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버려진 공공의료에 의한 참사
모자란 병실, 부족한 인력...공공의료 강화 필요
    2015년 06월 05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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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현재 메르스 감염자가 최초 감염자 발생 15일만에 35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2명이 사망했으며 1,660여명이 격리되고 있다.

메르스의 정확한 명칭은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Middle East Respiratoy syndrome coronavirus)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중동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며 급성호흡기증후군과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 발표에 의하면 메르스 감염자는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1,160여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430여 명이다. 현재까지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최초로 발생한 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2014년 한국정부도 메르스를 법정 감염병 분류 기준 중 제4군 감염병으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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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메르스 대응, 무엇이 문제인가

이렇게 국가적 재난의 위험이 있는 질병인 만큼 정부의 초기대응은 신속, 정확해야 했다. 초기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차 감염자 발생을 최소화하고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자에 대한 파악과 엄격한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접촉자 중 초기 역학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자가 있었다. 확진 환자와 접촉했던 그의 딸 A씨는 메르스 검사 요구를 했다가 거절당한 후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접촉자를 파악했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확진 환자 가족인 B씨는 감염 의심 환자임에도 아무런 제재도 없이 중국으로 건너갔고,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외교적 문제로 불거졌다.

정부는 적절한 정보 제공에도 실패했다. 메르스의 전파 경로는 전염력이 낮은 비말전파인지, 전염력이 높은 공기전파인지 불분명하며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WHO는 한국 상황에 대해 공기전파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의 전염력은 낮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전염력이 낮다던 메르스는 최초 환자로부터 20명이 넘게 감염되는 엄청난 전염력을 보이고 있고, 이에 더해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는 적절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야만 하는 역할이 있음에도 감염자 격리병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각종 SNS에서는 불분명한 정보들이 난무는 등 전국적으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2차, 3차 감염자는 확산되고 있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지금 진단해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느냐다. 정부는 현재까지 병원 내 감염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감염병 관리 대책 수준을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감염병 관리를 위한 격리병상 부족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관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7개 병원에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격리병상은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현재 105개의 음압병상, 474개의 일반병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한 격리자는 1,300여 명을 넘어섰고 그 중 감염 의심자는 400여 명에 이르는데, 이에 비해 격리병상의 규모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특히 감염 전파 차단효과가 높은 음압병상의 수가 부족하다.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음압실을 갖춘 1인실에서 격리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 격리병상의 대다수는 다인실로 구성되어 있어 그 숫자에 비해 실제 격리가능한 병상은 현저히 적다.

심지어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조차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음압격리병상은 5인실 3개, 1인실 3개로 총 18병상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 병실에 환자 1인이 입원해 있어야 하기에 실제적으로는 6인의 환자만 입원 가능하며, 이미 포화상태다.

정부가 격리병원의 총량은 밝혔으나, 지역별 지정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발표한 사업계획을 통해 현황을 예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2011년 현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서울을 제외한 지역별 격리 병상 수는 평균 34개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가 밝힌 병상 수가 이 당시 계획된 병상 수보다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준비된 지역별 격리 병상 수는 이것보다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을 막아야할 시기에 감염이 발생한 지역의 격리병상이 부족해서 타 지역으로 감염자를 후송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헛소문’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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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 운영과 관리(안), 2011. 질병관리본부>

턱없이 부족한 병원 인력과 인력에 대한 안전대책 미비

병원 내 인력의 수도 부족하고, 병원 인력의 안전에 대한 대책도 미비하다. 한국의 급성기 병상 당 간호사수는 0.32명이다. OECD 평균이 1.1명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도 격리병동에서 메르스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이 부족해 각 병동에서 임의로 차출해 배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중환자실, 일반병동은 폐쇄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간호사 1명이 여려 명의 감염자를 간호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감염자를 격리하고 있는 병원 소속의 노동자들은 더욱 증가한 업무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자 본인이 일하는 공간에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알권리’마저 무시되고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무너진 공공의료, 의료상업화가 메르스 사태의 핵심원인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한국의 감염병에 대한 국가 방역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 방역체계를 담당해야 할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최근에는, 공공의료기관마저도 수익 추구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전반적인 상업화는 공공의료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도록 했으며, 메르스 전염 확산을 키웠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치료거점병원 지정에 어려움을 겪었고,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수단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부는 민간병원에 격리병상 확충 등 필요한 조치를 강제할 수 없다. 통제 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적절한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제한된 예산만 가지고 격리병상을 확보하다보니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충분한 인력 확충이 되지 않는 것 역시 민간병원 중심, 상업화된 의료공급체계를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감염환자 및 병원 관련 정보를 정부가 쉽사리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이 민간병원인 상황에서 병원 수익 문제와 직결되는 정보를 정부가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상황에 까지 놓인 것이다.

재난적 감영병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하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초기대응 실패, 언론 보도를 통한 민심 호도, 때늦은 부실한 대책…‘세월호 사태’와 유사한 전개임을 느끼는 것은 과장된 생각일까?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초기대응은 실패했다.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점이다.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감염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는 한편, 격리시설 확충을 통해 전파를 확실히 막아야만 한다. 또한 병원 인력의 안전 문제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2차 감염자 중 일부는 의료진이었다.

앞으로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해외/국내 유행 감염병에 대한 감시, 조사, 매뉴얼 생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공공병원의 확충을 통해 감염병 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부족한 격리병상과 인력을 늘리는 것은 공공병원을 통해서만 강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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