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결선투표 보내달라,
    진보가 변했다는 가장 큰 징표될 것"
    [인터뷰-3] 정의당 당 대표 후보 조성주
        2015년 07월 01일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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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결선투표로 보내 달라, 그게 국민들한테 우리가 변화했다는 가장 큰 징표가 될 것이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빅매치가 심상정과 노회찬의 리턴 매치인가. 아니면 조성주 대 노회찬, 조성주 대 심상정이라는 파격적인 매치일 것인가. 조성주를 결선투표에 보내주면 정의당이 변화했다는 국민적 신호가 될 것이다”

    노회찬·심상정 후보라는 쟁쟁한 1세대 진보정치인과의 경쟁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는 정의당 당대표 후보인 기호 4번 조성주 후보. 그가 선전하는 이유는 2세대 진보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보정치 내부의 어떤 고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낸 것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구호가 세대론으로 비화되는 것은 경계했다. 2세대 진보정치인을 자청하는 조성주 후보가 지향하고, 믿는 진보정치는 무엇일까. 29일 오후 1시 30분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나 1시간 가량 토론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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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출마를 결심한 배경과 출마 혹은 당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조성주 : 출마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지는 꽤 됐다. 정의당에 입당하기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노동담당관 일을 마무리하는 게 시간이 좀 걸려서 입당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좀 늦어졌다. 진보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했었다. 우선 진보정치가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나의 문제의식을 검증받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확실하게 제기하고 해볼 수 있는 것이 당직 선거라고 여겼다.

    2세대 진보정치로의 전환을 고민하며 출마를 결심했다. 당선으로 바라는 목표는 진보정치가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의 진화와 전환을 고민하고 있고 그걸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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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주 정의당 당 대표 후보(사진=유하라)

    진보정치가 변해야 할 것

    정종권 : 조성주 후보의 출마의 글과 몇 군데 언론에서의 인터뷰를 봤다. 대단히 논쟁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도발적이기도 한 문제를 제기하더라. 조 후보의 담론은 크게 두 가지인 거 같다. 하나는 청년세대의 현실, 지금의 현실은 과거 민주화 시대와 그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금 가능한 구체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어떤 구호성 주장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맞나? 조 후보의 문제의식을 다시 요약한다면, 현재의 진보정치에 대한 당신의 가장 우선적인 문제제기는 무엇인가. 조 후보가 말하는 가능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변화, 그 핵심은 무엇인가.

    조성주 : 지금 세대로 표현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저는 청년들의 비정규직화 문제, 실업 문제를 청년들의 문제로만, 청년의 세대론적 문제로 이해하지 않는다. 청년문제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 갈등구조의 문제가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세대의 실업, 일자리, 교육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의 새로운 갈등구조가 진보정치가 주목해야 하는 점이라고 본다.

    과거 민주화운동, 1세대 노동운동의 시기와 지금은 객관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과는 구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좀 더 도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보겠다. 예를 들어 노조와 사용자의 노사관계가 더 큰 것인가,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문제가 더 큰 것인가를 비교해볼 때 때,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1세대 진보정치는 실업급여 문제는 작은 것이고 노사관계에서의 복수노조 문제가 더 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저는 실업급여와 같은 고용보험이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제 슬로건도 ‘새로운 시선’으로 내걸었는데 다르게 보자는 뜻이다. 어떤 것이 더 크고 작은 것인지. 그런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출마의 변에도 썼지만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광장의 바깥에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그 사람들이 조용히 광장에서 추방당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원래의 진보정치가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데올로기로 표현되는 거대 담론 속에서 포착하지 못한 삶의 디테일을 보자는 거다. 굳이 얘기하면 삶의 현장이 이데올로기보다 더 크다. 이데올로기가 없어도 삶은 변화할 수 있다. 삶의 모든 변화의 문제가 이데올로기가 있어야 가능한,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종권 : 이데올로기라는 말에 어떤 선험적인 부정적 규정을 먼저 전제하고 있는 것 아닌다. 이데올로기, 이념의 문제와 삶의 문제가 무관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민주의, 복지국가와 같은 것이 이데올로기이고 이념 아닌가. 그렇다면 복지국가 등을 주장하는 조 후보가 이데올로기보다 삶이 우선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되는 발언 아닌가.

    조성주 : (이데올로기와 삶이) 무관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삶이 더 크고 그 안에 이데올로기는 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데올로기는 세상을 해석하는 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 다 해석되진 않는다는 거다.

    정종권 : 다시 이전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조 후보는 세대적 문제로서의 청년문제가 아니라 사회 갈등구조의 축소판으로서 청년문제를 말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진보정치 등 우리가 살펴야 하고 실천해야 할 우선과제가 무엇으로 변화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조성주 : 노동문제를 보자. ‘아르바이트생’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는 뜻이다. 결국 그 표현은 아르바이트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제가 청년유니온을 처음 만들었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 아르바이트가 왜 노동이냐는 말이었다. 혹은 아르바이트를 노동이라고 인정해도 전체 노동에서 작은 것, 일부에 불과하다고 얘기를 한다. 저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실제 통계로 보면, 알바 노동은 시간제 노동이다. 그리고 시간제 노동자는 2백만 명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가 시간제 기간제 노동자이다. 노조 운동에서 중심적으로 얘기하는 간접고용, 파견, 용역, 사내하청 노동자는 다 합쳐도 160만여명이다. 실제로 기간제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상정하는 노동자의 모습과 노동관을 갖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동이라는 거다. 여전히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닌 다른 것이 커졌으면 그것에도 그만큼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주거 문제도 보자. 예를 들면 부동산 시세가 뛸수록 부모세대는 자산 소득이 늘지만 다음 세대는 절망으로 빠진다. 최근 인상적인 사건은 민달팽이유니온이 대학에 공공기숙사를 짓자고 했더니 지역 주민들이 뛰어나와서 막았다. 집값 오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과거처럼 집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됐다. 여기서 세대갈등이 터져버리는 거다. 다만 저는 이러한 문제들이 ‘세대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이 주거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 갈등을 불러일으키면서 세대갈등으로 표현돼 버린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도 그렇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연금보험률을 9%에서 15%까지 단계적 인상해야 하는데 누가 부담하나. 미래세대다. 야권에서도 ‘원래 연금은 세대 간 연대’라고 하는데 좀 공격적으로 답변하면 ‘웃기지 마라, 다음 세대한테 뭘 해줬는데 연대인가’라고 하겠다. 다음 세대에는 비정규직 문제, 어마어마한 주거 불안정 문제 밖에 남겨 주는 게 없으면서 연금에서만 세대 간 연대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논의를 할 바에야 차라리 기초연금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보편적이니까. 또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 문제의 대안을 얘기하라면 연기금을 주거에 투자하자는 것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대타협 전략 없이, 세대 간의 연대가 갈등 구조를 넘어서지 않고는 복지국가로의 이행도 힘들다고 본다.

    정종권 : 그런데 비정규직, 무주택자 문제는 특정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고, 지금 노동운동에서도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시간제, 기간제의 문제는 청년 문제만이 아니라 정년이 지난 60대 이후 노령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고용형태이기도 하다. 주거 문제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고, 노년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 세대로만 접근한다면 너무 좁혀지는 것이 아닌가.

    조성주 : 청년 세대만의 문제라고 얘기하진 않았다. 누구를 광장 밖으로 추방하고 있나. 하나는 청년세대, 하나는 노년 세대다. 저는 이런 세대를 광장에서 추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거다. 세대를 본다면 양쪽을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노인 세대에서는 노인빈곤, 노인자살로 나타나고 있고 청년 세대에서는 일자기, 주거, 등록금 등의 절망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다.

    제가 청년유니온만이 아니라 노년유니온을 만드는 것도 지지하고 지원한 것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가 어딘가. 주변부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누군가. 노인과 청년이라고 본다. 주변화된 사람들에는 청년, 노인 뿐 아니라 여성, 이주노동자도 있다. 하지만 세대로 보면 어찌됐든 노년과 청년일 것이라고 본다.

    노동운동, 노동자 기반과 정의당의 관계, 과제는? 

    정종권 : 정의당의 가장 큰 한계의 하나는 ‘누구’를 대변하고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당인지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화두에서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청년 노동자이든 노동자 지지기반의 부재 혹은 미약함이 가장 큰 약점의 하나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성주 후보가 대표로 당선된다면 그 지지 기반은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노회찬·심상정 후보 등 스타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조직으로서의 정당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조 후보의 주장과도 연결되는 질문이다. 노동조합운동, 시민사회운동, 농민운동, 환경운동 등의 사회운동과 정의당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보나.

    조성주 : 조직된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과 정당과의 조직적 연계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과거와 같은 배타적 지지 방식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고 본다. 서로에게 안 좋다.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령 독일노총과 사민당이 배타적지지 관계는 아니지만 정책협의에서는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나.

    정의당의 각종 위원회들은 노조운동의 산업별 위원회 형태로 개편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산별노조와 연계하는 당의 내부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시간제 노동이나 주변부 노동에 대한 위원회가 따로 구성돼 있지 않다. 포괄적인 노동위원회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과거 진보정당에 있던 노동위원회도 실패하지 않았나. 현장 투쟁 연대 외엔 뭘 했나. 산별노조가 맞으면 보건의료위원회 등 산별노조 시스템에 맞는 위원회도 당에 꾸려야 한다.

    또 하나는 조직노동이나 조직화된 사회 운동 말고 다른 영역의 운동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다. 그런 것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적 연계는 가져가야 한다. 물론 과거 민주노동당에 있을 때처럼 강력한 조직적 연대는 안 되지만 인적 자원을 서로 교류하는 구조는 필요하다고 본다. 또 그 단체의 출신 리더들을 정당에서 받아들여서 미래 리더십으로 계속 양성해야한다고 본다.

    정종권 : 청년 유니온 조합원 수가 1천명이다. 좀 단순화시켜 본다면 청년유니온의 정책과 고민 등의 문제의식을 정당이 접수하고 실천하는 것과 정당의 파트너이자 지지기반으로서 조직적으로 연계해야 할 대상으로 청년유니온을 고민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 아닌가.

    조성주 : 민주노총의 조직적 기반을 가져서 진보정당이 강해졌나.

    정종권 : 거꾸로 물어보겠다. (비록 과거형이라고 하더라도) 경남 창원이나 울산 같은 경우에는 민주노총과 조직된 노동운동이 지역사회에서는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권영길 후보가 재선도 되고 진보정당이 상당한 지지율을 얻기도 했던 거 아닌가.

    조성주 : 그럼 서울이나 수도권은? 노동기반이라는 것이 서울에선 작동 안 한다. 그렇게 되면 노동기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그 문제의식은 이해한다. 적어도 울산과 창원에서는 조직노동이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선 조직된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이 아직 약하고 미약하다. 그런데 이것은 조직노동의 사회적 지역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조와 정당이 서로 연대하고 교류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 조직노동과의 연계 자체가 부정되거나 폄하될 문제는 아니지 않나.

    조성주 : 부정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정종권 : 청년유니온의 문제의식을 정당이 수렴하고 확산시키고 그 문제의식을 정치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1천명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청년유니온과 당이 조직적 연관을 가진다는 것이 당의 기반이 강화된다는 의미인가. 후자의 측면은 대단히 제한적인 거 아닌가.

    조성주 : 60만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적 기반을 가진 정당이 사회적 파급력을 강화했는지, 청년유니온과 같은 1천명짜리 조합의 새로운 문제의식을 정당이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게 정당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했는지 문제를 볼 때,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지만) 60만과 1천명 만큼 차이가 나진 않았다. 소위 ‘쪽수’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당연히 조직된 노동과의 기반 중요하다. 물적 토대나 정책의제, 사회적 의제를 정당이 흡수하고 기반을 뿌리내리는 데는 당연히 동의한다. 저는 이것을 총연맹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산별노조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 내부에 산업별 위원회 꾸려야 한다는 것도 같은 거다.

    정종권 : 청년유니온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지 기반이나 지지층의 조직이라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소위 정당의 열성지지층을 만드는 것은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다. 특히 노동, 농민과 같은 지지층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의당의 약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한 조성주 후보는 어떤 고민이 있느냐는 것이다.

    조성주 :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 다만 거기서 얘기하는 노동자는 누구를 이야기하는 건가. 민주노총 조합원을 얘기하는 건가. 정의당 가입한 1만6천명의 당원 중 다수가 노동자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닐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화된 노동, 노조라는 단어로 조직화 돼 있는 노동과의 연계라면 부족하고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의당의 다수가 노동자 당원이 아니라는 것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거다.

    정종권 : 어폐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의 다수 당원들이나 지지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동자들이고 일하는 사람들인 것도 사실이다.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수용하는 것과 지지자를 조직하는 문제다. 당원 숫자를 늘리는 문제, 조직돼 있는 사람들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제, 미조직된 사람들에 대해선 접근하는 문제 등 조성주 후보가 강조하는 청년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민주노총 등과 같은 조직된 노동 자체에 대한 폄하와 배제가 깔려있는 것 아닌가 우려가 드는 것이다.

    조성주 : 폄하하고 배제하지 않는다. 조직된 연계를 해야 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그것은 산별단위로 하자는 거다. 산별 단위로 구체적인 의제와 정책을 가지고 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이 지금 보건의료노조와 관계 가지는 것처럼 가자는 거다. 총연맹이랑 할 의제도 있다고 보지만 조직된 노동과의 연계를 배제하거나 약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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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의 정체성은?

    정종권 : 조성주 후보가 생각하는 정치, 정당관에서 진보정치, 진보정당과 새정치연합 내 개혁적 흐름인 을지로위원회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정치와는 무엇이 다른가. 미시적 디테일과 구체적 정책을 강조하거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다.

    조성주 : 차이가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 자체가 진보정당과 서있는 기반은 다르다.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이념이나 노선으로 서있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라는 국가파생정당의 안티테제로만 존재한다. 그게 자신의 근본적 정체성으로 있는 정당이 새정치연합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은 그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적 갈등구조와 균열구조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이 국가파생정당인 새누리당의 안티테제로 서있는 정당이지만 그 내부에 을지로위원회 같은 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가 또는 그들의 활동이 그 정당의 정체성이 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당의 정체성’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아무리 활약을 해도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이 바뀌진 않는다. 정당과 정당 내부의 특정 위원회가 활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정당은 전체 조직으로서, 대안으로서 존재하는 거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사회적 약자들의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론으로 보면 이게 완전한 차이라고 본다. 그것을 본질적인 차이이자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의 시민정치도 서울시라는 지방행정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지, 정당정치로 구현되진 않는다. 물론 당선 과정을 얘기하면 시민정치의 모델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찌됐든 새정치연합과의 협상과정에서 가능했던 것 아닌가.

    정종권 : 조성주 후보는 어떤 인터뷰에서 정치인에겐 ‘분노’가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난 이 말이 대단히 엘리트적으로 느껴진다. 정치인 내면의 단단함, 현실주의적 태도, 구체적인 정책의 변화 등을 강조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정치인의 자세와 자질, 수양의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 표현에서 대중의 불만, 분노, 열망, 변화 등에 대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겠다. 대중의 분노가 드러나지 않는 시대에는 분노를 조직하고 드러나도록 지원하는 게 진보정치 아닌가. 난 이것이 운동의 정치라고 본다. ‘운동의 정치’에 대한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제기는 있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이 있다는 거라고 본다.

    조성주 : 저는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 오히려 더 엘리트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중이라고 얘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계속 분노할 수만은 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분노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이다. 물론 그 평범한 사람들도 분노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우리에겐, 그 평범한 사람들에겐 살아내야 하는 순간이 더 많다.

    정치라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단순히 분노와 증오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때문에 정치가 증오와 분노를 양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분노의 말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굉장히 비판한다. 그래서 진보도 그들과 쌍으로 존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막말’을 하는 것이 정치고, 즉자적인 분노를 대변해서 표현하는 것이 정치인가. 정치인의 본질적 자세인가. 만약 그렇게 되면 내면은 점점 어두워지고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래서 내적인 강함을 키우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운동가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잘 분노하나, 더 많이 증오하나로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분노는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분노는 개인적 불만으로 유지될 수도 있고, 집회에 나가 규탄하는 것도 있고 선거 때 불만의 ‘짱돌’을 던지는 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분노의 소극적 표현이 좌절이고, 개인적 표현이 불만이고, 집단적 표현이 집회인 것 아닌가. 그런 분노가 없으면 지금의 세상이 살 만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분노라는 것을 특정한 형태, 집회 등으로만 한정하는 것 아닌가 싶다.

    조성주 : 모든 사람들이 이 체제에 대한 분노로 차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분노에 대한 소극적 표현이 불만이라고 하면 동의할 순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차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엘리트주의적이라고 본다. 그 기저에는 ‘늘 세상이 엎어졌으면 좋겠다. 혁명해야 한다’는 소위 80년대 운동권식 논리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많이 분노했으면 하고 언젠가는 이 분노가 모여 세상이 엎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분노하며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분노하는 순간보다 사랑하는 순간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라는 장애물이 있다. 진보정치가 이것과 싸우는 이유는 이것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분노를 조직해야 한다. 싸움의 기술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면적 단단함은 사람에 대한 얘기다. 정치인은 분노를 조직해야 할 때는 하고, 또 용기 있게 타협해야 할 때는 타협을 해야 한다. 분노를 내면화해선 안 된다. 분노를 동일시하는 순간 괴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진보정치인의 기본적 본성은 현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이고, 그 비판을 대안으로 만들어나가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조성주 후보도 동의할 것 같다. 그런데 조성주 후보의 담론에는 ‘분노’라는 특정한 양태를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조성주 : 진보정치가 체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그런데 대안을 들이밀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설득해가는 거다. 설득은 분노로 되지 않는다. 기존의 성과와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진보정치를 돌아보자는 거다. 대안으로 설득하고 의사소통 했는가, 아니면 강요하고 일방적 주장을 했는가. 진보정치는 비판에 충분히 강하지만, 대안을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에는 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분노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분노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특히 비판적 역할을 하는 진보정치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노를 잘 조직하는 것도 정치인과 사회운동가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고려해야 하는 것은 그 분노가 사람들의 내면을 황폐화하게 하는 지경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를 조직해서 대안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분노만 이야기하는 상황에 혹여 빠져들 위험성은 없는지 돌아보자는 얘기다.

    정파 갈등,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정종권 : 조성주 후보는 운동권 정치의 내부 갈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정치학은 갈등의 학문이고 정치는 갈등의 실천적 개입이 아닌가. 갈등을 관리하고 한 단계 승화시키면서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또 다른 생산적 갈등을 예비하는 게 현실이라고 보는데, 그 갈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좀 의아하다. 운동 내부의 정파투쟁의 부정적 측면을 제어하고 생산적 성격이 발휘되도록 개입해야 하는데 정파와 그 근거인 이념 의견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서 좀 이해가 안 된다.

    조성주 : 당연히 민주주의 사회에선 이견이 존재한다.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는 그 이견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잘 관리하고 그 갈등들을 어떻게 더 잘 관리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견과 갈등의 존재는 당연하다.

    다만 그 이견이 어떤 이견이고, 갈등인지는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과연 진보정치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갈등인가. 아니면 해묵은 감정적 갈등인가. 과거 진보정당 내부에 있었던 정파 논쟁이라는 것이 그렇게 현실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보정치가 나아갈 방향이고, 우리가 대변해야 할 사람들의 삶에 근거한 갈등이었는가. 물론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그것이 나타난 양태가 과연 건설적인 갈등의 경쟁관계였냐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적 증오가 압도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념적 갈등에 대해선) 동의한다. 정의당 내에도 누군가는 사민주의, 복지국가, 정책적 의제로 가자고 한다. 이러한 이견을 잘 조직하고, 잘 관리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모든 이념적 갈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파적 갈등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파괴적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고 그것이 순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했던 여러 측면들을 지적한 것이다.

    정종권 : 그래서 묻는다. 조 후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사회구조는 무엇인가. 어떤 대한민국, 어떤 사회경제적 시스템으로의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청년고용, 여성문제, 비정규직, 국제사회에서의 태도, 남북문제, 재벌문제, 불평등의 해결 등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수많은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나. 그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이념이고 사회주의, 사민주의, 복지국가 등의 논리 아닌가. 조성주 후보와 정의당의 이념적 지향은 무엇인가.

    조성주 : 이념은 그렇게 구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정책 프로그램으로서의 사민주의, 방법으로서의 민주주의, 윤리로서의 개인주의, 이런 식으로 이념을 구성해야 하는 거라고 본다. 이념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이렇게 접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싶다.

    정종권 : 진보정치 2세대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정치의 1세대에서 배우고 승계할 것과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진보정치 2세대를 자임한 조성주의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해 달라.

    조성주 : 그 분들(1세대 진보정치인)에 대해 극복할 것보다는 승계할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극복이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그 분들이 잘 보지 못했던 것을 잘 보자는 것에 가깝다. 사람이 세상을 바라는 보는 것이 경험 안에서 큰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 분들과 다른 과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제가 바라볼 수 있는 게 있다. 그게 출마의 변에서 밝힌 민주주의 밖 시민들, 광장 밖에 추방된 사람들, 노동운동 밖의 노동이다. 저는 그런 쪽을 바라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그게 제 강점이다. 다른 것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륜이나 연륜, 실력은 그 분들이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약점은 당에 가입한 기간이 짧다는 거다. 이건 저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정의당을 좋은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주를 찍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진보정치가 필요한 것은 익숙함이 아니라 변화이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얘기를 한다. ‘나를 결선투표로 보내 달라, 그게 국민들한테 우리가 변화했다는 가장 큰 징표가 될 것이다. 이 선거를 빅매치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들이 기대하는 빅매치라는 것이 심상정과 노회찬의 리턴 매치인가. 아니면 조성주 대 노회찬, 조성주 대 심상정이라는 파격적 매치일 것인가. 조성주를 결선투표에 보내주면 정의당이 변화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정종권 : 호소력 있는 말인 거 같다(웃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치의 결집과 재편과 관련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조성주 : 진보재편은 반드시,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의식은 만약 그 재편이 총선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안했으면 한다. 총선 때문이면 선거 다 끝나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선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만들고 싶은 좋은 진보정당이 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그런 진보재편의 과정이 됐으면 한다. 지금 각자가 내부 상황이 바쁘다보니 그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시도를 서둘러 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진보정당 만들었으면 한다.

    정종권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성주 : 진보정치에 다시 관심을 가져달라.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

    조성주의 출연으로 진보정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새로이 관심을 가지겠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진보정치가 한발자국, 반발자국만 변화해도 더 많은 국민들이 진보정치에 들어올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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