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연안여객의 공영제' 필요
        2015년 05월 07일 01: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페이스북을 보다가 세월호 아픔을 뼈아프게 느끼게 하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유가족을 위로 한답시고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다.

    박 대통령의 차가운 손을 진저리난 표정으로 거부하고 있는 다섯 살 아이는 온 가족이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자 했지만 아이만 생존하고 엄마, 아빠 동생 등 온 가족을 잃고 말았다.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이는 아이의 고모다.

    지난 일 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중심으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해왔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며 검찰조사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6일 오늘, 세월호 특별법의 조사권마저 무력화하려는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통령의 재가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얼마나 후안무치한가? 세월호 특별법은 600만 명의 서명과 전 국민의 염원에 의해 겨우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채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조사대상을 정부가 조사한 것에 대한 검증 수준으로 축소하고, 위원장과 위원들의 위상과 역할의 약화, 인력과 예산의 축소, 사무처의 주요 직책을 정부 파견 고위 공무원이 장악하여 조사대상이 되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통제하고자 함은 한마디로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의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적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도 문제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국민적 분노에 편승하여 유가족과 국민여론을 눈치 볼 뿐, 안전사회를 위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허우적거리는 진보정당, ‘정의당’ ‘노동당’의 한심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핵심은 무엇인가? 대안은 무엇인가? 만약,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에 성공하였더라면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또는 정의당, 노동당이 집권하였다면 이와 같은 초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세월호1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맨 얼굴을 여과 없이 보여준 극단적 사례다. 연안여객선 사고는 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흐름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속철도(KTX), 저가항공의 도입, 지속되는 고유가는 선박산업에 치명타를 가한다. 자연스럽게 승객은 줄고 비용은 늘고 이윤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선박의 제한연령을 늘려주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2009년, 선박 제한 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렸고, 증개축을 대폭 허용했다. 게다가 해양산업의 활성화라는 정부정책에 의해 단원고 아이들은 세월호에 태워졌다. 실제, 2011년 부산해양항만청과 제주해양관리단은 교육당국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어린 학생들이 선박업계의 ‘수익’과 ‘생존’을 떠받친 셈이다.

    사고 초기에 구조업무에 나선 해경들이 장비가 없어 무서워서 세월호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수습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제반 업무를 해양경찰청에 떠넘기면서 빈축을 샀는데 해경도 마찬가지였다. 구조의지도 없었고 구조장비도 없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체(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고에 대비하여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끊임없는 훈련을 했어야 했지만 이 모든 것을 비용으로 치부하고 등한시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재난기관 마저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맡겼다.

    게다가 연안여객선의 안전관리는 국가기관에서 민간업체에 떠넘겨지면서 한국해운조합조합에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안겨줬을 뿐, 선박과 선원의 안전교육은 뒷전이었다. 심지어 위조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이러한 선원관리의 문제점은 전체 선원의 75%가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에서 이미 충분히 예고됐었다. 대단히 슬픈 일이지만, 훈련되지 않은 75%의 비정규직 선원들에게 승객구조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가장 슬프게 만난’ 사건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국가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민안전처 신설을 제안했고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또한 심각한 개악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어서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지만 이것을 이명박 정부 때 없애 버렸다. 뭔가 새롭게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국가재난구조에 콘트롤타워 역할을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로 격하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국가재난에 관해서는 국가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연안여객의 완전공영제’만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국가재난과 관련한 자본의 문제와 ‘연안여객선의 완전공영제’를 실현될 수 있도록 진보정당들이 전투적으로 나서야한다.

    이미 스코틀랜드,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안전’을 위해 연안여객의 공영제를 도입했다. 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연안여객 산업규모를 보면 선박회사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1조원, 부채를 제외하면 4000억원 정도로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여객선사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안전관리를 국가가 관리하는 형태의 ‘준공영제’를 현실적 검토해볼만하다. 그렇게 되면 배의 ‘안전’ 문제는 현격하게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여객선의 ‘공영제’ 주장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영화’ 문제와 정확히 반대로 가자는 주장으로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자임한 진보정당이라면, 어렵더라도 그 길을 주장하고, 관철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그 배를 탈 수 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필자소개
    광주 사회민주주의센터 사무처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