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가 현장인가?
    [교육담론] 중요한 건 학교현장
        2015년 06월 08일 1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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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적 교사들을 만날 때 듣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은 수업 중 기회를 엿보다가 사회적인 문제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것을 진보적 교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활동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다.

    학원 강사들 중에는 꽤 많이 돈을 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진보적인 활동에 뒷자금으로 대주곤 했다.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진보적인 활동가의 대부분이 활동자금을 과외나 학원 강사를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산다(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돈을 벌이들이는 공간과 사회활동 공간이 다른 점이다. 즉 학교나 학원은 사회활동 공간이라기보다는 무언가 더 중요한 활동을 하기 위한 배경 같은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런 생각의 뿌리는 민주화 시기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민주화 시기, 운동의 중심은 생활현장이라기보다는 정치현장이었다. 가령 정치적 소신을 밝힌다거나 가두시위나 집회 참석 등이 중요한 활동이었다.

    87년 6월항쟁 이후 정치공간에서의 승리를 배경으로 생활 현장을 민주화하기 위한 활동이 확산되었다. 다수의 노조가 만들어지고 생활 현장의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가 되면서 현장은 양분되었다. 98년 IMF 이후 생활 현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현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 취업자와 신규 취업자(청년들) 등으로 분화되었다. 현장을 중심으로 갈등이 재구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요한 것은 정치 공간이 아니라 생활 현장이었다. 가령 집회에 참석하거나 정치적인 글을 쓰거나 가두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그다지 심각한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한다거나 노동자가 자영업과 힘을 합친다거나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거나 하는 일들은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희생이 필요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민주화운동의 여파를 타고 신자유주의의 압박에서 어느 정도 비켜난 사람들이 생활 현장을 재조직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익숙한 정치토론, 집회 참가를 통해 진보적인 활동을 대체하려는 안이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이젠 이도 진부한 이야기지만)

    학교수업1

    학교수업 장면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교사 운동의 핵심은 무너진 학교 공간을 살리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학교를 두고 교사 운동을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다른 모든 것을 젖혀 두고라도 학교 현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것은 간혹 정치적 발언을 섞여 넣으려는 얄팍한(?) 노력이 아니라 교과 컨텐츠와 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한 사활적인 노력이어야 한다.

    학원이나 사교육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사교육 현장에서 돈을 벌어 그 돈을 다른 좋은 곳에 쓰려 하지 말고 그냥 학원이나 사교육 현장을 진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진행하자.

    사교육은 몇 가지 점에서 진보적인 활동을 하기 좋은 곳인 것 같다.

    첫째.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고 사교육 강사라는 나쁜 선입관도 없다. 학생들과 고락을 같이 할 수 있고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학생들은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 준 강사를 잊지 않는다.

    둘째. 학부모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3년 전 나는 교육생협을 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금천구에 둥지를 틀었다. 마침 이곳은 민주노총이 전략적 지구(?)로 선정한 곳이었다. 그래서 관계자들을 만나 뜻을 전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약속이 자꾸 어그러지고 꼬여서 결국 만나지 못했다. 한참을 지나 관계자를 만난 곳은 어느 토론회장이었다. 관계자는 비정규직, 가령 음식점 서비스 아줌마나 대형 마트 직원이 떼거지(?)로 사는 금천구에서 교육생협을 하겠다는 사람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고 별 영양가 없는 토론회나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사례만 더 들어 보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학원이 나름대로 진보적인 활동을 하는데 좋은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이를 함께 하자는 권유를 하기 위해 어느 지역을 찾았다. 나름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간담회 진행 도중 전날 다녀온 도시농업(?) 이야기로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나는 내 취지를 이야기했다. 월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유익한 대안 학원을 만들자고…. 갑자가 분위기는 썰렁해졌다. 알고보니 거기에 참가한 사람들 중 다수가 사교육에서 월 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월 150만원, 무료 학생, 쾌적하지만 돈이 드는 인테리어 등을 이야기하니 자신의 이해관계와 충돌했던 것이다.

    나는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위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른바 진보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된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를 지적하고 현재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발언이나 집회 참가가 아니라 교육 현장을 실제로 개조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학원에 있으면 학부모들을 너무 많이 만난다. 개중 황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도 턱없이 많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우리가 말하는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자영업이다. 학원이 그냥 운동 공간인 것이다.

    셋째는 나름의 비젼과 전망을 갖고 청년인텔리, 중년의 은퇴자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기약한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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