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와 함께
    공동의 대의 만들자!”
    [번역] 지금 필요한 '국제주의'
        2015년 05월 08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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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자의 협상전략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여차하면 유로존으로부터의 탈퇴를 감수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무슨 일이 있어도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시리자 내부에서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꽤 나왔다. 그리스 총리인 알렉스 치프라스와 재무장관 바로우파키스는 여전히 유로존에 남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협상카드가 없다. 이 협상에 이기기 위해서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하나의 열린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와 함께 자국 화폐로 돌아설 것이며, 유로존을 떠날 것이다. 자국 화폐로 그리스가 회귀한다면 엄청난 평가절하를 감수해야 하며, 당분간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시리자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유로존의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아래 글은 시리자가 유론존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유로존은 그 DNA에서부터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며, 유로존 안에서의 개혁을 하고자 했던 시리자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채권자들은 시리자에게 굴욕을 안겨줌으로써 유로존 내에서 ‘대안은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이 제시하는 대안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새로운 국제주의다. 프랑스 노조운동이 시리자와 연대할 때 유럽은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프랑스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 시리자의 이해관계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 맞서기 위해서는 프랑스 노동운동에서의 국제주의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렸다. 저자들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그리스적인 대안이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더불어 그리스 시리자의 성공은 프랑스 노동운동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프랑스 노동운동은 시리자를 지지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유럽에서의 새로운 국제주의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2015. 5. 1일 르몽드 디폴로마티크에 실린 글을 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가 영역한 것을 중역했다.(영역 글 링크) 저자인 세드릭 뒤랑(Cédric Durand)은 파리 13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고 라즈믹 퀘세양(Razmig Keucheyan)은 파리 5대학 소르본의 사회학과 조교수이다. 스타티스 쿠벨라키스(Stathis Kouvélakis)는 그리스 출신으로 런던의 킹스칼리지 철학과 교수이자 시리자 중앙위원이다.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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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

    지난 1월 말 그리스의 집권당이 된 시리자는, 유럽연합의 틀 내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이 증명할 수 없는 것임을 최종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U의 조약은 바로 그 DAN에서부터 신자유주의적이다. 1986년 ‘하나의 유럽 법령’(Single European Act)에서부터, 아니 심지어 그 이전부터, 우리는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적 DNA 증거물들을 지속적으로 보아왔으며, 심지어 그것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의 족쇄 풀린 헤게모니로 인해 신자유주의 그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며 권력을 잡은 이 정부 혹은 저 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유럽 전역에 걸쳐 긴축재정이 지속되는 이유는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나 마테오 렌지(Matteo Renzi) 혹은 여타 사회자유주의자들이 유럽 연합의 정책들을 다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울 용기가 없거나 혹은 자신들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정책 전환에 관한 약속들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자와 함께 그와 같은 논쟁은 끝났다. 무엇보다 알렉스 치프라스와 야니스 바로우파키스는 유럽연합 내에서 정책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함께 작업 해왔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이 성취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2월 4일 이래로 유럽중앙은행(ECB)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했으며, 2014년 여름부터 유럽으로부터의 부채상환을 위한 지급은 중단되었던 것이다. 치프라스 정부의 목을 겨눈 올가미는 더 단단해 졌고 이 국가를 예측할 수 없는 파산상태로 몰고 가며 혼돈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물론 유럽이 부가한 비인간적인 이행조건을 시리자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론은 무엇이어야 하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유럽연합이라는 틀을 넘어 이와 단절을 통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다. 다른 길이 있겠는가?

    EU와 유럽중앙은행 등의 지속적인 공격에 직면하여 부채 상환에 대한 디폴트나 그리스 은행체계를 공적 관리하에 두는 등 그리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기 방어수단은 그리스를 유로존 ‘밖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일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리스를 위한 보다 좋은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덜 나쁜 해결책’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EU로부터의 급진적 단절은 이 영웅적인 민중들을 위한 새로운 르네상스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긴축이라는 고문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는 몇몇 쟁점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 유럽 대륙 내에서 시리자에 대한 지지가 매우 약하다는 것, 그것도 무엇보다 그리스와 상황이 비슷한 남유럽 국가들로부터의 지지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우리가 기억해보아야 할 것은 지난 2월 초 치프라스의 최초 외국 방문지가 파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그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 다음 선거를 기억하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다. 즉 현직 프랑스 대통령의 재앙과 같은 임기를 평가하는 선거에 이르러 사회당이 ‘좌파의 단결’ 필요성을 주장할 그 시점 말이다.(프랑스 노동운동이 다시 사회당을 지지하고, 다수의 민중계급들은 국민전선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 시점: 역자)

    가장 비극적인 것은 치프라스 정부가 프랑스 정부로부터의 지지만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는 프랑스 사회운동, 노조운동들로부터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그리스를 지지하기 위해 기획된 프랑스의 가장 큰 시위에는, 기껏해야 50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 시위에 노총은 거의 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시리자에 대한 지지의 부재는 유럽 대륙의 국제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특히 프랑스 노동운동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국제주의란 어떤 윤리적 의무나 이타주의로 인해 ‘다른 누군가의 대의’를 지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와 그리스 민중 계급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문제이다. 그리스와 프랑스 노동조합은 ‘공동의 적’이라는 최소한의 공통 이해관계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리스에서 긴축에 대한 대안의 실행이, 정치와 사회에서 힘의 균형의 전복을 의미할 때 프랑스에서는 이것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들 정책들은 프랑스 노조 운동으로 하여금 현재의 무기력함으로부터 단절하고 마뉴엘 발(Manuel Valls)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저항을 조직함에 있어서 현재의 무능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유럽의 지배계급들은 노동자운동이 쟁취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알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하달되는 그들의 지침은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 시리자를 몰아붙여 그들을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시리자가 배신자가 되도록 만들어 시리자에게 굴욕을 안겨주는 것이다.

    유럽지배계급에게는 중앙의 권력독점을 깨는 우발적인 선거 사고(an electoral mishap,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지역 권력 장악-시리자의 집권 : 역자)가 나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역자) 유럽지배계급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안은 없다’라는 대처의 독트린이다.

    그리스의 부채상환 만기일이 다음 달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스가 ‘얼마간의 무질서’를 동반하며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프랑스 노동조합운동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걸쳐 진행될 사건들에서, 독일정부나 유럽중앙은행 혹은 IMF의 장막에 가려진 행위자들만큼이나 주요한 행위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리스 민중과의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프랑스 노동운동의 대중동원 능력은 프랑스 자신을 비롯하여 유럽대륙의 전략적 지형을 변동시킬 것이다.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면 현 체제에 적의감을 갖고 있는 대중계급들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전선(프랑스 극우파 정당: 역자)을 위해 투표하는 것보다 다른 의미 있는 결과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말하자면, 다른 국가의 민중들의 투쟁을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투쟁으로 삼으려는 능력을 보여주는 국제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필자소개
    번역 남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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