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동자들,
"보름이면 빈털터리"
'최저임금 생활탐구 1만원의 소박한 행복' 집담회
    2015년 06월 04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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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임금 교섭으로 불리는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가 4일 시작됐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최저임금위원들은 심의 과정을 거쳐 201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우선 노동계는 2016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 한 달 209만원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고용축소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임금 고용불안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최저임금은 어느덧 아르바이트생이나 고령 노동자가 받는 일부 특수한 계층의 임금이 아닌 국민임금이 돼버렸다.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저임금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저임금 노동자 생활 실태와 1만원 인상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임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사진=유하라)

최저임금 5580원, 아이들과 통닭 한 마리 먹기도 힘든 임금
“보름이면 빈털터리,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살아”

이날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생활탐구 1만원의 소박한 행복’이라는 주제로 열린 최저임금 노동자 집담회에는 택시 노동자, 청소 노동자, 요양보호사, 학교당직기사, 톨게이트 노동자가 참석했다.

집담회는 이들이 한 달에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에 대해 털어놓으며 시작됐다. 이들 중 150만 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1명뿐이었고, 120~140만원 2명, 나머지 2명은 100만 원 이하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고려대 청소노동자 윤명순 서경지부 지부장(60)이었다. 윤 지부장은 식대까지 포함해 월 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이 또한 고려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2011년부터 5년간 연대 투쟁을 통해 이룬 결과다. 윤 지부장은 현재 시급 6550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 중 가장 많은 임금을 받기는 하지만 외벌이로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탓에 넉넉한 형편은 못된다.

톨게이트 노동자는 일 8시간, 주 6일 근무해서 기본급은 12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연장이나 특근을 하면 16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

서울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에서 톨게이트 업무를 보는 톨게이트지부 김옥주 지부장(46세)은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년 아들 2명과 살며 외벌이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이라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는 하지만 보험료와 세금, 업무에 필요한 차량유지비 등 필수적인 것들을 납부하고 나면 매달 생활비로 쓸 것이 20만원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월급이 나오기까지 나머지 보름동안은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다.

김 지부장은 “아들 둘과 셋이 사는 가장이다. 최저임금만 받으면 살 수가 없다. 연장 특근을 해야만 그나마 생활이 가능하다”며 “아이들 학원도 보내는 건 꿈도 못 꾸고, 아이들과 함께 남들 다 먹는 통닭 한 마리 시켜 먹기도 버겁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본적인 보험료, 세금 내고, 톨게이트라서 차가 없으면 회사를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것 등 기본적인 것을 내면, 월급 받고 15일 지나면 제로다. 그 나머지는 다 빚이다. 마이너스 통장도 쓰고 대출도 받으며 연명하고 있다”며 “애들한테 제일 미안하다. 남들 해주는 것만큼 해주지 못하고 사주지 못해서…”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9년 이상 톨게이트에서 근무했다. 줄곧 최저임금만을 받아오다가 지난해 노조가 설립되고 올해까지 임금투쟁을 하면서 이번에 200원이 올랐다. 업체는 고작 시급 200원 올려놓고 ‘우리는 최저임금 사업장이 아니’라며 자부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왔다.

택시지부 이삼형 지부장(51세)은 현재 해고 상태이기는 하지만 택시 노동자의 최저임금 실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택시노동자 임금은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전국 평균 임금은 100만 원 이하다. 기본급이 20~30만 원 정도이고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보통 80만 원 정도 손에 쥐게 된다. 물론 소수 많이 버는 경우, 200만 원까지도 벌지만 이 정도를 벌려면 보통 휴무 없이 주당 60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한다.

이 지부장은 “주 60시간 이상 하는 차는 하루에 14시간씩 휴무일도 거의 없다. 이렇게 버는 돈이 200만 원 정도다. 이렇게 6개월 이상 하면 건강이 많이 상한다”며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일하면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립동부요양원 오경순 분회장 (59세)은 월 140만 원을 받는다. 최저임금보다 천 원 더 받는 셈이다. 오 분회장은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나 다름없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배우자가 고정적인 수입을 받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가 수입이 없는 경우에는 자신의 소득으로만 가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 분회장은 “우리도 노조에 들어가기 전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최저임금에서 간신히 벗어나긴 했지만, 최저임금과 천원 차이다. 정말,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한다”며 “어르신들 돌보면서 잠시 눈을 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몸은 많이 힘들고 월급은 너무 적다. 다들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미혼단신 노동자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기준으로 산정한다. 결혼 안하고 노동자 1명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 중엔 일부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증언한 톨게이트 지부의 김옥주 지부장의 경우가 그렇다. 때문에 노동계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의 기준을 가족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생계비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오 분회장은 “남편 없이 혼자 벌어 사는 분들이 많다. 자녀들은 취업하기 힘들다보니까 경제 활동 안하는 자녀까지 책임져야 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 야간당직기사 오한성(75세) 씨는 난곡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 오 씨는 하루 16~24시간 근무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90만원을 받고 일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것인데, 집담회에선 다른 일자리로 옮기면 안 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오 씨는 “일자리가 맘대로 되나. 나도 더 많이 주는 데로 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1만원 시행되면 고령노동자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꼭 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최저임금이라도 일한 만큼이나 줬으면…”
소정근로시간 ‘꼼수’로 현행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황

집담회에 참석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좋지만 우선 실제로 근무한 시간만큼이라도 임금을 받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말은 이렇다. 가령 실제 근무시간이 10시간인데 회사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7시간이라는 이유로 7시간 일한 시급만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3시간은 노동자가 무급으로 일하게 되는 셈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했을 때 사업주가 부리는 대표적 꼼수 중 하나다. 최저임금에 따르는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하루에 반드시 해야 할 업무의 양은 줄이지 않으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택시지부 이형삼 지부장은 “예전에만 해도 택시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을 적용해달라고 투쟁했고, 후에 적용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최저임금 아무리 올려도 소용없다고 한다. 실노동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을 줄지 말지가 중요하다”며 “법인택시 노동자들은 일 7시간 20분, 주 44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이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가니까 6시간 40분으로 줄였다. 포항지역 중엔 2시간으로 줄인 곳도 있다. 납부해야 할 돈은 10시간 이상 노동해야만 벌 수 있는 돈인데도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학교 당직기사인 오한성 씨도 “우리 같은 학교 당직 근무 형태가 하루 16시간 내지는 24시간인데 5.5시간만 실근로시간으로 인정해서 최저임금에 적용한다”며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에 대한 것도 주질 않는 거다. 우린 현재에도 최저임금의 반만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씨는 “오늘의 쟁점은 최저임금 1만원이지만 올려 봤자”라며 “우리 실근로시간대로 최저임금 적용하면 400만원 가까이 받아야 하는데, 그거 다 요구하지 않는다. 야간 수당이니 뭐니 다 됐고 실근로시간만 책정해서 법에서 정한 8시간만 계산해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업체는 소정근로시간을 4.5시간으로 한 곳도 있다. 속된 말로 도둑놈들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톨게이트지부 김옥주 지부장도 “해마다 시급도 오르고 월급도 오르는데 그러면 뭐하나. 최저임금이 올라서 월급이 오르게 되면 수당에서 제외한다”며 “교통비를 10만원 줄 것을 8만으로 하고… 숫자만 느는 월급이 필요한 게 아니라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중요한 거 아닌가. 월급명세서에선 올랐는데 통장에 입금되는 돈은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다. 그러다보니 그날이 그날”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되면…
“손자들에게 할아버지 노릇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용돈 주고 싶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다들 가족과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대답들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무엇을 하겠냐고 묻자, 학교 당직기사인 오한성 씨는 “지옥에서 하늘나라 가는 기분일 텐데, 손자들하고 가까운 데로 국내여행도 가고, 할아버지 구실 좀 톡톡히 하고 싶다”며 “1만원으로 오르면 그런 여유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고대 청소노동자 서경지부 윤명순 지부장은 “우리 손자가 대학생인데 최저임금 1만원 되면 등록금이라도 한 번 내주고 싶다”며 “문화생활도 한 번씩 즐기고 싶기도 하고”라며 말했다.

톨게이트지부 김옥주 지부장은 “아이들 용돈이라는 것을 다달이 한 번 주고 싶다”고 말했고, 시립동부요양원 오경순 분회장은 “카드를 안 쓰고, 다달이 적금이라도 작은 것을 좀 들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지부 이삼형 지부장은 “택시노동자 중엔 조합원 평균 정상적인 가정이 40%밖에 되질 않는다. 20%는 별거, 40% 이혼했다”며 “임금이 적으니 맞벌이를 하고 경제적인 목소리가 엄마들에게 커지고 가장으로서 대우 받지 못하면서 별거하고 별거가 장기화돼서 이혼까지 하는 상황이 많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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