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문제에 대하여
[교육담론] 시스템, 이해관계가 문제
    2015년 06월 22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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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가 사회적 화제이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현행 수학교과를 20% 정도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선행교육, 사교육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년 간 금천구 등지에서 주로 수학을 가르쳤다. 이 경험을 토대로 수포자 문제에 대해 진단해 보겠다.

수포자는 다음의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는 제 학년에 걸맞는 수학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학생 둘째. 수학과목을 극도로 싫어하는 학생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위 두 가지 부류의 수포자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첫째의 경우는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해당 학생의 실력에 맞게 찬찬히 가르치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풀다 보면 수학과목에 대한 극도의 저항감도 사라진다. 수학은 문제가 풀릴 때 묘한 성취감을 주는 과목이다. 따라서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진다.

너무 단순하지 않냐고…. 필자는 지난 3년간 금천구에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중학생의 경우 한 두달만에 30~40점 올리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한번은 일차방정식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특성화고 2학년 학생을 2학년 2학기 내신에서 전교 1등을 만든 적도 있다.(각각 100점, 96점)

위와 같은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학원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초기 나눔학원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학원 오는 시간을 학생 자율에 맡겼다.(학생들이 오고 싶을 때 와서 가고 싶을 때 가는 것), 그리고 강사와 학생의 비율을 1:10~15 정도로 유지했다.(보통은 1대 40 이상이라고 한다) 또 나는 내가 맡고 있는 학생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일일이 문제를 손으로 써서 만들었다.

나는 지금도 위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수포자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시스템이 불가능한 이유는 내용적인 이유(수학이 어렵거나 특별한 과목)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학교의 경우 수준이 다른 30~40명의 학생들을 함께 모아 놓고 공부한다. 그리고 진도나 수업시간은 규격화. 획일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번 뒤쳐진 학생들이 공부를 만회할 기회가 없다. 현 시스템대로라면 한 반에 두 명의 교사가 들어가거나 수학 부진아들을 전담하는 별도의 교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정도만 보장돼도 수포자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이해관계 때문일 것이다. 한 반에 2명 이상의 교사가 들어가는 것은 학업의 질을 위해서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나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반면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나눠 쓸 것인가와 관련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수학 부진아들에게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의 문제이다. 학교를 평가할 때 학습 부진아들의 퍼센트를 주요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필자처럼 학원을 운영하면 돈을 벌 수 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품이 덜 든다. 이들은 강의식 수업이 가능하고 학습 열의도 높기 때문이다.

반면 수포자나 수학 부진 학생들의 경우는 1:1 아니면 1:소수의 학생으로 수업을 해야 하고 학생의 기분 상태 등을 고려한 유연한 수업 배치가 필요하다. 덕분에 가르치는 시간에 비해 구조적으로 수입이 적다. 수지를 맞출 수 없는 것이다. (학교 현장으로 또는 고만고만한 행사 비용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공공 예산 중 일부를 전용할 수 있는 발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위와 같은 사교육 모델이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시도했던 것은 월 150~200만원 정도 받는 중년의 은퇴한 인텔리들, 30대 초반의 고학력 인텔리들을 규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유능한 부류는 새로운 사교육 모델을 실험하기보다는 돈벌이에 치중했고 역량이 부족한 또 다른 부류는 소박한(?) 삶에 만족하기보다는 헛된? 꿈을 갖고 있었다.

결론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수포자 문제는 수학 분량이나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사회발전 추세를 고려하면 오히려 수학과학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문제의 핵심은 수포자들을 체계적으로 소화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공교육 교사들에게는 그럴 인센티브가 없고 사교육 관계자들에게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발상을 바꿔 수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문제를 돌려 생각해보자. 과연 현 상황에서 수포자만 문제일까? 즉 다른 과목은 문제가 아니고 학교는 매우 순조롭게 돌아가는데 유독 수학과목만 문제라서 수포자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학교는 정상이 아니다. 수학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 아니 수업시간 거의 전부가 문제이다. 그런데 수학만 유독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학과목이 같는 특수성 때문이다.

국어나 영어는 한번 뒤쳐져도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데 수학은 그게 어렵다는 점, 다음으로는 점점 수학의 비중과 수학 성적에 따른 변별력이 커지고 있어 수학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은 수포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직한 질문은 수포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학교 현장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이다.

질문을 정직하게 조정하는 순간 공교육-사교육이라는 구도는 사라진다. 이 구도 안에서 세상을 보는 한 수포자 문제에 대한 해법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는 첫 시작은 공교육 정상화-사교육 악마론과 같은 일면적 시각부터 교정하는 것이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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