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우리 법치주의 수준 가늠 계기"
'법률 아닌 시행령만으로 노조 해산' ...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노태우 정권 때 부활한 악법
    2015년 06월 01일 03: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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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근거조항인 교원노조법 2조는 합헌 판결을,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대해선 각하했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이번 헌재 판결에 두고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계와 학계, 법조계 등은 국제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를 판단할 2심 재판도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교원노조법 2조 합헌 판결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은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는 것이 전교조 측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전교조의 노조 아님을 다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 전교조 측도 2심 재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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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에 대한 전교조 입장 및 향후 계획 회견(사진=유하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3가지 쟁점, 시행령 9조 2항 부각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과 관련해선 3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헌재에서 28일 판결했던 교원노조법 2조의 합헌성이다. 헌재는 이 쟁점에 대해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박한철 헌재 소장을 비롯한 8명은 교원노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직 교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봤고, 김이수 재판관만 교원이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위헌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첫 번째 쟁점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진짜 다툼은 두 번째, 세 번째 쟁점에서 시작인 셈이다.

두 번째 쟁점은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 사안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다. 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노조를 강제 해산할 수 있느냐는 것.

실제로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전교조 법률대리인 측은 교원노조법 2조 합헌 여부에 대해선 비중 있게 변론하지 않았고 헌재가 법원으로 처리를 미룬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중점을 뒀다.

전교조 법률대리인 측은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시행령만으로 노조를 강제 해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노조법에는 어떠한 권력기관도 노조를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고, 때문에 상위법 없는 시행령만으로 노조를 강제 해산하려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의도 때문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2심 판결은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를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태우 정권 때 부활한 제도로 여겨진다. 1988년 구 노조법에는 행정청이 노조를 강제 해산할 수 있는 노조해산명령제도가 법률에 있었지만,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다음 해 여야 합의로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다가 1988년 4월 15일, 노태우 대통령이 노조를 강제로 해산할 수 있는 시행령을 밀실에서 만들었고, 이 시행령이 적용된 첫 사례가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건이다.

세 번째 쟁점은 헌법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9명의 해직교원을 이유로 6만 명 조합원의 노동권을 박탈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도 전교조 측 법률대리인은 해직 교원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를 노조 아님으로 본다는 통보를 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전교조 법률 공동대리인인 법무법인 소헌의 신인수 변호사는 “유신정권 시절에는 악법으로 노조를 강제해산했고, 2013년도에는 그런 법률이나 악법도 거추장스러우니 시행령만으로 법률 없이 노조를 강제 해산하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고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선 헌재가 판단하지 않았고 전교조 변호인단은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미완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전교조 단결권을 넘어 우리 법치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헌재의 결정 뒤에 박근혜 정권의 노동 탄압 있어”

전교조는 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투쟁계획 등을 발표했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전교조가 26년 전 깃발을 올렸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지 않아 안타깝다. 26년 전 교사가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노조를 결정할 때도 탄압의 대상이었고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처음부터 보장받지 못했다. 헌재의 교원노조법 2조 합헌 판결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전교조 기본권 보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을 확장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변 위원장은 “주목할 것은 단순히 이것은 법리적인 공방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권은 집요하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전교조를 해충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국정원은 전교조를 불법 노조화하겠다고 공언을 했다. 전교조를 탄압하겠다는 것을 정권 차원에서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는 헌재의 결정이 법리적 결정이 아니라 그 뒤에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이 가려져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박옥주 수석부위원장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합원을 현직 교사로 한정하는 교원노조법 2조는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밀어내기 위해 동원한 기본권 침해 악법 조항”이라며 “이를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결정하여 행정부가 자행하는 전교조 탄압에 정당성을 부여해버린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특별법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내던져버렸다”고 질타했다.

또한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단순한 법적 차원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수구세력의 음모가 배후에 도사린 정치적 사안의 성격을 갖는다”며 “이명박 정부가 기획했던 ‘전교조 불법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노골화됐다. 인위적으로 내부의 적을 만들어 정권의 안정성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 꼼수는 수구 세력의 전통적인 정치적 수단이다. 교원노조법 조항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꺼내 든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국가정보원의 월권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하고 노동조합에 불법개입한 행위를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시도별 규탄 결의대회와 지부, 지회, 분회 별 규탄 투쟁을 진행한다. 또한 각계 연대 투쟁은 물론 EI(국제교원노동조합총연맹), ITUC(국제노동조합총연맹), ILO(국제노동기구), UN(국제연합), GCE(글로벌 캠페인 포 에듀케이션) 등 국제 기구와 각국의 교원노조 및 단체와 연대를 조직해 한국 정부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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