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노동자들,
    보호장비 착용 등 메르스 대응 전무
    항공기 승무원들도 마스크 등 보호장비 지급 없어
        2015년 06월 02일 04: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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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국내에 처음으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까지 확대되면서 공포가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대국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메르스 감염에 대한 어떤 대응 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응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특히 인천공항 하청 비정규 노동자는 메르스 공포 앞에 가장 무기력한 상황이다. 공항에서 강제적으로 마스크나 장갑 등 보호장비 착용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서 업체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를 착용하게끔 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하청업체에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장비 착용을 금하고 있다.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도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공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도 1천 명 가량 있기는 하지만 이 중 절반은 승객을 직접 대응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 않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업체 직원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티켓 확인처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은 거의 다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 신철 정책기획국장은 2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업체나 영향력 있는 기관에서 보호 장구 착용을 강제하지 않으면, 업체에서는 미관상 좋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얘기한다”며 “공항에서 일하면 복장 규정이 있는 분들도 있는데 업체나 공사에서 허가한 복장만 가능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자의적으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규정상 어긋나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 국장은 “대국민 서비스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메르스 대응이 전무한 상태”라며 “현장 노동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초동 조치라도 할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메르스 대응 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그 피해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 더 크게는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인천공항공사 산하 하청업체 뿐 아니라 각종 항공사와 면세점 등 수많은 부대시설에서 수만 명 노동자들이 승객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메르스 대응 조치를 받고 있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부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실제로 접촉하는 사람들은 우리 인천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6천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며 “인천공항에서 가장 처음 승객 여권, 탑승권을 검사하는 보안 노동자나 출국, 입국 시 탑승교를 운영하면서 승객들을 만나는 인천공항공사 산하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메르스 관련 대응조치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모든 노동자가 자신들의 생명,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인천공항 노동자 중 메르스 환자가 생기고 사태가 악화 된다면 그 책임은 인천공항공사에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앞서 지난 달 26일 아시아나 항공기를 이용해 중국으로 출국한 승객이 메르스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당시 이 항공기에서 근무했던 승무원들이 격리 조치 됐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나 항공사 승무원들은 마스크나 장갑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근무하는 상황이다. 이 또한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사 승무원들은 메르스 감염에 무방비인 상황에 매우 불안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지부 신철우 지부장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직원들이 매우 불안해한다”며 “특히 동료들이 격리 조치되는 것을 보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보호장비를 지급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신 지부장은 “전혀 없다”며 “회사에서 내린 공지도 보건소에서 하는 얘기 수준이다. 손을 잘 씻으라든가 열이 나는 등 조짐이 있으면 바로 컨택하라는 거다. 메르스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지부는 이날 승객을 대응하는 승무원 등 직원을 우선적으로 메르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이에 대응할 산업안전보건위를 열자는 입장을 발표한 상태다.

    지부는 과거 감염 질환이 유행일 때 보호장비 지급을 해온 바 있어서 곧 회사에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상황인 만큼 보건당국에서 지침을 내려야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지부장은 “항공사에서 이미 한 번 이런 일이 벌어졌고,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의 조치가 아니라 보건 당국에서 먼저 지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이후 당국의 지침에 따라 회사들이 이를 잘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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