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4조직,
    최저임금 공동캠페인
    신촌 명물거리서 진행 ... "삼각김밥 말고 맛있는 밥 먹고 싶어요"’
        2015년 06월 18일 06: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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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그 어느 해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달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계는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재계는 중소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쪽에서조차 회의론이 터져 나온다. 노동, 시민사회, 정치권에서 제 아무리 떠들어봤자 ‘찔끔’ 인상 밖에 더 되겠냐는 거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정이 치열하게 논의해봤자,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인상 수준을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정작 당사자인 최저임금 노동자조차도 그동안 자신의 임금이 얼마가 될 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만큼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 논의에 대한 관심이 높고, 희망을 가지는 청년 노동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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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4조직 공동캠페인 모습(이하 사진=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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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노동당·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서명 캠페인 열어
    “최저임금 1만원…정부 아닌 청년, 노동자, 시민이 정하자”

    정의당 천호선 대표, 노동당 권태훈 부대표,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대표 등은 신촌 명물거리에서 만나 최저임금 1만원 대폭 인상 요구에 대한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된 최저임금을 당사자인 청년, 노동자, 시민이 직접 정해보자는 취지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 휴가 나온 군인, 메르스 차단 마스크를 쓴 40대 여성, 어린 자녀들과 나온 아버지, 여고생들이 최저임금 캠페인을 구경하기 위해 발길을 멈췄다.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아 든 노동당 권태훈 부대표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범국민 서명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며 “우리나라 1인 가구 표준생계비가 216만원이다. 사람 1명이 일을 해서 사람답게 살 수 있으려면 216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도 206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4개 조직에 의해 새롭게 구성될 진보정당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권 부대표는 “최저임금이 5580원밖에 안 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가 개선해 나가겠다”며 “새로운 진보정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대표 또한 “마이크를 잡기 전에 식당 커피숍을 다녀봤다. 커피 한 잔에 5000원씩 하는데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한 시간 노동의 대가가 겨우 커피 한 잔이라면 너무하지 않나. 식당은 또 어떤가. 갈비탕 한 그릇에 7천원, 8천원 어디는 1만원까지 한다. 한 시간을 일해도 밥 한 끼를 먹을 수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시민, 청년, 학생이 나서서 한 시간을 일하면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손으로 최저임금 1만원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중소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나마 근근이 유지하던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알바생’과 반대하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논의에서 갈등 구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는 쪽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당장 경영난을 겪을 중소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카드 수수료 폐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대한 대기업 횡포, 대기업 골목상권 침탈 방지 등 종합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영세상인분들 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며 “영세상인을 괴롭히는 유통업 갑을 관계도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하청기업에 대한 횡포도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1만원까지 올라야 대한민국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고 서민의 경제도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대표는 이어 “얼마 전까지 세계 경제학자들은 기업에 투자해야, 임금이 낮아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얘길 하지 않는다”며 “이번 달 말에 결정될 최저임금, 잘해야 6천원 넘을 것 같다고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적어도 1시간 일하면 담배 두 갑은 살 수 있고 적어도 빅맥 두 개는 먹을 수 있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친구와 나눠먹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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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1만원 받으면 뭐하고 싶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예상보다 컸다. 청년들의 주된 문제인 최저시급에 대해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메르스 차단 마스크를 쓴 40대 여성, 등산 가방을 짊어진 중년층 남성도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만약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보는 버킷리스트 행사도 있었다. 버킷리스트를 적은 종이에는 비싼 월세와 등록금,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 외에도 ‘삼각김밥 말고 맛있는 밥 먹고 싶어요’, ‘전공교재 안 팔고 모으고 싶어요’,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어요’, ‘취미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어요’ 등 청년들의 고단한 생활을 느낄 수 있는 글귀들도 눈에 띠었다.

    정의당 서대문구위원회 임한솔 위원장은 “등록금 내고 생활비, 용돈, 교통카드 충전하는데도 돈 많이 든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알바를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며 “여자친구, 남자친구 만나면서 데이트 비용 부족하지 않게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 등록금도 마련하고 남으면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수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여러분이 직접 열어 달라”며, 청년, 학생에 호소했다.

    노동당 비정규실에서 근무하는 표석 씨도 “저도 최저임금 노동자다. 부모님과 같이 살기 때문에 생활비, 집세 내지 않아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노동자는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야근과 연장근무가 일상화된다”며 “그러다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 취미시간, 여가시간 등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변해야 한다. 그 변화가 바로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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