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과 단체협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려는 정부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 등 노동부, '자본부' 되나
        2015년 06월 01일 0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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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기준법>

    제3조(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제4조(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제5조(근로조건의 준수)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을 지키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

    제3조(협약의 우선)

    1.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은 회사가 정한 제규칙, 규정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 노동계약보다 우선한다. 단, 노동관계법을 이유로 본 협약을 저하시킬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은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노동자)들의 최저 기준의 기본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서 체결한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은 회사의 제규칙, 제규정 및 개별근로계약을 우선한다”고 규정하여, 단체협약이 갱신될 때 마다 단체협약보다 저하하는 제규정과 규칙들은 단체협약 기준에 맞도록 개정을 하고, 만약,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단체협약보다 저하되는 기준은 ‘무효’로 간주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러한 상식들을 한꺼번에 뒤집어 엎어버리겠다고 설치는 집단이 있으니, 이기권 장관과 고용노동부 관료들이 그들이다.

    ​지난 3월 노사정위원회에서 법 개정을 통한 대타협이 무산되자 노동부는 ​5월 28일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라는 발제문을 통해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의 기준을 개무시하고, 법원 판결 몇 개를 근거로 “사회적 통념상 합리성”을 갖출 경우 회사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업규칙 지침'(기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다시 확인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 분명히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노사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서도 “본 협약에 정한 기준은 회사가 정한 제규칙, 규정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 노동계약보다 우선한다.”고 못 박아놓고 있는데,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수 있도록 해 주겠다니, 국법 질서와 노사관계 안정화에 기여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의 기본 의무조차 패데기를 쳐 버리겠다는 꼴이다.

    이쯤되면 한마디로 이기권 장관과 노동부 관료들이 아예 ‘노동부’ 간판을 ‘자본부’로 교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이기권601

    ​​지난달 28일, 경찰의 호위까지 받으며 공청회장으로 입장하려던 이기권 장관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강력한 항의에 밀려 공청회장에 입장도 못하고 쫒겨났다. 이날 노동부가 형식적인 절차를 위해 추진했던 공청회는 무산되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으니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고령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그 비용으로 청년 실업자들을 채용해서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는 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다.

    그들은 “고령노동자들이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청년실업을 방치해 청년 고용절벽, 청년 고용대란이 온다”고 떠들고 있는데, 최근 국무총리 대행인 최경환 부총리는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도, 내가 월급 좀 안 오르고 1년 일찍 그만두더라도 아들딸이 취직된다면 당장 그만두겠다”고 헛소리를 한마디 거들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대공장의 경우 다수의 사업장이 이미 단체협약을 통해서 정년을 60세까지로 늘린 상태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서 정년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조합 유무와 상관없이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통계청 발표로 보더라도 3월 현재 전체 노동자의 32%가 넘는 601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없고, 정년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지만 청년실업자는 넘쳐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몇몇 대기업, 재벌그룹에 집중된 대한민국 경제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와 갑을 관계의 종속적 지배구조, 노동조합 유무와 자본의 지불능력, 기업별노조 체제를 법으로 강제한 결과 기업단위 교섭 결과가 가져온 임금과 기업복지의 격차 등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들을 면밀히 살펴 각각의 조건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제대로 된 청년실업의 대책이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무턱대고 “정년 60세 연장하니 임금피크제 받아들여라. 임금피크제 받아들이면 청년고용이 늘어나고, 임금피크제를 안 받아들이면 청년실업 대란이 온다”는 식으로 겁박(?)을 해대니 이를 보고있는 우리 노동자들은 그저 ‘웃기는 소리 하시네’ 그런 관망인데, 갑자기 법과 단체협약마저 개무시하고 자본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해도 좋다는 식으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겠다고 노동부가 설쳐대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

    ​한 개의 기업 차원에서 보면, 기업의 투자를 통해서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입해야 그곳에서 일 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래야 청년 실업자들을 채용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인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1년에 기업 내 정년에 도래하는 몇 명, 몇 십 명, 몇 백 명의 임금 몇 푼 깍아서 투자할 여력이 생기겠는가? 또 새로운 투자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노동자들은 자기 업무에 투입된 상황인데 신규채용을 해서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 ​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국가경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재벌과 대공장에 집중된 경제지원 정책의 페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강력한 제제 수단을 통해서 원하청간 불공정거래를 단절하고,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편법 세습, 계열 부품사와 비계열 부품사에 대한 불공정한 납품거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에 따른 횡포를 근절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중소기업을 제대로 살리는 국가역량을 모조리 투입해야 한다.

    나아가 여전히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내몰려 있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법과 제도,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 그토록 입이 마르도록 떠벌렸던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실현해야 청년실업자들이 지원할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청년 실업해소”라는 허울을 앞세워 재벌들의 이익만을 챙겨주느라 기존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패악질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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