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를 발명가로 만드는 그림책
    [그림책 이야기]『콧수염 아저씨의 똥방귀 먹는 기계』 (일라리아 과르두치 / 어린이나무생각)
        2015년 05월 04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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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 방귀, 코딱지 그리고 트림을 먹는 기계

    띵동! 띵동! 콧수염 아저씨가 로사 아주머니네 초인종을 누릅니다. 로사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누구신지 묻습니다. 콧수염 아저씨는 무스타키오 회사에서 만든 좋은 기계를 소개하러 왔다고 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구경을 옵니다.

    콧수염 아저씨는 신기한 기계들을 꺼내놓고 설명을 시작합니다. 이 기계들은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버리는 똥, 코딱지, 방귀가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입니다. 멋진 연설에 로사 아주머니와 이웃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콧수염 아저씨는 코딱지나 애완동물의 똥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기계, 코딱지나 똥으로 멋진 선물을 만드는 기계, 트림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기계 그리고 방귀로 향기를 만드는 기계를 선보입니다.

    로사 아주머니와 이웃 사람들은 이 놀라운 기계들을 하나씩 삽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똥과 코딱지와 방귀와 트림으로 디저트와 선물과 음악과 향기를 만드는 기계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콧수명

    더럽고 웃기지만 놀랍고 아름다운 상상

    『콧수염 아저씨의 똥방귀 먹는 기계』를 보면서 제 눈은 왕방울 만하게 커졌습니다. 정말 코딱지나 똥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코딱지나 똥으로 멋진 선물을 만들고, 트림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방귀로 향기를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저 역시 당장 그 기계를 구입할 것입니다.

    심지어 저는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것임을 알면서도 인터넷에서 ‘무스타키오 회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물론 무스타키오 회사에 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가수 죠르주 무스타키의 부고 뉴스만 상단에 나타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 한 구석에는 왠지 이태리어로 검색하면 ‘무스카키오’ 회사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남아 있습니다.

    똥, 코딱지, 방귀, 트림은 생각만 해도 더럽고 웃깁니다. 그런데 그게 미래의 에너지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니 얼마나 멋지고 놀랍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반드시 이런 발명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연은 뭘 하나?

    무스타키오 회사의 발명품에 감격하여 이런 기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 가슴에게 제 머리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자연은 뭘 하나?’ 저는 갑자기 똥과 코딱지와 트림과 방귀의 생로병사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똥은 동물이 먹은 음식입니다. 음식이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가 바로 똥입니다. 그리고 똥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똥 속에 많은 박테리아가 있는데다 다른 동식물과 비와 바람과 흙이 똥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코딱지는 코 안에서 분비된 점액에 먼지와 세균이 뭉쳐서 굳은 것입니다. 파서 버리는 사람도 있고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코딱지에 들어있는 세균은 이미 죽은 세균이라서 먹으면 백신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여하튼 코딱지는 먹으면 소화되고 버리면 풍화됩니다.

    트림과 방귀는 둘 다 몸 안에서 만들어진 가스입니다. 다만 위로 나오는 가스가 트림이고 아래로 나오면 방귀지요. 그리고 몸 밖으로 배출되면 잠시 악취를 풍기지만 곧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니까 무스타키오 회사에서 만든 기계가 없어도 대자연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을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순환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발명은 즐겁다

    무스타키오 회사에서 만든 기계가 쓸모 있는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발명한다는 것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종이의 발명, 인쇄술의 발명, 바퀴의 발명, 자동차의 발명, 전기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 다양한 발명품이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한편 각종 무기의 발명이나 원자력의 발명은 인류를 재앙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또한 각종 자동화 기기들이 인류로부터 일자리를 빼앗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곧 있으면 스스로 움직이는 진짜 자동차의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안전한 교통의 시대가 오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실직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입니다. 운전기사 직종뿐만 아니라 보험과 금융 등 자동차와 교통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발명과 창작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꿈의 실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발명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리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발명의 윤리 문제는 어떤 발명품을 발명하는가가 아니라 그 발명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을지 모릅니다.

    『콧수염 아저씨의 똥방귀 먹는 기계』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독자들은 낄낄낄 하하하 웃으면서 보게 됩니다. 웃으면서 보다가 발명과 인간의 성품에 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뭔가 멋진 발명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독자들을 발명가로 만드는 그림책, 바로 『콧수염 아저씨의 똥방귀 먹는 기계』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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