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앞에만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국가인권위
정부 비정규대책에 비판 입장 내려다 후퇴
    2015년 05월 14일 0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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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비판적인 의견을 낼 예정이었으나 일부 인권위원의 반대에 의해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내에선 ‘노동이 인권과 무슨 관계냐’는 다소 황당한 발언까지 나와, 인권위원회가 정권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인권보호 역할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 자료를 보면 당초 인권위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요약)>에 따르면, 인권위는 정부의 비정규직 기간 연장은 ▲법률의 입법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이나 기간연장 남용 대책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파견노동 금지 완화에 대해서는 ▲입법취지에 맞지 않고 ▲파견고용을 고령자 및 관리•전문직의 보편적 고용형태로 고착시킬 우려가 있으며 ▲파견노동자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의견을 검토해왔다.

또한 원청의 사내하청 관여를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보는 정부안은 ‘사용자의 위장도급 유인이 증가될 우려’가 있다고 봤고, 일반해고 기준 및 취업규칙 변경의 요건 완화 또한 ‘손쉬운 해고 또는 근로조건 저하의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 상태였다.

그러나 이는 일부 인권위원들의 반대로 인해 결국 대폭 후퇴되거나 아예 내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4일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보호 역할을 하지 않고 권력의 눈치나 보며, 사실상 권력에 종속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비정규직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을 안건으로 하는 지난 11일 전원회의에서 윤남근 위원은 “(정부가) 한창 논의 중인데 우리가 끼어들어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고, 한태식 위원의 경우 “인권위 안을 보태면 혼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영하 위원은 심지어 인권위 회의에서조차 ‘정규직 과보호론’을 운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현 인권위원들은 “노동이 인권위원회와 무슨 관계냐”,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인권위가 왜 자꾸 노동에 끼어 드냐고 하더라”고 말하거나 “(비정규직 종합대책) 자료를 봐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문제는 1990년 한국이 가입한 유엔사회권규약도 노동권을 국제 인권조약의 핵심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이 인권위원회와 무슨 관계냐’는 식의 발언은 인권위원 스스로 자격이 없는 위원임을 드러내는 것이거나, 혹은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대책에는 대책이 없고, 박근혜 정권의 인권위에는 인권이 없다”며 “이러니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한국의 인권위를 등급보류로 판정해 사실상 강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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