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 메르스, 민생고와 싸우고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과 싸우는 꼴“
    문재인 대표, '대국민 호소문' 통해 박 대통령 질타
        2015년 06월 26일 1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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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의 말을 쏟아낸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부 무능에 대한 책임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이벤트”라고 강력 비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메르스 사태로 인한 여론 악화를 돌파하기 위한 정국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26일 오전 11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본론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질타하는 것에 있었다.

    문 대표는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야당의 민생법안 발목잡기 주장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민생법안의 실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시행령 남용으로 인한 국회 입법권 훼손을 지적하며 국회법 개정안의 필요성 호소하기도 했다.

    문재인

    문재인 대표(사진=새정치민주연합)

    메르스 사과는 없고, 정쟁만 유발…문재인 “국회를 해산시키겠다는 태도”

    문 대표는 “메르스로 서른 한 명의 아까운 목숨이 우리 곁을 떠났고 대통령은 그 가족들을 위해 아무런 위로와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어제 대통령은 메르스와 가뭄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외면한 채 한국 정치를 악성 전염병에 감염시켜버렸다. 대통령의 의회 능멸이 도를 넘었고, 의회가 당리당략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경제무능의 책임을 떠넘겼다”며 우선 메르스 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이 없었던 부분을 짚었다.

    이어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정부 무능에 대한 책임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현실을 바로잡는 출발점”이라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며 취한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했다”며 “물론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부득이 하게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예의바르고 정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질타했다.

    거부권 행사 정면 비판, 법 위에 군림하는 시행령 남용의 폐해 지적도

    시행령 남용으로 입법 취지 자체를 훼손했던 사례를 나열하며 국회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헌법 아래에 법률이 있고, 법률 아래에 시행령이 있다. 국회법을 개정한 이유는 이런 헌정질서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두 차례나 국회법 개정을 발의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행정 독재적 발상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시켜버렸다. 결과는 환경 재앙과 국민혈세 22조 낭비였다”며 “박근혜 정부는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국가책임을 교육청으로 떠넘겼다.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방기한 결과 보육대란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FTA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급되는 직불금 규모를 농식품부가 ‘고시’를 통해 대폭 삭감한 것도 법위에 군림하는 시행령의 일례다. 그 결과 농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며 시행령 남용의 폐해를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렇게 행정부가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것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국민을 속이는 끔찍한 거짓말”…“학교 앞에 호텔 짓는 게 민생법안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야당이 민생법안을 발목잡아 경제 활성화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 대표는 “정부의 무능을 국회 탓으로 돌린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법안 대부분이 통과됐음에도 경제 활성화에 대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 “대통령은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고 국회 탓을 한다”며 “그러나 이는 국민을 속이는 끔찍한 거짓말”이라고 힐난했다.

    새누리당이 경제 활성화법으로 제안한 법안 약 30개입 중 21개가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2개는 처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당이 확실히 반대하고 있는 법안은 교육환경 훼손과 재벌특혜, 의료영리화를 목적으로 하는 반민생법안들”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학교 앞에 호텔 짓는 것이 민생법안 입니까? 학교 앞에 땅 가진 특정재벌을 위한 법안 아닙니까?”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경우에는 지난 3월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의료영리화 부분을 제외하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여당이 아직까지 그 약속을 안 지켜 처리되지 않고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2013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만 4천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우리당은 공정거래법의 큰 원칙을 일부 양보하고 처리에 협조했다”며 “그런데 지난 3월까지 고작 170여개의 직접일자리밖에 창출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이것부터 해명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경제활성화가 어렵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국민은 지금 메르스와 싸우고, 가뭄과 싸우고, 민생고와 싸우고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은 국회와 싸우고, 국민과 싸우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 꾸중 한 번에 고개 숙인 새누리당…“자기배반이자 청와대 굴복선언”

    박 대통령의 국회 맹비난으로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을 자동폐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다만 대통령이 찍어낼 각오로 비판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알겠다”며 사퇴를 거부하다가 26일 오늘에서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대통령의 헌신적인 국정 노력에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한발 물러났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 자동폐기 추진은 자신들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배반이자, 청와대 굴복선언”이라며 “여야 합의사항을 뒤엎으면서 국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대통령의 뜻에만 따르겠다면,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입법부의 권능을 포기하고 행정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제 대한민국에 입법부에는 야당만이 남았고 삼권분립을 지켜야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며 “복종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책무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국회법은 국회본회의에 즉각 재의하고, 의결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뿐’”이라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책임을 물어달라.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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