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성삼재 도로,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
    [다른 삶과 다른 생각]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살아야
        2015년 05월 29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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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국립공원 안에도 도로가 있다니?

    꽃피는 봄이면, 여름 휴가철이면, 혹은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면, 내가 사는 동네는 관광객들의 차량들로 인해 북새통이다. 지리산이란 유명세 덕분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달궁에서 뱀사골을 거쳐 만수천으로 흐르는 계곡은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도심지의 수영장을 방불케 한다.

    좋다, 지친 사람들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벗하며 힐링을 해야지. 좋은 건 좋은데, 좋지 않은 건 좋지 않다. 사람의 힐링이 자연과 그 속에서 깃들어 사는 생명들에겐 일상의 곤혹이다. 휴가 혹은 여행 혹은 관광을 하지 말란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좀 알고 하자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 안에는 112개의 법정도로와 44개의 임도가 있다.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에도 11개의 법정도로와 5개의 임도가 있으며, 그 길이는 총 84Km에 이른다.

    특히, 성삼재도로(24Km)와 정령치도로(13Km)로 불리는 지방도 861호와 지방도 737호는 지리산의 마루금을 넘어가는 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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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양이가 죽었구나? 아니, 로드킬의 피해자는 삵이다. 그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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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름다운가? 아님 흉물스러운가? 보는 사람마다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이다. 숲 사이로 난 저 길은 숲과 동물에겐 치명적인 삼팔선이다.

    성삼재도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지리산의 목재를 벌목하기 위해 만든, 말 그대로 목재수탈용 도로이며, 한국전쟁에서는 뼈아픈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길이기도 하다.

    이후 1985년 IBRD차관 63억원을 들여 현재와 같이 8m폭의 포장도로로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지리산을 편하게 구경하도록 하기위한 이유 때문이다. 악명 높은 88고속도로와 세트로 이루어진 전통각하의 작품이다.

    결국, 성삼재도로는 일본인들의 목재수탈과 외국인 관광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도로이고, 이로 인해 지리산의 생태계는 심하게 훼손되고, 야생동물들의 이동로가 단절되었다.

    성삼재도로를 차를 버리고 걸어서 한번 올라가 보시라. 서북능선, 작은고리봉, 묘봉치, 만복대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들이 성삼재도로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머뭇거리고 있는지 한번 보시라. 도로 옆으로 만들어진 수로의 깊이는 키 작은 동물들에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덫인지 한번 보시라. 도로에 의해 깎여나간 산의 살들이 해마다 얼마나 많이 부서지고 무너지는지 한번 보시라. 그래도 굳이 성삼재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하고 지리산의 풍광을 보시려거든, 보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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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언제부턴가 국립공원은 라퓨마공원이 되었고, 성삼재엔 엔젤리너스 커피집이 생겼다가 불이 나고, 다시 그 자리에 카페베네가 들어섰다

    지리산 로드킬, 관광객을 위한 국립공원인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2006년 3천 건에서, 2010년 2천 건으로 줄어들다가 이후 다시 2011년 2012년 2천3백 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이는 도로공사에서 신고 접수되거나 순찰 중 발견된 데이터이며, 중대형 포유류 중심으로 조사되어졌고 소형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은 누락된 조사결과이며, 실제로 발생하는 횟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로는 총 11만Km로 세계최고의 도로율을 자랑하며, 한해 추정 3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숨지고 있다고 한다. 도로공사에서 발표한 로드킬 건수와는 너무 심한 격차가 나는 수치이다. 그렇다, 우리나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며, 이는 로드킬에 대한 관련 정부기관의 관심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며, 또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의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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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멧토끼. 그는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멸종위기종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없는 지리산은 생각할 수 없다.

    지리산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의 경우, 국립공원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삼재도로에서 매년 100건 정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이 또한 실제로 발생하는 로드킬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험상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지방도에서 로드킬을 목격하는 횟수는 심상치 않을 정도로 많다. 가끔 뱀사골과 달궁, 성삼재도로를 가다보면 목격되는 로드킬의 사례도 많다. 발표된 국립공원공단의 자료도 실재 발생하는 로드킬 보다 훨씬 낮게 보고된 것이다.

    고속도로 로드킬 발생건수(출처/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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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에서 신고 접수되거나 순찰 중 발견된 데이터이며, 중대형 포유류 중심으로 조사되어졌고 소형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은 누락된 조사결과임.

    지리산 성삼재·정령치도로 로드킬 발생건수(출처/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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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공단에서 매월 주1회 이상 차량 순찰하며 육안으로 관찰된 조사 데이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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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로드킬의 피해자는 하늘다람쥐다. 그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있다.

    현재 지리산 국립공원 안의 도로 중 많은 도로는 주민들과 공원관리를 위한 도로의 성격 보다 관광을 위한 도로가 많다. 특히 성삼재도로와 정령치도로의 경우는, 지리산 마루금, 백두대간을 횡단하는 도로이며, 도로의 건설이유에서부터 목재수탈과 외국인 관광목적 등 국립공원과 주민들을 위한 도로가 아니었다.

    성삼재도로와 정령치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줄이고, 훼손된 생태계 축을 다시 이어내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 내의 도로는 공원관리를 위해 필요한 도로만 유지하고, 관광을 위한 도로는 과감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리산을 둘러싼 지자체(특히 전남 구례군)에서는 그래 그러니 성삼재도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전북 남원시는 정령치도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산악철도를 놓아야한다는 헛소리를 한다.

    그래, 사람도 살아야 하고, 동물도 식물도 살아야 한다. 같이 사는 법을 찾아봐야 할 때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숙박·음식점을 하는 주민들의 생계도 챙겨야 하고, 그래도 좀 편히 성삼재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도 챙겨야 하고, 어쩌면 좋을까.

    성삼재도로와 정령치도로를 지방도에서 국립공원도로로 바꿔서 관리하면 어떨까. 일반차량은 통제하고, 셔틀버스를(그것도 전기로 가는) 예약제로 운행하고, 흉물스런 성삼재와 정령치의 넓은 주차장은 최소화시키고, 제발 라퓨마나 카페베네는 좀 물러가라 하고, 산은 그래도 걸어서 가야지 하는 산행문화를 좀 더 확산시키고, 그러면, 지리산에게 좀 덜 미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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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대구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지리산에 살고 있는 초보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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