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에너지 체제,
위기 해결 아니라 가속화
[서평] 『에너지 안보』(코너하우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매진)
    2015년 06월 27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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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는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후 계속된 불안이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에너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기 일쑤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나 메르스 사태로 슬쩍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자원 외교 문제를 떠올려보자.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31조가 넘는 돈을 투자해서 현재까지 밝혀진 확정 손실액이 3조가 넘는다(관련 언론 기사 링크)

자원 수입국인 한국에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한다는 미명 아래 공기업과 중앙부처가 적극 개입한 자원 외교는 에너지 안보를 내세운 전형적인 정책 실패다. 아니, 부족하다니 덮어놓고 공급만 하면 되는데 왜 실패했을까?

에너지안보

대안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에 대한 해석이 먼저다.

코너하우스에서 쓰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기획, 번역한 책 [에너지 안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환상을 깨준다.

저자들은 에너지, 안보라는 익숙한 시사용어를 해석하기 위해 주류적인 용어로서 ‘대문자’ 에너지와 안보를, 대안적 용어로서 ‘소문자’ 에너지와 안보 개념을 고안해 냈다. (참고로 대문자, 소문자라는 말 자체가 영어 표현에서 나온 것이라 어색할 수 있다. 옮긴이의 글(190-1쪽)에서 나온 설명을 참고하시라.)

이 책에 따르면 흔히 쓰는 에너지 안보 개념은 에너지 위기의 뒷면과도 같은 개념이다. 저자들이 대문자 에너지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의 희소성, 공급 부족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기는커녕 에너지 위기라는 공포를 조장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 채굴 및 수송과정에서 환경문제, 갈등을 양산해 낸다. 특히 시간을 거듭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대문자 에너지의 복잡성과 부정적인 비용은 늘어나면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 읽고 나니 메인 메뉴인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전채와 후식도 못지않게 풍성하고 맛도 좋은 한정식 한상을 받은 느낌이다. 이론적 용어인 공유지 레짐과 인클로저부터 에너지, 외교, 기후변화관련 용어를 분석적으로 정리해놨기 때문이다.

정전사태, 에너지 효율, 수송관과 가격 문제, 전기 공급의 사유화, 세일가스 개발과 석유 정점, 탄소시장, 탄소 포집 저장, 계약 가능한 매장량, 석유 파생상품,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와 공동 외교 등등 에너지의 정치 경제학을 둘러싼 사례를 제시하였다. 에너지정책관련 용어를 공부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필자소개
부산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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