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사회로 본 대한민국의 민낯
    [책소개] 『알고나 까자』(김동석/ 생각비행)
        2015년 05월 23일 01: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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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도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그리고 얼마 전 독일에서도 저먼윙스 비행기 사고로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가 잊지 말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불행한 사고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빨리 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르다. 과거 2차 대전 당시 많은 이들을 학살한 나치의 수뇌부를 단죄하기 위해 아직도 찾고 있는 독일과 과거의 치부를 미화하려는 몇몇 잘못된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한국, 딱 그만큼이 두 사회의 차이점일지 모른다. – 머리말 중에서

    한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그 나라에 대해 정확히 말하기란 쉽지 않다. 독일 역시 그런 나라 중에 하나다. BMW, 벤츠, 포크스바겐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가 많은 나라, 유럽연합의 중심국, 사회 시스템이 잘 정비된 나라 등 긍정적 이미지만 가지고 독일을 좋은 나라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고 세계 1차, 2차 대전을 일으킨 나라, 유대인 등 많은 사람을 학살한 나라 등 부정적 이미지로 아직도 위험한 나라라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몇몇 경험들로 이러니저러니 판단하는 편견일 때가 많다.

    《알고나 까자》는 여행차 들른 독일에 정착해 10년을 보낸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공부한 독일 사회를 이야기한다. 전쟁 후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지만 통일을 이루고 폐허가 된 나라에서 많은 고난을 이기며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로 우뚝 선 독일, 우리와 비슷한 나라 같지만 전혀 다른 독일 사회를 보면 한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독일의 반성”

    전쟁은 끝났지만 나치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보다 훨씬 비참했다. 나치 수용소는 학살을 위한 수용소였고 수용자의 노동 착취 역시 학살의 수단이었다.

    현재 독일 입장에서 나치의 흔적은 몸에 박힌 파편이다. 파편을 제거하고 흉터는 남았지만 독일 사회는 흉터를 지우려고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흉터를 보고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치 수용소를 찾아 생존자와 손잡고 고개 숙이는 독일 대통령의 모습에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독일 사회에도 ‘네오나치’로 대표되는 극우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을 대하는 독일 사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독일 사회의 극우를 대하는 방법은 정부보다 민간이 더 적극적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네오나치를 위한 자리는 없다’라는 표어를 붙이는 운동이나 ‘오퍼레이션 트로얀 티셔츠 운동’을 보면 독일 사회가 극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부끄러운 과거는 덮기 급급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지는 않나?

    알고나 까자

    “독일 사회와 보수 언론”

    대표적인 독일의 보수 언론《빌트》는 친미적 성향과 보수적 가치(돈)에 치우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빌트》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파적 성향을 더욱 강화하면서 정치적 영향을 확대했다. 그러자 많은 지식인과 학생에게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정부의 정책과 미국의 전쟁 행위를 비판하는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과 학생 운동을 무조건 공산주의자의 사주로 이루어졌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또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공산주의 동독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너무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가기 일쑤였다. 이런 《빌트》에 대학생과 지식인은 분노했고 굉장히 오랜 시간 싸웠다. 하지만 “빨갱이를 몰아내자!” “자본주의 만세”를 외치던 《빌트》도 점차 힘을 잃어갔다. 독일이 통일된 것이다. 언론은 사회의 얼굴이다. 올바른 언론이 사회를 밝게 하며 건강하게 한다. 독일의《빌트》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겹치는 《조선일보》가 생각난다.

    “독일의 탈핵, 철도 민영화 이야기”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의 뉴스를 보면 “모자라는 전기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더 늘려야 한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 왜 독일은 탈핵을 선언했을까?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독일이 탈핵을 선언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원자력 발전에 대해 무지하고 생각 없이 살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발표와 언론에 얼마나 놀아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철도 민영화”로 시끄러운 적이 있다. 우리 정부는 독일의 철도 민영화를 예를 들면서 철도 민영화의 타당성을 이야기 하고 언론도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형국이다. 하지만 독일 철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부실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독일에서 산 사람이라면 독일 철도 노동자들의 노동 시위를 자주 볼 수 있고 독일 철도는 항상 연착을 밥 먹듯이 하며 요금은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독일 철도가 민영화의 모범이라고 우리 정부는 떠들고 언론은 장단을 맞춘다. 독일 국민은 독일 철도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독일 사회로 본 대한민국의 민낯”

    과거에서 현재까지 독일 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 사고, 정치, 언론 등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고 대처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는 현재의 얼굴이고 현재는 미래의 얼굴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민족 행위자가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독재정권의 만행을 반성하기는커녕 미화하고 덮으려고만 하고,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 부패 정권과 재벌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정부에 반대하거나 미국에 비판적이면 무조건 좌빨이니 종북으로 몰아버리는 사회가 되었다.

    《알고나 까자》는 독일 사회를 통해 본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극우, 차별, 민족주의, 언론, 원전, 감시, 민영화, 복지 등은 우리 사회도 항상 고민인 문제들이다. 이 문제들을 독일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독일 사회의 문제와 묘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와 겹친다. 그 겹침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욱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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