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국민 서명 18만여명 제출
    청년과 저임금 노동자층 호응 높아
        2015년 06월 24일 12: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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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 9년 연속 동결 입장을 내는 기록을 세웠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어 고용이 축소되고 폐업하는 곳이 두루 생길 것이라는 이유다. 이에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보여주는 서명 운동 결과를 발표해 경총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최저임금 1만원 국민 서명 운동’에 17만7천420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가 전혀 없었음에도 전국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노동자, 시민 등이 참여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향후 최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할 지도 모를 청소년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중장년층의 호응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은 23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3월 12일부터 6월 22일까지 온·오프라인(오프라인은 5월 4일부터)으로 진행한 최저임금 1만원 국민 서명운동의 결과를 발표했다. 22일 기준 총 17만7천420명(온라인: 12,197명/오프라인: 165,223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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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 모습(사진=노동과 세계)

    이 서명운동에 민주노총 조합원 외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최저임금 제도에 몇 가지 문제점을 보여준다. 우선 정부가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이 밝힌 사례를 보면, 서명운동 과정에서 경기지역의 청소년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알바비도 오르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부의 홍보 부족과 아울러 노동권 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울산지역에서는 남편의 월급을 걱정하는 가정주부들, 부모의 월급이 올랐으면 좋겠다며 청소년들이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최저임금이 단신 미혼노동자의 생계비가 아닌 가족 생계비로 책정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 한 사회복지사는 3차례에 걸쳐 1천 명이 넘는 서명지를 제출했고, 제주지역의 여고생은 선전문과 서명용지를 가져가 반 친구들의 서명을 받아온 경우도 있었다. 모두 자발적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사실상 최저임금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민주노총의 정규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도 참여했다. 메르스 사태로 방역활동에 최일선에 있는 보건의료노조에서도 1만여명이 서명이 참가했고, 현대자동차에서는 1만3천139명, 금속노조에서는 3만여명이 참가했다. 비정규직 조합원이 다수인 민주일반연맹은 전 조합원이 서명을 했다.

    앞서 노동계는 △양극화 심화 △내수 진작을 통한 선순환 구조 형성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흐름에 부응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안정적 생활 도모를 위한 생계비 충족 △양극화 해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16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 월급 2백9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은 이미 2001년 이후 14년간 국민경제생산성보다 2배 이상 증가되어 왔고, 중위임금에도 근접해 있는 만큼 그간 충분히 올랐으므로 추가적인 인상은 필요 없으며, 이제 최저임금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을 노동계의 주장대로 1만원까지 대폭 인상할 경우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소기업 4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80% 가까이 인상될 경우 29.9%의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고, 25.5%도 인력 감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민주노총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신용카드 수수료 폐지,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저지, 최저임금 인상 후 지원 대책 등을 제안했다. 전국 중소영세상인의 모임인 전국유통인연합회 또한 노동계의 주장에 공감하며, 노동자와 중소영세자영업자는 함께 가야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의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경총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양심이 퇴화된 괴물”이라며 “사실상 노골적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그야말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작자들이며, 야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작태가 아닌가”라며 “양심이 퇴화된 그들은 한 때 저축도 할 만큼 최저임금이 충분하다는 말도 했었다”며 밀실에서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소득불평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단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라며 “국민들은 자나깨나 일자리 걱정에 경제 걱정인데, 경총은 이를 악용해 자기들 금고나 채울 생각을 한다. 전쟁통에 돈 벌 궁리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 추세로서 각 정부가 인상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그래비티페이먼트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댄 프라이스는 직원 최저임금을 2017년까지 연 7만달러(7674만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며, 자신의 임금도 직원수준으로 삭감했다”는 회의 사례를 인용하며 “이런 흉내는 못 낼망정 동결안을 내놓고 올리면 노동자를 잘라버리겠다는 게 할 소린가”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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