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저균 불법반입 등
    외교도 안전도 위태로워
        2015년 06월 12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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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 고조와 미국의 한국 압박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난사군도(南沙群島·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필리핀 명 칼라얀군도, 베트남 명 쯔엉사군도) 등 남중국해 일대에서 대규모 인공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미국 등이 자유로운 항행 등을 내세우며 비판한 데 이어 G7(주요 7개국) 정상들도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은 이에 반박하는 등 국제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G7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인공섬 조성을 ‘현상변경’ 행위라며, “우리는 공갈과 협박, 폭력, 일방적 행동을 거부한다”며 강한 어조를 사용해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난사군도와 그 주변 해역에 대해 다툼할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고, 관련 인공섬 건설은 주권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 두 의견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한편 지난 6월 3일(미국 현지시간) 다니엘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라”며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태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평화롭고 자유로운 항행의 보장은 필수적이며, 주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 수준인 듯하나, 미국의 기본입장이 많이 반영된 발언을 러셀 차관보 발언 직후에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탄저균

    탄저균 불법반입 사건 관련 방송화면 캡처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 사고와 비밀 실험 진행 의혹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월 27일(현지시각) “군 연구소의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한국 오산 공군기지와 미국 내 기지 등에 보내졌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은 28일 “배달된 탄저균 표본을 가지고 오산기지의 연구소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험요원 22명이 탄저균에 노출됐으나, 감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험 목적, 배달된 균의 수량 등 사건과 관련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후 언론보도를 통해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주한미군의 한반도 생물학전 대응전략의 계획이 공개되고, 특히 탄저균보다 10만 배나 독성이 강한 보툴리눔A형 독소까지 실험했을 가능성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지난 2013년 10월 ‘한-미 공동 생물무기 감시 포털(BSP) 구축 협약을 체결했는데, △탄저균 △보툴리눔 △두창 △페스트 등 10여 가지의 위협적인 생물학 작용제가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 체계라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아 국방부는 주피터 프로그램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 전체적으로는 탄저균과 같은 위험물질 반입과 실험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를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이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통보조차 않았기 때문인데, 그 까닭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9조(통관과 관세)에서 “미합중국 군대에 탁송된 군사 화물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세관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외교도 국민 안전도 위태로운 한국

    미‧중 관계가 ‘협력과 갈등’이 혼재하면서도 특히 동아시아를 둘러싸고는 군사적 측면의 갈등적 요소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남중국해 등에서는 해양영토를 둘러싸고 외교적 갈등 요소까지 증폭되고 있다. 그런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섣불리 택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적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한 능동적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핵 등 북한 요소를 현명하게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갈수록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는 게 현 정부의 모습이다.

    갈등을 빚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으며 다자 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는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 ‘안보와 안보의 교환’을 이뤄내는 대타협의 제안자이자 주체로서 적극적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질서 속 생존과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도 회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문제는 이 정부가 그런 정책을 전개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때문에 방미를 연기해 설왕설래가 있지만, 전향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미국의 호응도 주문하는 게 아니라 남중국해, 한미일 안보협력 등과 관련한 미국의 압력을 고스란히 수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탄저균이 유출되었다면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끔찍한 결과를 낳았을 수 있음에도 정부가 그것을 인지도 못하고 강력한 항의도 않고 개선책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의 극치이다. 미군 등은 비록 북의 생물학전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탄저균은 물론, 보툴리눔 등 가공할 독성 물질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가입한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이 있기는 하지만, BWC가 생물 무기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 자체가 협약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이 6.25 한국전쟁 당시 세균전을 벌였다는 ‘니덤 보고서’ 원본 전문이 최근 공개된 것을 중요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행정협정(SOFA)의 관련 조항은 꼭 개정되어야 하겠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진정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나라라면, 자신들도 가입한 BWC 등에 입각해 생화학 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비밀 프로그램을 중단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외부 이전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도 생화학 무기 및 물질의 반입을 일체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나아가 만에 하나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생화학전이라는 인도적 참화는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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