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경쟁교육 중단' 등 요구
    세계교육포럼 앞서 한국 교육 비판
        2015년 05월 19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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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한국 교육의 우수함을 세계의 알리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며 ‘2015 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국내 일부 교육단체와 청소년·학부모 단체들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살인적인 학습 강도와 폭력, 부당한 규제,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이 벌어지는 교육현장을 외면한 채 포장에만 급급한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교육부는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 송도 컨벤시아에서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Transforming life through Educatio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5년 세계교육포럼’을 열었다. 교육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인 이 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 UNESCO 195개 회원국 대표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세계교육포럼이 열리는 송도 컨베시아 인근에선 교사·청소년·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말하지 않는 한국 교육의 13가지 문제’를 알리는 거리 전시회가 진행 중(18~21일)이다.

    이들은 ▲입시경쟁교육 중단과 대학 평준화 ▲과도한 학습시간, 학습 부담을 주는 교육과정, 과열된 학습시간경쟁 규제 ▲특권학교 폐지, 질 좋은 무상교육 확대 ▲대학구조조정 중단 ▲학생인권조례 정착 방해 중단 ▲장애·이주 청소년에 대한 차별 방조 중단 ▲차별적인 성교육 표준안 폐기 ▲흔들리는 무상급식, 폐기된 고교무상교육,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압을 중단하고 교사의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등 전국 79개 교사·청소년·학부모 단체는 19일 오전 11시 송도 컨베시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교육의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은 “이 포럼 앞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얘기하기 위해서 학생, 청소년, 교사, 학부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모였다”며 “정부는 오늘 이렇게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교육을 소개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점을 말하지 않은 채 성과만을 자랑하는 것으로 왜곡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한국은 PISA 테스트 결과에서 1, 2위를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정말 살인적인 학습노동,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학생들의 공부가 있다”며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두려워서 학원을 보내야만 하고, 학부모들은 그 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한국 교육 현장의 학생, 교사, 학부모, 비정규직 학교노동자들은 배제당하고 있다”며 “한국 교육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세계교육포럼에 친정부 성향의 교원단체총연합(교총)만 초대하고 전교조는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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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의 류제민 활동가는 “제가 보고 겪는 한국 교육을 생각하면 세계에 한국 교육을 자랑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은 적성과 흥미를 찾을 시간도 없이 오직 시험에 나올 지식만을 외워야 한다. 점수를 못 받으면 실패자라고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차별과 압박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학생으로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또 “머리가 길거나 학교규정상의 조끼를 더워서 입지 않은 것도 체벌을 당한다. 학교는 학생들을 인간이 아니라 마치 무슨 상품처럼 대하는 것 같다”며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교육을 말하려면 필요한 것은 자랑이 아닌 사과와 반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정부는 공익광고로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부모로 돌아가는 게 참교육의 길’이라고 했다. 우리라고 왜 부모로 돌아가고 싶지 않겠나”라며 “그러나 이 사회가, 교육이,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만을 탓하면서 교육의 문제를 돌리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최 회장은 “세계교육포럼이 여러 석학들, 세계의 여러 교육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밝히고 진단하고 좋은 의견과 조언도 나누면 얼마나 좋겠나.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고 문제점을 말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이제라도 한국 교육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입시만을 강요받는 교육, 세계에서 사교육 시장이 가장 발달한 나라, 성적을 비관하는 청소년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폭력과 부당한규제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학교. 이것이 정부가 우수함을 자랑하려는 한국교육의 실태”라며, 전교조 법외노조를 위한 탄압과 학교 비정규직 처우차별 문제를 함께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정부가 준비한 2015세계교육포럼 상설전시장에, 한국교육 특별섹션에 과연 이런 한국교육의 현실이 제대로 담겨져 있는지 의문”이라며 “암울한 교육현실을 자랑거리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육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개혁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노력할 것인지를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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