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환자 담당할
    의료 인력과 교육, 보호장비 부족
    보건의료노조, 현장 점검 결과 발표 및 대책 촉구
        2015년 06월 05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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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16일 째, 격리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감염이 지역사회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진한 대응책에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격리환자와 확진환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는데도 환자 치료를 위한 담당 인력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국내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메르스 사태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보건의료노조는 5일 오전 11시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의료 현장의 실태를 발표했다. 노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음압격리병상이 있는 21개 의료기관의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인력 부족은 물론 감염관리 교육을 받은 곳도 소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환자 입원 시 담당할 인력에 대한 운영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고작 6개(28.5%)였다.

    메르스 환자 투입 시 치료를 위해 즉시 투입될 인력과 교체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5.2%인 20개 병원이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렇듯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메르스 환자와 격리되다시피 하는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휴식시간도 갖지 못하는 등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로 의료진 감염에 대한 우려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현저히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간호사 및 직원들이 신종감염병 감염관리 교육 및 훈련을 받은 곳은 7개(33.3%)밖에 되지 않았다.

    의료현장 직원 사이에선 메르스에 관한 지침도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과 의료기관의 자체 대응지침을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했다고 한 곳은 11개(52.3%) 병원에 그쳤다.

    노조는 물론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보호장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 대부분 일반마스크, 덧신, 장갑, N95 마스크 등 다양한 보호장구를 갖추고는 있지만 환자 치료를 담당할 의사, 간호사, 직원이 사용할 보호장구가 충분히 확보돼 있냐는 질문에 겨우 5곳(23.8%)만이 그렇다 답했고, 나머지 16개(76.1%) 병원은 충분치 못하다고 응답했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의료진 감염이 극복되는 계기되길 바란다. 국민 건강 지키는 산별노조라는 마음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대책 수립하겠다”며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큰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 모니터링하고 보건당국에 올바른 대책 촉구하면서 지금보다 더 철저한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모습(사진=유하라)

    한편 노조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건당국이 질병관리 매뉴얼에 의한 가택격리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 또한 지적했다.

    서울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은 가택격리 1일차,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이, 성별, 가족관계 파악한 후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보건소에선 가택격리 4일차가 되도록 연락을 주지 않았고, 가택격리자가 이날 직접 보건소에 연락을 취했으나 보건소 측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연락이 없다고 답했다. 격리자는 다시 질병관리본부에 연락을 취했고, 본부는 격리자에 대한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마스크, 락스, 손세정제 등 물품을 받지 못해서 전화했냐고 반문했다. 격리자에 대한 정보가 보건소 측과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본부 내에서도 격리자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격리자는 결국 이 같은 절차를 다시 밟았고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보건소에서 다시 연락을 받았다. 보건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격리자의 몸 상태를 체크하러 방문했다. 가족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냐는 취지의 격리자의 물음에 보건소 측은 ‘마스크를 하고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는 답변만 내놓았고, 이후에 증상이 없으면 가택격리를 종료하고 업무에 바로 복귀하라고 전했다.

    이 격리자는 보건소에서 오기 전까지 가족이 사다주는 마스크와 소독티슈를 사용했다. 어린 자녀의 경우에는 현재 건강 상태도 확인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못하고 가족 모두가 가택격리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가택격리자 관리 매뉴얼이 전무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본부에서 보건소까지 연락이 가기까지 무려 4일이 지났고, 보건소 측이 격리자에게 전달한 주의사항이라고는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는 것뿐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정부에서 가정 단위로 지침을 내려 기본적 상식 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신종플루가 유행이었을 당시, 영국 정부는 환자들이 가면 될 곳과 안 될 곳, 병원 리스트 등 모든 정보를 즉시 공개하고 집집마다 배포했다.

    영국에서 기생충학을 전공한 정준호(<말라리아의 씨앗> 역자)씨는 이 같은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금처럼 정부의 정보가 통제되고 국민 스스로 정보를 공유하며 위험을 배제하다가 여러 가지 잘못된 의학상식, 잘못된 지역, 병원정보 등이 결합돼 나타날 경우가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지현 위원장 또한 “중동에서 볼 수 없는 3차 감염이 나왔다. 지역사회까지 감염 확대 없다고 단정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더 큰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며 “안이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폭넓게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장 모니터링 결과발표에 이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메르스 정보를 차단하지 말고 메르스 감염을 차단하라 ▲메르스 진료현장을 직접 방문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 ▲의료진과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위기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한 범정부적 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오염병원을 공개하고 치료병원을 안전하게 유지·지원하며 지역거점병원을 추가 확대하는 메르스 3단계 진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발생병원과 접촉대상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검사를 통해 메르스 방역망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며 “의료진 보호와 함께 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대책 또한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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