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
    노동당 "이 나라는 친박의 나라"
        2015년 06월 25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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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했던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25일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를 합의한 국회를 거침없이 힐난했다. 야당은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했고, 여당은 예상치 못한 박 대통령의 날선 비판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법을 통과시킨 여와 야,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 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한 것에 대해선 “요청과 요구는 사실 국회법 등에서 같은 내용으로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며 “그것은 국회에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입법 수정 요청에 대해 정부가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부분을 ‘검토하여 처리 결과로 보고해야 한다’로 완화하는 것에 대해 “야당에서도 여전히 (행정입법 수정·변경권한의) 강제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다른 의도를 보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여야가 합의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도 없이 그것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공무원연금법 처리와 연계해 하룻밤 사이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며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재차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국회 차원의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민생 법안에 사활을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와 함께 ‘폭탄 발언’에 가까운 질타를 쏟아내자 국회는 술렁이고 있다. 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은 선언했고 여당은 일단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키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여당 지도부를 대놓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긴급 의총에서 “대통령이 기어이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을 공격한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헌법정신을 뒤흔든 것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다. 오직 정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며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통령에게 적절히 건의하지도 못했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관해서도 말 한마디 못했다. 독선적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며 여야가 합의에 이른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선 친박계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그동안의 신뢰를 의문케 한다”면서 “그래서 이제 협상을 저희는 중단했다. 새누리당이 더 이상 잃을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도록 촉구한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여당 원내지도부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배신의 정치, 배반의 정치 운운하면서 대통령 자신을 제외한 모든 정치인들을 폄하하고 있다”며 “정쟁을 유발해서 대한민국을 분열과 불신의 정치로 몰아가는 것이 대통령에게 그렇게 무슨 이익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1999년 박근혜 국회의원 본인과 2015년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전혀 다른 사람인가”라고 반문하며 “대통령께서는 일관된 원칙,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사랑을 받고 그것이 큰 덕이 돼서 대통령 되신 분 아닌가. 약속을, 소신을, 자신이 가진 원칙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나”라고 질타했다.

    정의당 문정은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여파로 심신이 지친 국민에게 정쟁으로 화답하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며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의 샅바 싸움도 본격화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 재난 앞에서는 한없이 무능함을 보이더니,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함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거부권 행사는 국회를 철저히 무력화하고, 여당 원내사령탑에게 경제 살리기 무능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책임 있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언어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또한 논평을 내고 “청와대·여당의 집안 싸움으로 국정이 마비될 판이다. 그 피해는 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박 대통령의) 긴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나라가 친박의 나라냐, 비박의 나라냐’ 대답하란 것이다. 와중에 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공히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나서, ‘친박의 나라’임을 인증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대통령은 또 국회를 비난하며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가장 먼저 심판받고 있는 당사자는 청와대”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위헌성이 있다고 해서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도 “개정된 국회법이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우려는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라고 옹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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