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서울디지털단지,
    노동조건은 점점 더 악화일로
    <노동자의 미래>, 노동환경실태조사 결과
        2015년 05월 12일 09: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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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금천 지역 서울디지털산업단지(서울단지)의 노동조건이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임금 대폭 삭감은 물론 정규직의 고용유지율 또한 5년 이상이 되지 않고, 임금 및 수당을 미지급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남부지역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미래(노동자의 미래)>가 3월 31일부터 4월 9일(3, 4, 5, 6일 제외)까지 임금·근로기준법·인권 실태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왔다.

    임금 하향평준화, 높은 고용유연성으로 정규직도 5년 근속 어려워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서울단지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79.3만원으로 2013년에 비해 1.8% 나 줄어들었다.

    특히 이 같은 감소 추세는 남성노동자의 실질임금 삭감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남성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013년 219.7만원에서 207.2만원으로 무려 12.5만원(5.7%)으로, 2011년에서 2013년에는 5.1만원(2.3%)으로, 4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임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되면서, 2011년 18.3%였던 중상위권 노동자층이 2015년에는 6.6%에 그쳤고, 중하위권 노동자는 58.0%에서 64.8%로 지속적인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 임금 하향평준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단지의 경우 고용유연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노동자도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디지털

    서울단지의 비정규직 비율은 46.7%로 전체 고용인구의 비정규직 비율(45.3% : 2014.8 경활부가조사)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근속년수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2014년 8월 기준 전체 고용인구의 평균근속년수가 5.6년인 반면 서울단지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근속년수는 2.6년에 불과하다.

    특히 근속년수 1년 미만인 노동자의 비율은 무려 44.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당시에도 근속년수 1년 미만 노동자 비율은 47.4%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새로 조성된 공단이라 해도 첨단화된 지 15년이 지났음을 감안하면, 1년 미만 근속노동자의 비율이 여전히 높은 건 서울단지의 고용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규직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정규직 노동자 35.7%가 근속년수 1년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 서울단지 정규직 노동자의 36.9%가 근속년수 1년 미만이었던 점 또한 고용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준다.

    반면 근속년수가 5년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 비율은 2011년 20.9%에서 17.6%로 오히려 감소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기관인 <노동자의미래>는 “고용유연성이 높고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것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 자체의 미비 혹은 법 집행의 미비가 공단 노동자의 높은 고용유연성과 저임금 실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이하 임금지급, 임금 및 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무시

    서울단지 노동자 절반 이상이 임금 및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고, 단순·생산직 노동자는 대부분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론 최첨단으로 성장한 산업단지로 소개되지만, 노동조건에 있어선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조차 무시되는 매우 후진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금 및 수당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이 최소 56.5%에 이르고, 심지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24.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은 37.5%,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12.0%였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생산직 노동자일수록(80.7%),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63.1%), 연장근로를 하는 노동자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교부받았다고 답한 노동자는 42.9%에 불과했다. 39.1%는 서명만 했고, 17.9%는 작성한 적조차도 없다고 답했다.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폭언․폭행․모욕적 처벌, 감시와 단속, 상호 감시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은 44.1%에 달했고, 거의 매일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은 무려 14.9%였다.

    이 중 폭언․폭행․모욕적 처벌 등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이 27.8%나 되고, 이를 거의 매일 겪는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5.3%나 됐다.

    CCTV로 감시하고,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체크당한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도 무려 29.2%였고, 노동자끼리 상호 감시하게 하거나 아예 왕따를 시키는 경우도 17.4%에 달해 인권실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미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관할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관악지청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공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시의 약속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적으로 노무관리를 하며 사업을 해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을 지키겠다는 당시자의 약속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관악지청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구로구청, 금천구청 등 당시 약속했던 당사자들이 모여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서울남부지역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미래>가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출퇴근 거리 무작위 설문조사, 조사원 면접조사․방문 설문조사 방법으로 조사했다. 표본수는 552부이다. 2011년 노동환경실태조사(3070명)와 2013년 노동환경실태조사(2809명) 표본에 기반을 둔 설문조사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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