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양국관계 개선?
    국교정상화 50주년 계기
    과거사 야합, 안보협력 강화가 최악
        2015년 06월 26일 02:2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6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양국 대사관 주최 기념식에 박근헤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교차 참석했다. 두 사람이 모두 ‘미래로 가자’는 데 방점을 두고 기념사를 해 한일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양국 정상이 모두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한국은 과거사 해결을 위한 일본의 결단을, 일본은 한미일 3각 협력을 상대적으로 강조해 향후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를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만들자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일본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월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아베 담화에서 식민지배 등에 대한 통절한 사죄의 내용이 포함되거나, 지난 몇 년간 한일관계의 핵심적 의제였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과 정부 차원 보상 등은 기대하기 힘들어 양국관계도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의 관측이다.

    박과 아베

    평화로운 미래 건설과 과거사 청산의 지속적 병행 필요

    바로 이웃한 국가이면서도 양국 정상이 집권한 이래 정상회담이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관계 개선은 필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정상회담을 양국 간 쟁점이 되는 상황을 다 해결한 뒤의 박수 갈채를 받는 퍼포먼스처럼 접근한 박근혜 정부의 접근법 자체가 외교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바람직하지도 않고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던져주어 한국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든 점도 있다.

    때문에 임기 말까지 한 차례도 정상회담을 않으며 한일관계 악화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 측 입장이 100% 관철되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불가하다는 자세를 고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정상회담에서도 할 말은 하고 이견은 이견대로 남겨놓으면서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고, 또 외교를 지속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정부도 자세를 바꿔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정상회담 개최 유무보다 박근혜 정부가 ‘아베가 과거사와 관련해 새로운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과거사와 관련해 야합을 해버리고, ‘과거사-안보협력 분리 접근’을 고수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핵심은 미래를 위한 협력을 하되, 어떤 미래를 위한 협력이냐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평화로운 미래는 전쟁 및 식민지배의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에 아베의 과거사 퇴행을 우려하고 청산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냉전적 발상이면서, 미중 G2시대와 충돌해 결과는 훨씬 파괴적일 수 있는 한미일 3각 동맹화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북-중-러와 함께 하는 동북아 평화와 철의 실크로드 건설, 에너지 협력 등을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정부의 ‘동북아평화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와 북한의 강한 반발

    6월 23일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가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윤병세 외교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개소식을 했다. 동 사무소는 자이드 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지난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에 따른 조치의 결과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23일 오후 외무성 성명을 통해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지난 20일 동 사무소 개소 등을 이유로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불참을 통보한 데 이어 23일에는 그간 ‘간첩 혐의’로 억류 중이던 남한 주민 김국기, 최춘길 씨에 대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또 동 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등 남남갈등이 전개되는 상황이다. 한국진보연대 등 일부 진보단체들은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라며 규탄 집회를 개최한 반면,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환영 기지회견을 열며 대치한 것은 그 전형적 예이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설을 이유로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불참 등을 통보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북한 정부 성명을 통해 비록 전제조건을 내걸긴 했으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과도 상충되는 태도이다.

    북한 당국은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 운운하지만, 북한 인권이 서방에서 이야기하는 자유권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북의 인권상황에 대해 분노하며 압박한다고 해서 북의 인권이 실제로 개선될 것이라는 것도 단선적 견해라고 할 수 있다.

    북은 자신들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를 ‘체제전복 음모’라고 반발하는데, 그것은 남한 및 미국 등과의 극단적 대결체제라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북한의 반응은 현실의 대결체제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그것을 핑계거리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동 사무소 개설은 북한의 반응에서 보듯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악순환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 인권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외부의 압력에 강하게 저항하는 북한의 특성 및 인권과 연계된 남북 및 북미 관계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섬세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인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는 북한 인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관계개선을 통해 신뢰를 다져가면서, 인권개선을 위한 대화와 조치 등을 조용하면서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