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SLBM 실험, 파장과 대응 방향
    2015년 05월 14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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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실험 성공 주장과 제기되는 의구심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9일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됐다”며 “시험 발사를 통해 함 내 소음준위, 발사반 충력, 탄도탄의 수면출수속도, 자세각 등 전략잠수함에서의 탄도탄 수중발사가 최신 군사과학기술적 요구에 완전히 도달했다는 점이 검증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은 잠수함 발사가 아닌 수중 바지선에서의 발사, 북한 공개 사진자료의 포토샵에 의한 조작 등 의구심을 제기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12일 미국 국방부 관료들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했다는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11일 군 소식통 등이 “북한은 이번에 잠수함에서 모의탄을 사출하는 시험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으며 국방부 대변인은 “수중 사출시험을 한 잠수함도 현재 개발 중이고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의 주장처럼 탄도탄 수중발사실험의 완전 성공은 아니지만, 잠수함에서 가스압력 등을 이용해 수면위로 ‘사출’하는 실험에는 성공했으나, 사출된 탄이 멀리 날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수면 위 상공에서 로켓을 이용해 발사하는 실험은 하지 않은 모의탄 사출 실험(이거나 SLBM의 사출 성공, 발사 실패)인 것으로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SLBM 개발 초기단계”라고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SLBM을 완전히 개발해 전력화하는 데는 적어도 4~5년은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언론과 여야당 등의 호들갑스러운 반응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들은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면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사드 등이 모두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개탄하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 대응하는 완전히 새로운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새로운 대응책으로서 중앙은 사설에서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를 주문했고, 동아는 “원자력 잠수함 개발 착수”, “이지스 구축함 증설과 동·서·남해에 상시 배치”, “소나(음파탐지기) 성능이 우수한 차기 해상초계기를 도입해 대잠(對潛) 조기경보체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역시 11일 당정협의회에서 “북이 SLBM을 실전 배치하면 KAMD와 킬체인 등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며, “동 체계의 재검토와 새로운 대응전략 수립”을 요구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현안보고를 위해 대표실을 찾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SLBM이 실전화될 경우 킬체인이나 KAMD 등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포착해 발사가 임박했거나 위협을 앞둔 상황에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 군 당국이 군사위성과 고고도무인정찰기(글로벌 호크) 등의 연합감시자산을 동원해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매일 감시하고 있고, 출항하는 잠수함이 다시 기지에 정박할 때까지 경로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이 임박하면 킬체인 등을 통해 사전 공격해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을 과장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1일 오후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국방부의 인식과 대응이 안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단 수중에 들어간 잠수함은 탐지하기 어렵고 거기서 발사되는 SLBM을 킬체인-KAMD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가,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북의 SLBM 전력화 시기 이후 킬체인 등의 완비 전 몇 년 간의 공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문제제기였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정부 발표를 그대로 신뢰한다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전력화 시기까지 남아있는 기간 동안 우리가 취할 대책은 무엇인지 종합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SLBM 문제가 생겼으니 잠수함과 대잠 전력을 강화시키자는 즉자적인 대책에 대한 설왕설래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SLBM 발사로 보도한 장면

SLBM 전력화에는 아직 시간 남았고, ‘게임 체인저’되기에는 미약

미국의 일부 전문가가 평가하는 것처럼 북의 이번 SLBM 발사 실험 성공이 완전한 사기라고 단정하거나 단지 모의탄을 수면 위로 뿅 올리는 쇼를 한 것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다가는 어느 순간 이 나라, 이 민족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종말론적 공포를 조장하거나, 무언가 전혀 다른 새로운 대응책을 주장하며 한미일 정보공유협정 체결 등 3각 동맹의 강화와 핵잠수함 개발 배치 등 전략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대책을 불쑥불쑥 주장할 일도 아니다.

혹자는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면 그것이 완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하디고 한다. SLBM은 상대의 1차 타격에서도 살아남을 생존 가능성이 높아 2차 타격능력이 생기고, 또한 은밀성이 높기에 억지력에 일대 비약을 가져와 북한을 핵억지력에 기반한 핵전략과 핵정치에서 현실적 존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다분히 과장된 것임. 그 까닭은 첫째, 수천 km를 날아갈 SLBM과 그것을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이 아직 개발 및 전력화된 것도 아니고, 미국 근해나 태평양의 공해까지 은밀하게 가기 위해서는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지만 북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구형 소련 디젤 잠수함의 역설계에 기반을 둔 것일 따름이다. 즉 핵억지력의 당사자인 미국에 위협이 될 수준은 결코 아닌 것이다.. 둘째, 주한‧주일미군기지와 한국군 등에 대한 위협이 제고될 수 있지만, 이런 위협을 실제로 행사하기에는 한미연합전력의 보복능력과 워낙 현격한 격차가 있어서 북한으로서도 공격용 보다는 위협과 그에 기반을 둔 억지용으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자적 대응과 악순환에서 벗어나 근본적 해결 정책과 그 실행 필요

지난 몇 년 간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 등이 크게 신장되고 위협적 행태 역시 증가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지극히 즉자적이고 말로만 북핵 해결을 앞세우는 것이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면 서해 도서 방위전력을 증강하고, 무인기를 날리면 무인기 대책, 핵 위협이 제기되면 킬체인과 KAMD를, 또 얼마 전에는 사드 배치에 목을 메달다가, 이제 SLBM의 초기 실험에 또 지금 같은 호들갑을 떠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이 이렇게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축구를 하는 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증강하고 핵보유국가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이른바 병진노선을 별다른 방해 없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모멘텀을 못 살리고, 서로 강경책을 주고 받고 있다.

2014년의 좋은 기회는 정부가 대북 전단 문제 등에서 소극적 자세를 취해 날린 바 있지만, 최근 남북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6.15행사 합의와 남한 당국의 전향적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서해에서의 격파 사격 운운, 함대함 미사일과 SLBM 실험 등을 통해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에 일희일비하거나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에 입각한 종합적이고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북은 몇 년 전과도 달리 핵 능력을 크게 신장시켰고 경제 상황도 기아에 시달리던 시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호전된 상황이다. 그에 입각해 미국과 남한이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도록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때때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강압외교의 행태를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SLBM 등의 개발과 소형화 등 핵 능력 증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장기간 열리지 않고, 기존의 합의에 입각한 핵 활동에 대한 감시와 차단의 봉인이 해제된 상황에서 북의 이런 행동을 멈추게 하거나 변화시킬 동인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북한위협을 핑계로 하고 대중 견제를 실제 목적으로 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증진에 한국은 속절없이 끌려 들어가 ‘연미화중’전략이란 것도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제라도 군사적으로는 북의 위협 능력 증진에 대비한 국가 전체적인 중장기적 대책과 그 능력을 강구하면서도, 북핵 능력 증강을 저지시키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위기 고조를 전변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정부와 국회가 함께 한반도 위협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과 이것을 기초로 한 국방의 증장기 정책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사실 언론과 여야당 등이 호들갑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국방부 등 정부 책임이 크다. 4월 발표 국방중기계획에도 SLBM 문제와 그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었다. 북한의 능력에 대한 군의 평가와 대처 방법이 관성적이고 안이한 것이 아닌지 먼저 자성할 일인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 언론 등 여론 추수 현상, 비전문성과 정치적 당파성만을 개탄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위협 정보판단서와 국방기본정책서, 합동전력목표기획서, 국방개혁 기본계획, 중기국방계획 등의 입안 과정에서 국회 국방위 등에 대한 보고와 심사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동 전략문서 등에 대해 미국처럼 국회에 대한 보고와 승인의 의무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6자 회담의 조기 재개 등을 통해 우선은 북핵과 미사일의 동결을 성사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눈치만 보지 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자 공동성명을 통해, ‘6자회담 재개’와 ‘동북아 신안보기구 창설’을 촉구한 것을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이 한국의 가장 유효한 전략적 방책이라는 확고한 인식과 정책을 견지하며, 개성공단 사태 등에서 원칙론이나 들먹이며 기싸움을 벌이거나 상대에게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만 촉구하지 말고, 실제로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몇 가지 교류협력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 북한의 입장과 태도로 보아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 금지와 5.24조치 해제 등은 가장 필요하고 손쉬운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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