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거부권,
국회와 국민에 대한 거부"
'친박' 외 만인에 대한 투쟁 선언 ?
    2015년 06월 25일 05: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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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입장을 밝히면서 ‘배신의 정치, 패권주의, 줄세우기 정치’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여야를 싸잡아 강도 높게 비난한 것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고 맞섰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은 있었으나 이렇게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는 여야 모두 예측하지 못했다. 여야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즉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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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행사, 야당들 긴급 의총 열고 한 목소리로 비판
문재인 “국회와 국민에 대한 거부” 정의당 “군주적 통치선언이자, 반헌법적 행태”

새정치연합은 오전에 시작했던 긴급 의원총회를 잠시 정회한 후 오후 2시 속개했다. 공개로 이뤄진 의총 모두 발언에서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은 여당에 대한 거부, 국회에 대한 거부, 나아가서는 국민에 대한 거부”라고 질타했다.

문 대표는 “우리당은 국민들의 고통 앞에서 정쟁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결단했다. 여당도 마찬가지고 중재한 국회의장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만 거부권 행사로 정쟁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무능을 국회에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12월 현 국회법 개정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던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며 “그때의 박근혜와 지금 대통령은 다른 사람인가. 대통령이 되면 말을 쉽게 바꿔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해 강하게 비난한 것에 대해 문 대표는 “국회를 모욕하고 특정인에 대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야당과 싸우자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와 싸우자는 것이고 의회 민주주의와 싸우자는 것이다. 국회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의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당은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며 “여당도 더 이상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해선 안 된다. 여야가 함께 대통령의 폭거에 맞서고 의회 민주주의와 국회의 입법권을 지켜내기 위해 국회의장과 여야 양당 대표 3자 회동을 제안한다”며 답변을 촉구했다.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 3당 원내대표 긴급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정의당 서기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긴급 의총 결과를 전하는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을 포함한 국회 전체, 그리고 국민과 등을 돌린 것”이라며 “메르스와 가뭄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만을 유발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하여 마련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치적 논의와 타협의 산물”이라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야의 정치행위 자체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군주적 통치선언이다. 입법과 관련한 사안을 입법기구에 맡기지 않고 행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인 3권 분립의 취지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대한 무력화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가 즉각적인 재의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합의

민생법안 발목 잡는 다는 대통령 발언에… 야당 “경제활성화법 뭔지 알고 있긴 하나”
“세월호·메르스 정국에도 안 보이던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에선 존재감 드러내”

새정치연합은 긴급 의총을 문 대표의 모두발언만 공개로 하고 비공개로 전환할 예정이었으나 이종걸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일부 공개로 진행했다.

김기준 의원은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했는데 오늘 발언을 듣고선 그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경제활성화 법안을 야당이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말에 “경제가 나쁜 것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서 발목을 잡아서 그런가. 정부가 낸 것(법안)은 다 문제 있는 법안 아닌가”라며 “기존에 우리가 고수해야 할 가치를 깨는, 그러나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별로 없는 것을 내놓고 국회가 발목 잡아서 경제활성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에서 너무나 벗어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원한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과감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그런 것은 안 하고 오히려 중소서민들의 세 부담만 가중하는 정책만 펴면서 증세 없는 복지를 얘기한다. 정말로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뒤이어 박수현 의원도 “세월호에서도 메르스 정국에서도 보이지 않던 대통령이 정쟁을 유발하고 국민에게 불안을 주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에서만큼은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을 한 대통령, 이렇게 하셔도 되는 건지 국민의 이름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처리해달라는 소위 경제활성화법은 약 30가지다. 그 중에 새정치연합은 이미 23가지 법에 대해서 본회의를 통과해주었거나 이번 본회의 처리하기로 약속돼있다”며 “30개 법안 중 23개를 통과시켰는데도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은 탓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야당때문이라고 할 수 있나. 대통령이 원하는 경제활성화법 리스트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정확하게 답변하기를 요구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안철수 “대통령, 새누리당 탈당해야”

양당의 긴급 의총이 진행되던 중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여야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야당 내 갈등 또한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론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당의 당청 갈등이 도를 넘어서 국정운영에 해를 끼치고 있다. 여당을 장악하고, 나아가서 국회를 장악하려는 대통령의 정치적 욕심이 국정을 망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문제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관심, 부패한 측근 보호는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며 “국민들께 가장 중요한 일인 메르스 사태 수습에는 남의 일처럼 무관심했던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한 일에는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통령은 민생 문제, 그리고 메르스 사태 수습이 최우선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정쟁에 관여하기 보다는 본연의 일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재차 탈당을 촉구했다.

혼란에 빠진 새누리, 당청 갈등 수습은 한 목소리
유승민, 당장 사퇴는 없을 듯

한편 같은 시각 새누리당도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두고 당내 긴급 의총을 열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의결 여부 등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당청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로 하락한 당 지지율이 당청 갈등으로 폭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다. 그런 부분 대해선 대부분 의원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한다”며 “그러나 이것이 당청의 분열로 확대된 데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재의결 여부에 대해선 “그 부분은 의견이 갈린다”며 “어찌됐든 재의를 요구했으니 그 절차에 따르면 되지 않겠나. 재의를 하자, 말자 의견도 있는데 이 부분은 의원들 간 극복하기 힘든 견해차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콕 집어서 비판한 것에는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자유표결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책임을 왜 유 원내대표에게만 돌리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여당 내 다수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론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위헌성 여부는) 사법적인 판단의 문제다. 그것을 확대해석해서 지나치게 정치적 책임론으로 연결시키는 데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대”라며 “강제 당론으로 통과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의총 거쳐서 의원들 의견 수렴했을 뿐 아니라 자유투표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와서 위헌성 논란을 흠 잡아서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통령을 포함한 친박계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명한 분은 없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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