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세 자매 동반자살,
    희망 없는 사회의 자화상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달라" 유서
        2015년 05월 26일 0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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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경기도 부천에서 세 자매가 ‘사는 게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자매가 반복되는 실직을 겪은 점과 최근 동시에 실직한 것을 감안해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자매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출가한 큰딸 등을 빼고 지금은 세 자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간호조무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으나 그마저도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계속되는 일가족 생활고 비관 자살 사건이 이어지면서 빈곤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청년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된 것이 부천 세 자매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26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양분화와 청년 비정규직 고용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회현상이라는 게 사회현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서 그 중에서도 굉장히 약한 사람들의 죽음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이들 자매의 죽음으로 다시금 청년 문제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핵심사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적용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2006년도에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2년 동안만 계약을 하고 자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 졌다. 이런 것들이 비정규직을 사회적으로 많이 양산하고 천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있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며 “최근 또 다시 노동시장 구조조정 개혁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4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을 하다보면 신규 일자리라든지 좋은 일자리라든지 이런 것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비판했다.

    세자매

    한편 숨진 세 자매가 최근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생활형편이 자살을 선택을 할 만큼 곤궁하진 않다고 알려져 자살 동기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자산수준, 소득정도의 기준 이하에서만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부천 세 자매와 같이 반복적인 실업으로 인해 삶에 희망을 느끼지 못할 경우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빈곤이라는 상황이 어떤 한 가지 상황만으로 규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반복적인 실업, 반실업 상태 그리고 앞으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상태가 지속이 되다 보면 절망을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어떤 빈곤 상황이나 생활고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런 것들이 결국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청년세대 같은 경우에도 빈곤상황이 위험한 이유는 빈곤 상황이 장년층의 빈곤, 노인 빈곤으로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노인 빈곤율 50%도 큰 문제이지만 준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년층의 빈곤율 역시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그리고 청년 세대 같은 경우에도 실업률이 10%라고 하지만, 고용률을 보면 50%에 미달할 정도로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이후에도 염려가 많이 되는 사회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낮은 고용률과 저임금, 고용불안으로 인한 빈곤상황이 이후 노인세대까지 이어져 개인이 가난을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사다리가 없는 사회라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저소득층이었다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계층이동을 한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한번 비정규직, 저임금으로 취직을 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런 일자리를 이어가게 되고 정규직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계속 남게 되는 노동시장이 양쪽으로 갈라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저임금 그러니까 중소기업이라든지 아니면 생산직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실제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보장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천 세 자매 사건으로 인해 송파 세 모녀 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 법에 대해 “기만적인 내용으로 통과된 법”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세 자매 같은 경우에도 이런 법안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주요한 문제점은 빈곤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서 최종적인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제도가 굉장히 늦장 대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까다롭게 그 대상을 선정하고 선정된 대상들 역시 받을 수 있는 복지가 굉장히 적다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빈곤율이 7~8%가 넘는 상황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숫자는 3%도 채 안 되는 2.6%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특히 세 모녀법에서 핵심적으로 우려되는 문제들은 세 모녀법 통과와는 별도로 기초생활수급자 중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령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 등을 통해 근로 활동을 조건으로 수급을 받게 하는 조건부 수급이라는 것이 있다. 최근에 일자리에 참여하는 조건을 훨씬 더 까다롭게 만들고 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박탈한다든지 수급비를 삭감하는 제재 조치들을 훨씬 더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조건부 수급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 일자리마저 정부에서 이를테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시장으로 취업하라고 푸시를 하는데 시장에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것들이 빈곤층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먼저 손을 걷어 부치지 않으면 빈곤층에 빠져있는 당사자뿐 아니라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에게도 빈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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