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대한 변화로 강한 진보정당을
    "유감과 사과"..."함께 할 수 있기를"
    [인터뷰-2] 정의당 당 대표 후보 노회찬
        2015년 06월 25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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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호 3번 심상정 후보에 이어 <레디앙>은 ‘담대한 변화를 통해 강한 정의당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기호 1번 노회찬 후보를 24일 오후 1시 그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이날 새벽까지 지역 유세를 치르고 당원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인터뷰의 질문에는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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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당 대표 출마결심을 비교적 늦게 한 걸로 알고 있다. 늦었지만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노회찬 : 많이 망설였다. 기존 지도부가 숱한 난관과 역경, 우여곡절을 통해 지금의 정의당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기존 지도부를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당이 초보적인 생존에 성공했고 또 기본적인 조직 정비는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강력한 변화와 일보 전진을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한 시기인 만큼 나서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의외로 밖에서 ‘당을 위해서 몸을 던져야 할 때’라는 요구들이 많아서 그것을 수용하면서 출마하게 됐다.

    정종권 : 노회찬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바꾸고자 하는 정의당의 모습은 무엇인가.

    노회찬 : 우선 낮은 지지율의 문제가 있다. 정의당이 아직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합리적인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정당에 표를 줄 준비가 됐는데 정의당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국민들이 표를 주고 싶어 하는 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기본이다.

    제가 대표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은 세 가지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성과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당이라고 본다. 저는 이 두 당의 실패를 딛고 진보 대결집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안정적인 진보정당으로 자리 잡게 만들겠다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특히 무상교육, 무상의료 논의는 우리 진보정당이 먼저 시작했고,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상황이다. 누가 먼저 얘기했냐의 문제보다 누가 실현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제는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 과정에서 여야의 동의를 끌어내고 견인해나가는, 복지국가를 선도하는 정당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

    마지막은,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이 자칫하면 당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조건에서 총선에서 두 자리 숫자의 의석을 확보하고, 정치개혁 과제 등 정책을 중심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중추적 역할을 해내는,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가진 진보정당의 시대를 앞당겨 내는 일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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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유하라

    정종권 :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실패했고 정의당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부터 현재까지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계승해야 할 것과 극복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노회찬 : 담대한 변화를 통해서 강한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저의 기본 노선이다. 강한 정당이라는 것은 센 목소리만 내는 당이 아니라 지지를 많이 받는 당이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내는 것은 담대한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담대한 변화의 첫출발이 ‘진보결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적인 변화만으론 질적인 변화를 바로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진보결집을 통한 결집된 힘으로 담대하게 변화해야 한다. 담대한 변화는 노선을 오른쪽을 가지고 가거나, 진보노선을 폐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노선을 구체화하는 문제다. ‘진보를 찍어 달라, 복지를 외치니까 서민들은 우리 편이 돼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거의 없다. 가슴에 와 닿고 실질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세상인 위하겠다’는 말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낮추겠다’고 얘기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다. 민생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정치화’해서 다른 당과 정책대결을 정치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 정책대결을 정치대결로 승화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지지를 확보해내야 한다. 저는 이런 방면의 활동에 대해 나름대로 익숙하고 준비가 잘 돼 있다.

    아직까지 우리 진보정당들은 선명성 경쟁에 자신이 매몰되거나 정책을 정치화시키지 못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보관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꺼낸다. 정책 투쟁을 통해서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커나가는 점에서 아직은 대단히 취약하다고 본다. 이 부분에 있어서 담대한 변화를 통해 (국민이 생각하기에) 누가 우리 편인지를 알려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진보정당을 찍어봤던 15%의 지지자들을 복원시켜내야 한다. 또 아직까지 한 번도 진보정당을 찍어보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새로운 정치를 하는 당이 있다면 찍겠다는 사람이 최소 30%는 된다고 본다. 그런 지지를 얻어나가면서 명실상부하게 대중적 진보정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제까지 대중적 진보정당이 실패도 했지만 역사 속에서 차지했던 의미, 비중, 역할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 백년 가는 정당의 첫출발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종권 : 정의당의 지지율은 3~5% 사이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시기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노회찬 : 정의당이 왜소한 것은 1차적으로 지난 (통합진보당 내 갈등과 분열의) 과정에서 규정된 것이 크다고 본다. 2011년 통합진보당으로 모여 2012년 총선에서 13석 얻으면서 돌파를 했지만 결국엔 내부 분란과 파동으로 분당됐다. 그 이후에 통합진보당 사태, 지난해 통합진보당 헌법재판소 강제 해산까지의 과정에서 굉장히 스스로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위축됐다. 대중적으로도 평가절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통합진보당의 헌재 강제 해산 결정이 있었던) 지난해 말이 그 바닥(진보정당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국민 다수의 눈엔 국민들에겐 문제 많은 어떤 진보정당은 없어지고, 제대로 된 새로운 진보정당은 아직 눈에 잘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본다. 아직 국민들의 인식에는 과거에 문제가 많았던 진보정당의 기억으로 자욱하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정의당은 그래도 정의당을 이해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지지율이 4~5% 정도 유지되고 있는 거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합리적인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꽤있다.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새로운 기대와 지지를 담아낼 그릇을 올해부터 만들고 그 그릇을 갈고 닦아서 국민 마음을 채워내는 과정을 밟겠다는 거다.

    정종권 : 진보정당은 운동권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들이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의당은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에 비해 기층 민중들과의 관계, 현장투쟁에서의 결합력이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정책으로 일부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회찬 : 정확하고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권 정당을 탈피하자는 것이 운동을 탈피하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운동권의 폐습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부의 문제, 내부의 경쟁과 다툼, 패권에만 몰두해왔던 그 폐습에서 탈피하자는 것이고 대중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운동권 내부의 동류의식에 갇혀있는 문제를 극복하자는 뜻이다. 오히려 더 많은 운동이 필요하고 그 운동과 함께 가야 진보정당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여러 차례의 분당과 갈등, 반목 그리고 탄압 속에서 당이 대중과 대중조직에 있는 분들로부터 수많은 실망을 줬다. 서로 거리가 멀어졌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하나 있다.

    다른 하나는 진보정당의 궤멸과 동시에 사회운동, 농민운동, 노동운동, 심지어는 시민운동 까지도 상당 부분 위축되고 영향력이 쇠퇴한 것이 사실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진보정당은 공을 들여서라도, 시간 걸리더라도 대중운동과의 관계를 복원시켜 나가는 일에 나서야 한다. 또 다양한 풀뿌리 운동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운동의 맥락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상인을 새롭게 조직하거나 학부모를 통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의 새로운 조직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고 그 속에서 운동들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일도 새로운 진보정당의 굉장히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진보정당이 성장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집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하나는 진보적 지식인이나 인텔리들의 지지 기반도 상당히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것들을 해결할 만한 계획은 있나.

    노회찬 : 이번 주 목요일에 경북 포항에 갈 예정이다. 포항 사정을 들었는데 만일 이번에 진보 재결집으로 4개 주체가 통합을 하면 어느 당에도 속해있지 않는 동시에 아직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적지 않게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보 재결집을 통해서 노동세력들이 다시 진보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노동에도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알바로 대표되는 청년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선언, 구호, 주장을 넘어서서 운동 속에서 사람이 조직화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선순환적인 사업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 노동운동이 당을 만드는 나라도 있지만 당이 노동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진보적 지식인과 거리를 생긴 것에는 진보정당의 책임이 크다. 진보정당의 분열 상황과 내분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이번 진보 재결집을 통해 해결해나간다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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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정의당과 새정치연합과의 거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당 밖에서 보면 새정치연합의 2중대 노선, 야권연합 나아가서는 빅텐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있다. 새정치연합과의 관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노회찬 : 새누리당은 언급할 필요도 없고 새정치연합에는 혁신위원회가 있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한국정치의 혁신은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정치의 혁신이 가능하려면 정치 자체가 보수와 진보 두 축으로 재편돼야 한다. 그래야만 생산적인 민주주의로의 발전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의 원대한 목표이다. 그러나 당장의 진보가 진보-보수 양 축의 한 축을 이루기는 아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당이 새정치연합에 들어가는 것이 새정치연합을 강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양대 축으로 한국정치를 변화시키는 지름길도 결코 아니다.

    지금으로 봐선 제3정당인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가지면서 독자적 영향력을 발휘할 때 한국정치의 전체 판이 더 건강해진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기본노선이다. 이 기본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총선과 대선 등에 있어서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강화시킨다는 전제하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리 진보정당 지지층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떠한 (새정치연합과의) 전술적 연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정의당의 지지율 정도로는 선거연대가 가능하지도 않다. 진보정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대전술을 펼치고 싶다면 지금보다 진보정당의 정치적 힘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 때문에 진보정당 스스로, 자력으로 정치적 힘과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정종권 : 진보정당의 독자적 발전과 성장 전략이라는 전망하에서 선거에서의 전술적 연대에 대해선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앞과 뒤가 바뀌어선 안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그런데 그 의지가 구체화되기 위해선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정의당의 지지율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혹시 야권연대가 아닌 또 다른 총선 승리 전략은 있나.

    노회찬 : 정의당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게 아니라,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권연대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지금보다는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두 배 이상이 돼야한다. 우선 야권연대를 논하기 전에 그 독자적이고 자체의 지지율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노회찬이 새 당대표가 되면 할 일이다. 진보대결집이나 담대한 변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보적 가치들을 국민들이 뜨겁게 받아들이는 그리고 정치판에서 정책경쟁을 선도해나가는 다부진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의 낮은 지지율로는 30명 이상의 정의당의 총선 후보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누가 나오려고 하겠나. 그렇기 때문에 지지율 높여나가는 과정에서 진보 재결집이라는 새로운 힘, 또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바깥에 있는 시민사회계에 새로운 진보정치의 일선에 함께 뛰자고 강력하게 제안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100여명의 후보는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그럴 때 연대든, 뭐든 다른 얘기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새정치연합)은 현재 연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한 생각이 변하려면 상황이 바뀌어야 하고, 상황의 변화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정종권 : 연대하려면 강한 정당이 돼야 하고, 강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진보 대결집 등도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현재 정의당이 강한 정당이 되기 위해 해결할 현재적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노회찬 : 정의당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은 확보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그 속에서 커나갈 수 있는 태세와 의지는 아직 부족하다. 저는 이번 당대표 선거가 그런 정치의 의지와 태세를 만들어가는 선거라고 믿는다. 정의당이 그런 의지로 스스로를 무장할 때 상황과 조건의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지금 정의당 당원이 1만 5천명 정도이다. 원내 3당이라는 유리한 위치도 있지만 총선의 후보로 나갈 수 있는 숫자는 과거의 진보정당들 경험에 비하면 매우 적다. 우리의 잠재적 가능성을 현실화하면서 이 약점을 극복해나가는 것은 지금부터 내년, 그리고 내년부터 1년 8개월 후인 대선까지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정의당의 당조직이나 당원 분포를 살펴보면 부산, 경남, 울산, 경북, 강원 등의 동해안 지역에서 그리고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취약하지 않나 싶다. 이에 대한 평가와 계획은?

    노회찬 :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을 배출하지 않았나, 노동당도 창원, 거제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알고 있다. 도로 민주노동당의 옛날로 돌아갈 생각은 없고 또 그런 과거의 옛날을 복원하는 게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 함께 하는 세력과 사람들을 모으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현재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정의당의 전국 조직화를 더 강화하고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정종권 : 진보정치의 통합과 재편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주장이 많다. 현 상황에서 진보정치에서 유일한 원내정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정의당의 포지션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진보정치 재편 통합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노회찬 : 진보대결집은 미루어진 숙제다. 이것은 역사적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또 포기해선 안 되는 과제다. 이것을 못 해내고 후세에 넘기는 것은 큰 과오다. 그리고 진보재결집을 통해 그간 침체일로에 있었던 과정을 종식하고 이제는 희망과 발전의 길로 나서는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은 진보의 과거를 보고 현재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진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우리를 선택하지 않는 대중을 원망할게 아니라, 왜 대중이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는 겸허한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그러한 반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는 새로운 노력과 방안, 접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진보재결집을 통해 만들려는 희망이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모이면 커지고, 커지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모인 이후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정치적 의견과 생각들의) 공존의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존은 우리의 목표이고 함께 가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존하기 위해 이제까지 너무 많은 비용을 치렀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서로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실사구시, 두 번째는 대중주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뒤로 미룰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이해하는 만큼, 소화하는 만큼만 우리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오랫동안 다원적 민주주의를 주장해왔다.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존중해야 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함께 모여 그 속에서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원적인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사하느냐, 안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과정은 리더십의 실패라고 보는데, 생각이 다양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힘을 더 낼 수 있는 상황을 못 만들어낸 그 리더십의 실패라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 리더십은 거래로 인한 야합 속에서 있을 수 없고, 기계적인 복종을 강요해서 될 것도 아니다. 수의 우위를 중심으로 한 민주집중제도 이제는 안 된다. 저는 이제 민주집중제를 버려야 한다고 본다. 숫자와 상층권력의 우위를 통해서 조직의 일체화, 획일화를 도모하는 것은 특정한 조건의 혁명의 시기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개방적인 시대와 조직 공간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

    정종권 : 다 좋은 말씀을 하셨는데, 대화 속에서 빠진 게 있다. 바로 이념의 문제가 있다. 정의당이든, 진보결집으로 재구성된 진보정당이든 이들이 가져야 할 이념적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이념적 측면과 전망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노회찬 :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함께 하려고 하는 진보정당이 책임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 약속할 수 있는 사회는 굳이 따진다면 “북유럽형 사민주의 국가”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나라와 역사성이 다르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은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 낸 사회체제 중 지속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와 복지를 보장했던 체제 중 가장 나은 체제는 사민주의 체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민주의 체제가 인간이 이상으로 삼을 마지막 체제라는 것에 대해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훨씬 나은 체제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체제들은 이론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기엔 아직 이른 부분이 있다는 거다. 앞으로의 과제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당에는 사민주의가 아닌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많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양당 다 문제가 많다’는 사람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고, ‘사민주의도 문제 많다, 사민주의를 넘어서서 사회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람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돌할 것이 전혀 없다.

    다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설명할 때 특정한 이념의 틀을 빌려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정책과 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설득하는 것이 좋을지는 굉장히 실용적인 문제라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내부에서 논의하고 선택하면 될 것이다.

    정종권 : 2011년의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내부에서의 격렬한 통합-독자 논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진보신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탈당을 선택했다. 민주노동당을 분당하고 진보신당을 함께 창당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던 구 진보신당, 현 노동당의 당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시의 노회찬, 심상정과 같은 지도자들의 탈당, 결별 선언에 대해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다. 이번에 다시 노동당 등과의 진보재편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노동당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노회찬 : 지난 날 국민들을 책임지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함께 하고 있던 수많은 동지들과 더 끈질긴 노력으로 뜻을 맞추고 함께 행동하지 못해 많은 동지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과 사과”를 표명한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몇몇 개인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관철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지만 뜻을 모아서 조직적으로 함께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저의 책임도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상처받은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은 앞으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 미안함은 용서 받음으로써 씻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가 실현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꿈을 조속히 실현하는 과정에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당부 드린다. 우린 만나야 한다. 만나서 더 큰 바다를 향해서 더 낮은 곳으로 함께 나아감으로써 얼룩진 과거도 발전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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