한이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입증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위는 1일 정책논평을 통해 “사업장에 대한 조사권한이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입증 책임의 일부를 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신 현재 근로복지공단에게 주어진 조사권한을 강화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재정의 악화는 기우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와 근로복지공단이 입증책임을 분할하는 개정안은 이미 19대 국회에서 새정치연합 이미경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12년 5월「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개선 권고」를 통해 개정안과 같은 내용으로 산재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책위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회기 내에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처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지난 2012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급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가 거절당해 소송을 내고, 항소심 재판 도중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시작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