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권리의 실태와
    군산 가스 누출사고
    화관법이 놓치고 있는 두 가지 문제
        2015년 06월 30일 05: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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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2일 군산 OCI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실레인 가스 유출로 알려졌으나, 이후 사염화규소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OCI 측은 사고물질 발표에서 혼란을 초래했다.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환경부가 누출경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략의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탱크배관에 문제가 생겨 크랙이 발생하였고, 긴급 응급조치를 하던 중 잔압에 의해 배관 내 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군산

    군산 가스 누출사고 방송화면

    사고 초기 피해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본래 실레인은 눈과 피부를 자극시키는 극인화성가스로, 실레인에 노출되었을 경우 피부와 눈에 심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는 구역, 두통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폐선유증을 일으킬 위험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OCI 군산공장 인근 논과 가로수 등에서 농작물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하는 군산주민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흡사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1

    군산시와 화학물질안전원은 2012년 구미시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그랬듯이 피해확산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하고 있지만 믿음이 가진 않는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화학물질사고가 계속되자 정부는 관련법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으로 개정하여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또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고대응을 위한 화학물질안전원도 2014년 2월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사고대응에 있어서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번 사고의 키워드는 ‘주민의 알권리’이다.

    당일 한 언론사의 기사(뉴스포털1_미군부대에 알리고 시민들은 나몰라라)는 충격적이었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알권리의 문제다.

    알권리는 효과적인 화학물질 사고예방과 비상대응을 위한 전제조건임이 세계 화학물질사고의 교훈으로 알려져 있다. 일과건강은 이번 사고를 통해 본 개정된 화관법이 놓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거론하고자 한다. 군산 가스 누출사고가 보여준 주민알권리 실태를 살펴보자.

    첫째, 사고예방차원에서 지역사회 알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위해관리계획서 작성과 지역사회 고지 대상물질을 유독물질로 확대하여 규정해야 한다.

    개정 시행 중인 화관법(42조)에는 사업주의 사고예방을 위한 화학물질관리 책임과 함께 그 계획을 지역사회에 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어느 사업주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라는 벌칙은 있으나마나한 규정이 되어있다.

    현행 화관법에서는 모든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사고대비물질 69종에 대해서만 지역사회 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사고 물질로 거론되는 실레인 또는 사염화규소는 위험성이 있어도 고지의 의무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이같이 고지 의무를 받지 않지만 위험성이 높은 물질은 너무나도 많다.

    또한 고지의무가 사업주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가 제정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고지의 책임을 정부당국과 지자체장에게도 지움으로써 알권리 보장효과를 높이고 있다.

    시급히 사고대비물질을 최대한 확대하여 관리하고, 환경부와 군산시가 군산시민들에게 모든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과 화학사고 시 전달방법, 주민대피요령 등을 직접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고지 내용이 제대로만 알려진다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그림2

    < 제42조 위해관리계획서의 지역사회 고지 >

    둘째, 사고대응차원에서 지역사회 알권리가 외면당하고 있다.
    화학사고 신고 대상에 학교, 병원 등 취약기관과 주민전달 방법을 규정해야 한다

    현행 화관법 43조에는 사업주는 화학사고 발생 시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지역주민과 취약기관인 학교, 병원 등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지난해 화학물질안전원이 발표한 사고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의 76건의 화학사고 중 지역주민를 포함한 학교, 병원에 어떤 형태로든 알린 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 또한 이 규정도 마찬가지로 지자체가 해야 할 책임이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지사, 시장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림3

    이번 군산 누출 사고 역시 관계기관끼리는 10여분 사이에 소통되었지만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공단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는 2~3시간이 지난 후에야 안내방송이 나가는 데 그쳤다. 때문에 첫날 12명에 그쳤던 주민 부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농작물, 토양 등 재산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관법 개정을 통해 신고기관에 학교, 병원 등을 추가하고 신고와 지역사회고지 의무를 지자체장에게 주어야 한다.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통합관리대응체계가 필요하다.

    화학사고의 위험은 잘 알지 못할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미리 알고 대비하고 비상대응훈련으로 제도화되고 체계화될 때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폭발,누출 사고는 막을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계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정부와 기업 주도만으로는 사고예방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당사자인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되고 사고발생 지역의 각 주체들이 참여하는 지역통합관리대응체계만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당국은 작년 5월에 발의된 화학물질관리법 일부 개정안(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법 개정 전이라도 가장 효과적인 사고예방과 대응체계인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화학물질 사고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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