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와 '진보 결집'
    [릴레이기고2] 남은 시간 별로 없어
        2015년 06월 15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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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수정치세력의 현황과 셈법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 혁신위원회 관련 뉴스가 넘치고 있다. 하지만 새정련 내부를 들여다보면 당직자와 의원들 모두 내년 총선의 공천 전초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 조국 혁신위원 등에 대한 호불호와 가타부타가 난무하는 이유는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혁신안이 공천에 끼칠 영향력 크기 때문이지 수권 가능한 좋은 정당을 만들 수 있는 혁신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 아니다.

    지역구 출마자들은 자기 편 당원 수 늘리기에 여념이 없으며 누구에게 줄을 대야 공천이 보다 확실해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련의 혁신이 뼈를 깎고 거죽을 벗겨낼 정도의 진짜 혁신(革新)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정련의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며 새정련을 탈당하여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정동영 전의원은 탈당했지만 여의도 입성에 실패하고 장고중이다. 작년 9월 경 박영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탈당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바야흐로 새정련은 구심력보다는 각자도생의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국무총리의 임무는 사정(査正)이다. 사정의 칼을 들고 대통령이 직, 간접으로 새누리당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셈법이다. 털면 털리는 여당 의원들은 감히 그녀의 공천권 행사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십상이다. 김무성-유승민 연대가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권력의 균형추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미래 권력에 기울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이다.

    왜 이런 정국이 펼쳐지고 있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 사이가 1년 8개월이나 된다는 점,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리더쉽으로 인해 지체되었던 야권재편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2. 16년 총선과 17년 대선 사이의 시간, 1년 8개월

    각 정치세력들의 중단기적 목표는 6,7,8 시리즈에 맞춰져 있다. 16년 총선, 17년 대선, 18년 지방선거 말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도 잘 들여다보면 결코 하나의 국면이 아니다. 16년 총선은 4월, 17년 대선은 12월, 18년 지방선거는 6월. 단언컨대 18년 지방선거는 17년 대선의 승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다. 새 정권과 국민들의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이니 말해 무엇하랴.

    그렇다면 16년 총선은? 2012년 총선이 각 정치세력이 대선 진용을 갖추고 치른 선거라면(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민주노동당 등과 야권연대를 통해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를 준비했으며 그 정점은 2012년 총선에서의 통합진보당과의 선거구 조정이었다), 내년 총선은 대선 진용이 갖추어지기 전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특징이 있다.

    16년 총선과 17년 대선 사이에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존재한다. 즉, 야권의 대선진용은, 그것이 야권연대든 하나의 정당이든, 16년 총선 후에 짜여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새정련 브랜드로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 내지 대선에서의 집권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는 순간, 새정련은 분당될 수밖에 없다. 지금 새정련에는 각 계파를 안배하여 공천을 좌우할 수 있는 DJ의 리더쉽도 없고, 계파들이 각 계파의 이해를 스스로 조정할만한 정치력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새정련의 각 계파들은 각자도생하여 16년 총선에서 수확한 각자의 정치적 자산을 근거로 새롭게 대선진영을 짜들어가면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울 개연성이 높다. 천정배 의원의 탈당과 호남정치의 복원이라는 수사 역시 총선에서 획득한 자신의 지분을 가지고 17년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정련 혁신위원회의 활동 결과와 내년도 공천 여하에 따라 새정련은 각 계파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경쟁할 것이냐, 아예 살림을 따로 차려 자신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새정련은 분열한다. 그 분열이 당 내이냐, 새로운 정당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3. 신뢰받는 야권주도세력의 구축인가 1.5 정당체제의 고착인가

    어떤 세력은 새정련을 탈당하여 바로 새누리당으로 입당할 수도 있고, 어떤 세력은 새정련과 새누리 중간에 합리적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을 만들었다가 총선과 대선을 전후하여 새누리당에 자진 흡수당할 수도 있겠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새정련 왼쪽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새정련 왼쪽 세력은 생존하지 못하고 새누리와 새정련 중간지대 정치세력이 야권 주도세력이 될 경우, 한국의 정당체제는 일본의 1.5.정당체제, 즉 압도적 보수여당과 정권교체 불가능한 야당이라는 정당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편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로운 야권 주도세력이 형성될 경우(안철수는 갔지만 한국사회에서 안철수 ‘현상’의 잠재력은 여전하다), 기존 새정련의 야권 이니셔티브는 급격히 새로운 세력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1.5정당체제로 가든 새로운 야권 주도세력이 탄생하든, 2016년 총선에서의 야권 정치세력의 각자 도생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은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으로 지연되었던 야권개편의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천정배, 정동영의 탈당, 박영선의 탈당 고심, 이상돈 교수의 새정련 분당론은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사이의 1년 8개월의 시간, 지연된 야권 개편이 현재의 취약한 새정련의 구심력이라는 조건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예정된 이벤트였다. 따라서 새정련 혁신위원회 등을 통한 봉합으로 새정련의 각 계파의 각자도생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야권 재편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야권재편이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는 이제 관심사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정치세력이 재편되는 야권의 이니셔티브를 가질 것이냐이고, 어떤 세력이 그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이 한국정치와 우리 국민들에게 바람직할 것이냐이며, 소위 진보정치세력은 이 야권재편의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이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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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노동당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대표자 공동선언 모습

    4. 신뢰받는 야권 주도세력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신뢰받는 야권 주도세력은 만들어져야 하고,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주도세력이 만들어지기 위해 갖추어야할 것은 무엇인가? 물론 많은 것이 준비되어야 하겠지만, 가치중심의 분명한 노선과 현대적 정당조직, 그리고 리더쉽 집단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문서 위의 계급성이나 최대 강령이냐 최소 강령이냐는 식의 현학적 논의로는 심정적 동의와 실천적 지침이 되는 노선은 만들어질 수 없다. 나는 가치 중심의 노선의 핵심 가치는 역시 노동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은 노동의 가치실현 없이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적 정당조직은 지지자와 국민들에게는 개방적이고 정치인의 유입 경로, 그리고 당직과 공직후보자 경쟁의 룰은 분명해야 한다. 가장 분명한 정치인 유입경로와 경쟁의 룰을 가진 정당은 사실 새누리당이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데 있어서도 새누리당이 가장 엄격하다. 공천 물갈이 수준도 가장 높은 곳이 새누리당이다. 새정련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진보정치세력들은 확립되저 있지 않거나 대중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자폐적이다.

    어떤 리더쉽이어야 하는가? 개인의 일시적인 인기에 영합하거나 그 명망을 공학적으로 부풀려서 장사를 하려는 방식의 투기적인 리더쉽 추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등 리더 개인의 자기실현 욕구나 감정기복에 따라 출렁거리는 정치세력이라면 국민들이 어떻게 그 세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백마 타고 오는 초인들은 대게 역사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정치적 근육이 성장할 틈도 없이 총총히 사라지고는 한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적어도 위의 세 가지를 갖춘 야권 주도세력이 단기간에 만들어 질 수 있겠는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소위 구악을 싹 다 밀어버리고 제로 베이스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종류의 사업이 아닌 이상, 현재의 가능성으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능성의 측면에서 상정해볼 수 있는 방안은 가치 중심, 노선 지향의 야권 세력의 선결집이다. 즉, 노동의 가치 실현, 복지국가 지향이라는 노선을 합의의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을 구성하여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 국면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와 복지국가 지향이라는 노선에 합의하는 정치인과 세력이라면 과거를 묻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게 반성문 제출을 선행 조건으로 연대나 연합을 운위하는 것은 유치하다.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어렵지만 정치인과 정치세력에게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반성은 현재 자신이 지향하는 것과 그 행태가 비판받는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보여줌으로서 추정되는 것이지 반성문 제출 여부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소위 반성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지목받은 사람이나 세력보다 그들을 지목하는 세력이 새롭게 형성되는 세력 내에서 주도력을 발휘하여 노선과 실천에서 반성해야 할 과거와 확실히 단절된 새로운 실천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는가이다.

    물론 연대와 연합, 결집의 기본적인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자신의 노선과 행동방식에 대해 100% 확신하는 사람이나 세력과는 함께 하기 어렵다. 자기 확신이 100%인 사람들은 진리의 검증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고, 합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체화하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념의 강자들은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주의에 필요한 신념은 상대방도 나도 모두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다는 신념이다.

    그렇다면 소위 진보정치세력들은, 노동당은 신뢰받는 야권 주도세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5.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보정치 세력 모두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떻게?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처럼 원탁회의를 해야 하나? 2011년 통합진보당 창당 때처럼 강령 및 지분을 합의하는 정파 간 합의 테이블을 열까? 정의당을 고쳐 쓸까? 노동당을 고쳐 쓸까?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이미 노동당과 정의당은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제공해 줄 수 없는 정당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원탁회의 등 흘러간 방식의 재현으로는 혁신도 통합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감동이 없다. 왜 그런가? 과거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정당은 운동권 연합정당의 재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이지 운동권 연합정당이 아니다. 운동권의 역할과 자기소임은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과 안착이지 운동권 자신만의 정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주목해야할 지점은 지금이 광우병 촛불 이후, 세월호 참사 이후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현상’이다. 즉,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수의 국민들이 대중운동을 촉발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을 정당정치의 주역으로 만들지 못하는 정당은 결코 진보적일 수도, 대중적일 수도 없다. 그리고 이들은 안철수 ‘현상’에서 보았듯이 현실적 가능성이 보일 경우 급격히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조직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들을 누가, 어떻게 조직화 할 것이냐이다. 현실적 가능성의 제시, 그리고 진보운동진영의 조직력과 용의주도함이 필요하다. 즉, 위에서 언급한 야권재편의 국면에서 노동의 가치와 복지국가 지향의 실천 집단의 형성을 통한 현실적 가능성의 제시와 기존 진보운동진영의 조직력과 용의주도함, 헌신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어야 행동할 의지가 있는 대중들을 조직해서 진보적 대중정당의 발전 전망을 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의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은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유효했고, 통합진보당 창당에서 끝을 보여 준, 운동권 테이블에서의 창당이 아니라, 대중적 흐름을 만들어 이를 등에 업고 시작해서 기존 진보운동진영의 용의주도함과 헌신으로 아래에서부터 계급성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겨우겨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을 빼앗기는 거라고? 누구를 위한 누구의 주도권인가? 나는 우리들만의 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자신이 없다. 광장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이미 진보화 되어가고 있는 대중들을 정치적으로 조직하지 못한 채 문서 위의 계급성에 천착하고, 계급의 대표자인양 행세하며 기실 자신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계급성의 탈각, 원칙의 훼손을 운운하는 일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정치공학이라고? 맞다. 정치공학일 수 있겠다. 그것도 어찌 보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정치공학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를 하겠다는 세력이 정치공학을 혐오해서야 어찌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혐오증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정치를 그만 하시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더 좋지 않을까.

    6.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까지 비판의 꺼리가 넘치고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진보정치의 재건을 논의하는 사람들의 정세분석과 상상력, 관점을 다시 점검해 보자는 것 때문이다.

    새정련의 분열은 일과성이 아니다. 지금은 지연되었던 야권이 재편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지금은 촛불 이후, 세월호 이후, 안철수 ‘현상’ 이후의 시기이다. 이 시기 신뢰받는 야권 주도세력을 구성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매우 필요한 과제이다. 그 신뢰받는 야권 주도세력을 진보정치 세력이 주도했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정치가 진보적 대중정당이 주도하는 야권과 현 여권이 정권을 주고받는 체제로 발전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진보정치의 재건을 도모하는 세력은 운동권 연합정당을 넘어서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창당과 계급성의 착근을 목표로 폭넓은 연대연합의 정치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가진 주체적 역량으로 본다면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백가쟁명, 백화제방, 기존의 정치적 문법을 뛰어넘는 다양한 토론과 집단의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기존의 정지세력을 횡단하는 다양한 모임의 구성과 진보정치세력의 우선적 결집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자기 조직의 양적 확대를 우선적으로 도모하는 것은 조직의 기본적인 생리이고,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들의 생리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상상력과 실천은 자기 조직의 양적 확대를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가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생각하거나, 운동권 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 정도에 머물기 십상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대중적 진보정당의 창당을 위한 냉정한 현실인식, 익숙한 창당경로를 넘어서는 상상력과 실천, 그리고 용의주도한 헌신이 필요하다. 노동당,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의 진보결집은 새로운 야권 주도세력 형성을 위한 시작의, 시작의, 시작쯤일 것이다.

    지연된 야권 재편이 시작되는 지금, 진보정치 세력들이 대중들에게 선택 가능한 정당, 정치적 효능감을 제공할 수 있는 진보정당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역사적 책임의 방기이자 스스로를 이불 속 실천가로 만드는 자폐의 길이다. 지금 노동당이 진보결집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등대정당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세력들의 우선 결집이라는 첫발을 내딛고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사실 지금도 매우 늦었다. 1루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2루에 도착할 수 없다. 홈으로 돌아와 점수를 내는 것은 더욱 난망한 일이다. 지금은 1루에서 발을 떼고 2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해야할 때다.

    필자소개
    노동당 당원, 전 민주노동당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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