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자영업
[탐구, 진보21]문제는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하는 사람들
    2012년 07월 16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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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3~4년간 방배동-합정동-독산동을 전전했다. 방배동. 합정동, 독산동은 동네의 풍경부터 무척 다르다. 그 중에서도 방배동과 독산동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방배동에는 건물 하나 건너 있는 은행이나 커피 전문점이 독산동에는 띄엄띄엄 있거나 거의 없다.

반면 방배동에는 대형 자영업이 많은 반면 독산동은 그야말로 소규모 자영업의 바다이다. 505번 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오는 길에는 끝도 없는 조그만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과연 이들 가게는 어떤 처지에 있을까?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나는 자영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다. 부모님께서는 생전에 늘 월급쟁이들을 우습게 보곤 했다.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해야지 월급 받아 저축해서 언제 돈을 모으겠냐는 것이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2002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자영업자 비율이 2011년 하반기를 계기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형편이 어려워진 조건에서 자영업말고는 달리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할만한 것은 취업이 되지 않는 청년들이 자영업에 뛰어 들고 있는 점이다.

‘저부가가치에 몰리는 창업 자영업 경기 더 악화시킨다’, LG경제연구소

그러면 이들 자영업의 전망은 어떠할까? 민간소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조건에서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여기에 음식점, 도소매업 등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차리고 있으니 더욱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이것마저 객관적인 실상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98년 이후 늘어난 자영업을 먹여 살린 것은 정상적인 임금소득이 아니라 가계부채였다.

98년 200조 수준이던 가계부채가 10여년만에 100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민간소비를 인위적으로 부추겨 왔기 때문이다.

2009년을 정점으로 가계부채 증가에 의한 민간소비 증가 효과보다 이자나 원금 상환에 의한 민간소비 감소 효과가 더욱 커진 상태이다. 따라서 지금의 자영업 증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점포 출시에 따른 대출이 증가하면서 ‘민간소비 위축-자영업 몰락 및 대출 부실-금융위기-중고령자들의 처지 악화’라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 동안 한국 사회의 미래 대안으로 ‘노동’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 왔다. 위 맥락에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처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향후 경기침체가 도래할 경우 경제적 약자 중에서 가장 안전한 집단은 ‘노동조합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 즉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정치투쟁을 위한 도구로써는 무기력하지만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지키는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이다.

반면 중고령 자영업자들은 거의 대책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비정규직이라도 일단 고용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노동자 중 임시직.일용직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영업자 그것도 얼마 남지 않는 재산을 가게에 털어 넣은 중고령자들은 갈 길이 없다.

한국에서 노동은 빈곤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다. 오히려 노동이라는 단어는 그나마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징표이다. 문제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과거에는 (소)사장으로 불렸을 화물연대.학습지 교사 등이 자신들도 노동자라고 주장하겠는가?

노동이 아닌 다른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국 사회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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