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 전력수급계획,
    단 하루만에 수립하기
    [에정칼럼]전력 설비예비율 15% 줄이면, 노후원전 6기+α 폐쇄 가능?
        2015년 06월 03일 0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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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의 전력 수요량을 전망하고, 공급량을 결정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거의’ 확정했다.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현재 수립중인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해 설비소위에서 설비계획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며 “향후 국회보고,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정부의 초안은 결정됐고, 이제 확정하는 단계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를 보면, “전력수요증가율 감소에도 핵발전소는 증설? 밀실·졸속·증핵 정책의 결정판 7차 전력계획 초안”이라고 비판하고, “신규원전 추가할 필요 전혀 없다. 원전과 석탄 증설에 맞춘 전력계획 전면 재작성하라. 줄어든 전력수요 반영하여 전력계획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간절한 바람에 ‘나’라도 응답해보고자 한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제조건과 전망을 바탕으로 지난 2년간의 전력 수요와 공급 현황을 반영하고, 전력 설비예비율을 조정해 나온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전력 수요 전망부터 해보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3년~2027년 기간 동안 전력수요는 연평균 3.4% 증가하고, 수요관리 계획을 통한 목표 수요는 연평균 2.2%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전력소비량은 목표 수요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실측치를 바탕으로 목표 수요 전망의 매년 증가율을 적용해 ‘대안 전력 수요 전망’을 도출했다. 목표 수요 전망은 실제 정부가 계획하는 수요량이기 때문에 기준 전망이 아닌 목표 전망이 기준이 된다. 2027년 기준 대안 목표 전력수요량은 626,642GWh로, 6차 전력계획의 목표 전망보다 28,663GWh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프1. 전력 수요 전망

    그래프1. 전력 수요 전망

    다음은 최대전력 전망을 해야 한다. 전력계획에 따르면, 전력 공급 설비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최대 전력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목표 최대 전력량이 기준이다. 그런데 최대전력도 지난 2년 간 실적치가 목표치를 밑돌았다. 이에 실적치를 기준으로 정부의 계획에 따라 매년 2.4% 최대 전력이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2027년 기준 ‘대안 최대전력’은 109,100MW로, 정부 목표안보다 1,786MW 적게 전망됐다.

    그래프2. 최대 전력 전망

    그래프2. 최대 전력 전망

    마지막으로 전력공급 설비용량을 전망해보자. 제6차 전력계획에 따른 적정 설비예비율은 22%로, 2027년이 되면 설비용량은 130,853MW가 된다. 또한 지난 2년간 설비용량이 예상보다 늘어 2014년 설비예비율은 이미 21.4%에 도달했다. ‘대안 전력 설비용량’은 실제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2027년까지 매년 설비예비율이 15%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증가한다고 가정했다. 전망 결과 2027년 전력 설비용량은 125,465MW로, 정부안에 비해 설비용량이 5,388MW 줄어든다.

    그래프3. 대안 최대 전력 및 전력 설비용량 전망

    그래프3. 대안 최대 전력 및 전력 설비용량 전망

    5,388MW 용량 규모는 상업운전일 기준으로 노후 원전인 고리1,2,3,4호기와 월성1호기, 한빛1호기의 설비용량인 4,766MW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안 전력 설비용량에 따라 2027년 이전 까지 노후 원전 6기를 폐쇄(+α)해도 전력수급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25년 이후 건설 계획이 보류된 4기(6,000MW)의 원전은 6차 전력계획에 따른 설비예비율 전망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건설될 필요가 없다.

    이제는 하루만에 만든 대안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한계에 대해 언급할 차례다. 먼저 전력수요 전망의 주요 전제가 6차 전력계획 때와 달라졌다. GDP 성장률, 산업구조, 인구증가율, 전기요금, 기온 전망 등 새로운 전제치가 7차 계획에는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는 7차 계획이 결정돼 발표되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용량 전망에도 한계가 있다. 먼저 발전설비가 확충되는 시기를 고려한 전망을 하지 못하고 설비예비율이 15%로 매년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는 칼럼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필자의 전적인 책임이다. 하루가 아닌 이틀을 준비해 6차 계획 상의 건설의향 및 계획반영 발전설비를 참고해 적용했다면, 보다 정확한 설비용량을 전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설비예비율이 15%인지가 궁금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설비예비율이 왜 줄곧 15%를 밑돌았었는지, 그리고 왜 설비예비율을 22%로 정한 것인지를 포함해 이에 대한 답은 정부와 한국전력이 해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 계획들은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계획 수립에 필요한 수많은 통계와 전망, 전문가적 견해, 정부의 개입 의지가 투영되고, 이를 모델링하는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전력계획에 따라 건설될 발전소 예정 부지 주민들이 특히 그렇다.

    지난 몇 년 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국책 및 민간연구소가 만든 대안 에너지 시나리오들이 제시됐다. 그리고 7차 전력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대안 전력계획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는 걸 풍문으로 들었다. 앞으로도 수많은 대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번 칼럼에서 다룬 전망들은 사실 숫자놀음에 가깝다. 다음에는 보다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예측 모형을 이용한 대안 전력수급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도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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