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과 혁신 필요,
인문고전과 자연과학
[토론] 인문교육 무용론은 아닌 듯
    2015년 05월 07일 12:01 오후

Print Friendly

‘대안학교는 대안인가’ 글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원윤님의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관련된 논의가 더 적극적이고 풍부하게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편집자>
—————–

민경우의 글 링크

박규현의 반론 링크

1. 저자의 칼럼들을 보면서 인문사회학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칸트가 뉴튼을 수렴했던 것처럼 현대철학이 근세기 과학혁명의 성과를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가? 다소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아직은 많이 미진한 상태인 것 같다.

2. 게다가 최근의 인공지능학, 생명공학 분야의 급진적 기술혁신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문명의 판에 구조적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사회 시스템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적 시스템의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회과학에는 새로운 쟁점, 화두, 연구과제들이 급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 저자가 말하고 있는 첨단과학지식은 고래의 인문고전 해석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개인적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최근 우연하게 다양한 경로로 빅뱅설,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 현대 천체물리학 이론들을 귀동냥해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지적 경험은 내가 10여년간 반복해 읽어온 동양고전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켜주고 새로운 접근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4. 나는 빅뱅설을 들으면서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떠올렸다. 양자 사이에는 묘한 매칭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양자역학을 접하면서 주희의 철학적 제1명제라고 할 ‘무극이태극’이란 명제가 새롭게 다가왔다. 생물학의 통찰은 노자 <도덕경>의 서두인 ‘도가도 비상명’을 새롭게 되새길 수 있게 해줬다. 주희의 신유학을 뛰어넘는 현대 신유학의 시대, 유교 제3기 혁명의 도래는 현대과학의 성과를 수렴할 때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6. 저자가 말하는 인문고전 중심론 비판에 일면 동의하고 일면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저자가 비판하는 인문고전 중심론은 1980년대 철학에세이 류의 낙후하고 아마추어적인 인문고전 중심론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진보세력의 인문고전 중심론은 여기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나 있지 않다.

7. 내용적 측면과 별도로 방법론적 측면에서 한국의 인문고전 교육은 기독교에서 성경교리를 암송시키는 것과 진배없게 진행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설이 현대사회에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전공자들도 이것을 믿지 않는다.

고전

8.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인문고전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자연에 관한 지식에 기초하여 인간과 사회의 구성원리, 규범을 도출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9. 뉴튼 역학이 깨졌다고 해서 칸트의 이성비판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체에 대한 독단적 인식을 배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가능성을 잠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했던 칸트의 접근방법, 태도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이 던지는 형이상학적, 인간학적 과제를 푸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10. 기존의 낙후한 인문고전 중심론이 혁파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자연과학교육에 비해 덜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11. 우선순위에서 차등을 둘 수는 있다. 현대사회의 추세에 부합하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함에 있어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 또한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 그러나 첨단과학기술의 성과를 인간과 사회의 영역으로 들여오는 데 있어, 그와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지적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인문고전 교육은 한번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13, 물론 저자도 인문고전 교육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문고전교육 만능주의, 낙후한 인문고전 중심교육의 폐해를 강조하고 싶은 것을 보인다.

14. 첨단과학기술은 인문고전 해석의 새로운 접근로를 열고 있으며, 한국 인문고전교육 방법의 혁신을 요청하고 있다.

15. 저자의 이 글에 대한 일부 댓글의 반응이 실망스럽다. 특히 일부 댓글에서 반지성주의가 엿보인다. 한국 사회는 지식을 중요시하고 존중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면적 수식일 뿐, 내면에는 반지성주의가 팽배해있다. 지식이 인간을 등급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사회가 낳은 기묘한 현상일 것이다. 진보이건, 보수이건 저마다의 반지성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필자소개
서강대 박사과정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