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과 시민단체, 헌재 맹비판
    "헌법재판소 아니라 정치재판소"
        2015년 05월 28일 05: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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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전교조 법외노조화 근거조항이었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28일 판결한 것과 관련,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헌재의 최악의 정치적 판결이자 전교조 죽이기의 최종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이란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하며 해고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교원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전교조에는 9명의 해직 교원이 있다. 정부는 이를 이유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를 시도했다.

    이에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국제교원노동조합총연맹(EI), 세계시민교육포럼(GCE) 등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에 교원노조법 2조 개정을 여러 차례 권고하며,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를 비판했다.

    또한 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교조는 현재의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산업별노조이기 때문에 해고자 신분이라 해도 노조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현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도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고, 해고자의 초기업노조 가입 허용은 1998년 노사정 간 사회적 합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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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판결 규탄 회견(사진=전교조 서울지부)

    야당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근거를 들며 이번 헌재의 판결을 “명백한 민주주의 탄압”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조합원의 일부가 해고자라고 해서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훼손하는 위험천만한 결정”이라며 “오늘의 결정은 여전히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노동의 현실과 역주행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똑똑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헌재와 현 정부에 대해 좀 더 강도 높게 비판하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시급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 위원장직을 역임했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헌재의 판결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쿠데타로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4․19 교원노조를 강제 해산시켰고, 군사정권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1천500여명의 선생님을 해직시켰다. 1989년 전교조 건설 이후 스물 여섯 해가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고 있다”며 “구시대의 망령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2심 재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행정부와 사법부의 비정상을 국민의 대의기구가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헌재 판결은 전교조 26번째 생일날 죽음을 선고한, 최악의 정치적 판결”이라며 “헌법 정신에도, 국제적 기준에도, 사회 상식에도, 그 어떤 것 하나에도 맞지 않는 편향된 판결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하면서까지 국제적인 노동인권 후진국임을 선포한 부끄러운 판결이다. 공개변론도 없이, 재판관에 대한 제척 및 기피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일사천리 판결”이라고 거듭 혹평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진 전교조 죽이기 최종판이자 국정원 등에 의해 자행된 노조 죽이기의 결정판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판결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지 개탄스럽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오늘 판결로 우리는 헌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부가 정당도 없애고 노조도 없애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 살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헌법 정신은 오늘 죽임을 당했다”며 “우리는 교사공무원 노조를 억압하는 특별법을 폐지시키고, 노조법 개정을 통해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헌재의 오늘 결정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그 안에서 맺어진 결실에 반하는 퇴행”이라며 “법률적 근거, 국제사회의 권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운영하는 일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할 일이지 이를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할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경 헌재는 서울고법이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박한철 헌재 소장을 포함한 8명의 재판관은 교원노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직 교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봤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만이 교원이라는 이유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결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써, 전교조 합법지위 여부를 다툴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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