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정국 틈타
    부적격 후보자 총리로 인준한 것"
        2015년 06월 18일 06: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흘간 청문회에도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안이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황 내정자는 병역비리, 전관예우와 청문회 막판 불거진 사면 로비 등 그를 둘러싼 거의 대부분의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해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전날 여야의 합의대로 황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안을 표결에 부쳤다. 총 278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석했고 찬성 156명, 반대 12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정의당 의원 5명은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부적격 인사라고 판단,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황 내정자 인준을 서둘러 온 만큼 표결에 참석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본회의에 앞선 의총에서 표결 참석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메르스 사태 등을 감안해 반대표를 던지는 쪽으로 당론을 정하고 표결에 참석했다.

    이로써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받은 이완구 총리의 사퇴로 이어진 총리 공백 사태가 52일 만에 끝났다. 하지만 일부에선 야당 의원들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만큼 이완구 전 총리에 이은 ‘반쪽 총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문정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 내정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유감을 표했다.

    문 대변인은 “낯 뜨거운 전관예우와 사상적 편협함은 물론 법무부 장관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을 무마하려고 했던 황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부터 낙제점을 받았다”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표결에 참석해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들었다.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과 덩치만 큰 무기력한 제1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민심과 얼마나 동떨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고, 정부의 기틀을 바로 잡아 국가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황교안 총리의 부적격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와 극심한 가뭄으로 국민의 불안과 고통이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까지 더해 드릴 수 없다는 대승적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메르스 컨트롤타워’인 총리의 공백을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새정치연합의 해명과 달리 일부에선 ‘이제 와서 총리가 무슨 메르스를 잡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컨트롤 타워가 될 준비가 되어 있겠나”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특별한 역할이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임명동의안 통과를 규탄하며 “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를 명분으로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밀어 붙였지만 어린아이도 웃을 일”이라며 “최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의 무능이 과연 총리 인준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메르스 정국을 틈타 부적격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한 것은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 불신만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무총리로서 많은 결격사유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자질 따위는 고려치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면서 “더욱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버티기로 일관했던 황 후보자를 국회가 인준한 것은 인사검증과정을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이 표결에 참석한 것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반드시 재가결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오늘 고육적인 결단을 내렸다”며 “공무원연금법 합의와 국회법 중재안 수용에 이은 세번째 결단이다. 오직 국민만 보고 내린 결단임을 강조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새누리당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황 내정자 임명동의안 통과에 대해 “전 국민을 불안케 하는 메르스 사태를 조속히 종식시키고 다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 달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른 합당한 결과”라며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 메르스 사태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려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