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② '달과 은냄비'
        2012년 07월 17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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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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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은 냄비>

     

    밤하늘은 새까만 도화지예요

    볼 때마다 사다리 그려 넣고 싶어요

    사다리 타고 올라가

    동그란 문 열면 그 뒤엔 뭐가 있을까요

    하얗게 빛나는 그 뒤엔

    밤늦도록 일하지 않아도 되는 공장도 있고

    내가 다닐 수 있는 학교도 있을까요?

     

    하루 종일 은냄비를 만들어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기계를 돌리다보면

    온 몸은

    은가루 투성이에요

     

    그런데

    내 몸은 왜

    빛나지 않을까요

    하늘에 달처럼 하얀데

    은가루 입어서 하얀데

    왜 무겁기만 할까요

     

    그래도 사다리 타고 올라가

    내가 만든 은냄비 하늘에 걸면

    하얗게 빛나서 어둠을 밝혀주지 않을까요?

     

    손가락이 닳아서 쭈글쭈글해 지도록

    기계를 돌려 만든

    그 동그랗게 빛나는 냄비 뒤엔

    세상이 환해지도록

    착한 공장과

    아무나 다 받아주는

    그런 학교가 있지 않을까요?

     

    3년째 은냄비 공장에서 일하는 Jainal은 11살

    작품 설명과 배경 : 방글라데시의 어린이 노동은 1992년부터 법으로 금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11살 소년 제이널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악한 공장에서 손이 쭈글쭈글 해지도록 은냄비를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내내 일해 받는 돈은 700타카(만3000원 정도)입니다. 보통 달은 신화와 만날 수 있는 낭만의 장소입니다. 항아나 키쿠야히메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살기도 하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덜 자란 허리를 굽히고 달과 닮은 은냄비를 만드는 소년에게 달은 낭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은 비상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둔 밤을 훤히 밝혀주는 빛나는 문 뒤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어야 고된 하루를 견딜 수 있을 테니까요.

    필자소개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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