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는 ‘청년에 대한 전쟁’이다!
    [책소개] 『일회용 청년』(헨리 지루/ 킹콩북)
        2015년 05월 23일 0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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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영어권 교육학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 헨리 지루(Henry A. Giroux)의 『일회용 청년: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Disposable Youth: Racialized Memories, and the Culture of Cruelty)를 옮긴 것이다.

    저자는 1970년대 말 이후 세계를 점령한 신자유주의를 경제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교육적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조망하고, 그것이 오늘날 청년 문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분석하며 이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 특히 대중교육의 관점에서 전망한다.

    경제는 시장의 무제한적 확장과 투기적 권력을 방기하는 카지노 자본주의로 변모했고, 정치 지형은 공동체의 사안을 공적으로 다룬다는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권위주의 및 군사주의로 후퇴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복지국가가 해체되어 처벌국가로 대체되면서 가난한 사람과 반대자를 엄벌하고 있다. 대중문화와 뉴미디어는 대중학교로서의 잠재력 대신에 사람들을 말초적인 소비주의 문화로 유도하고, 특히 보수적인 정치인과 언론인은 공적 매체를 통해 증오표현과 막말을 일삼으며 비도덕 문화를 서서히 유포하고 있다.

    복지 후퇴와 함께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가 감소하면서 공교육은 후퇴하고 있으며 ‘교육’이 아니라 감옥을 모방한 ‘훈육’ 기관으로 변했다. 또한 대학교육은 비판적인 시민과 지식인을 양성하는 공적 기능을 포기하고 기업과 체제가 요구하는 인력 공급기관이 되었다.

    이런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는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을 일회용 쓰레기로 취급한다. 그들은 기득권층의 동정과 자선의 대상이 되거나 불안정 노동을 전전하거나 감옥산업의 원료로 투입되거나 해외전쟁의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일회용 청년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잔혹한 체제가 공동체의 미래, 즉 청년 세대를 희생양으로 삼아 뒷받침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과 부채는 그들이 타고난 불리한 처지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고 눈높이가 높아서 그렇다는 식이다. 따라서 과도한 실업 대책은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노동의욕을 해치기 때문에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다. 이런 이데올로기는 ‘청년에 대한 전쟁’을 가능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현재의 청년을 미래의 인간쓰레기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많은 사람이 냉소에 빠진 채 이런 잔혹한 체제를 못 본체 하거나 공개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젊은 세대 스스로 절망과 자기 비관에 빠지는 상황이다. 그것은 교육 불가능이 아니라 교육 부재로부터 비롯한다.

    헨리 지루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으로 비판적 지성을 양육할 수 있는 교육실천, 즉 페다고지(pedagogy)를 요구한다. 이런 교육실천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일상의 모든 영역에 확산되어 있듯이 학교와 가정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청년에게 체제의 모순이 집중되는 만큼 젊은 세대의 저항은 현실을 변화시킬 강력한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세기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리고 최근 전 지구적인 청년 저항에서 보듯이 청년 저항은 역사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들을 위해서 앞선 세대는 비판적 지성과 민주적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다방면에서 연대해야 한다. 이 책은 청년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로 기획되었다. 또한 기성세대에게는 오늘날 청년이 겪고 있는 고통을 체계적으로 조망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청년 자신에게 필요한 이론적·실천적 도구를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소년과 이십대는 신자유주의 아래 전망부재로 허덕이던 사람들에게 수많은 자극과 희망을 던져주었다. 88만원세대 이후 새로 발견된 청년세대는 등록금 문제에서 청년실업까지 그들의 고통, 좌절, 분노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청년문제는 고용촉진 등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다루어지거나 그때그때의 이슈를 중심으로 다루어져왔다.

    이와 달리 이 책은 약탈적인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청년실신 시대를 낳은 반민주적, 비인간적, 비도덕, 비교육적 풍토를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새로운 주체를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망한다. 이 책을 통해 젊은이는 시대를 진단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발견할 수 있으며, 기성세대 또한 후속 세대와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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