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는 가능한가
    [책소개] 『만들자, 학교협동조합』(박주희, 주수원/ 맘에드림)
        2015년 05월 02일 1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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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협동조합이 마을과 학교의 만남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 사회적 경제를 연계시키려는 시도가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등 각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12월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설립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이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정책을 공동으로 발표, 주요 사업으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경기도에서도 이재정 교육감이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는 혁신교육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한 해로 마을교육공동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밝히며, 학교협동조합을 통한 학교매점 운영, 교복, 친환경급식자재 공동구매, 통학버스 운행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2014년 말, ‘학교와 사회적경제 연계 및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출범시켰으며, 2015년 1월부터 학교협동조합 시범사업 운영을 모색 중이다.

    “마을과 학교가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져가고, 혁신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마을학교, 마을교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활발해짐에 따라, 학교협동조합은 이제 상상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학교협종조합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를 묻다

    학교협동조합 컨설팅에 참여하며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능성에 대해 깊이 천착해온 학교협동조합 지원네트워크의 박주희, 주수원 두 저자가 최초의 학교협동조합 연구서인 『만들자, 학교협동조합』(맘에드림)을 통해, 학교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 오늘날 그 교육적 가치는 무엇인지 자세히 일러준다.

    학교협동조합이란 구상은 어느 날 갑자기 급조되어 나타난 것이 아니다. 학교협동조합의 역사는 멀리, 일제 강점기부터 민족 교육과 지역사회가 수탈중심의 식민지 경제체제에서 미약하게나마 서로를 지탱하는 활로로 기능해왔고,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대학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생협 운동으로 복원되었으며, 최근에는 한살림, 아이쿱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우리 경제의 한 부문으로 안착되었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국면에서 선진국 협동조합의 저력이 확인되자, 정부차원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협동조합 생태계가 제도적으로 조성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들은 학교협동조합의 컨설팅 과정에서 교육혁신과 접목될 수 있는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주입식 입시 교육과 권위주의적 문화에 갇혀 왔던 우리 교육현장에, 학교와 지역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복원해 낸다. 그러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만남이라는 오늘날 학교협동조합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에 주목한다.

    희망이란 보기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기 만드는 것

    “학교협동조합이라고 말하고 마을교육공동체라고 부른다”라는 부제에서도 나타나듯이 이 책, 『만들자, 학교협동조합』은 학교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어떤 유형의 학교협동조합이 가능한지, 전국적으로 현재 학교협동조합의 추진 상황은 어떠한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안내하는 한편,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원리와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상세하게 풀어놓고 있다.

    저자들이 바라보는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가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학생들에게 학교협동조합은 생생한 경제교육이자 훌륭한 체험 학습의 모델이 된다. 학생들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배우고 익힌다. 아울러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협력의 정신과 스스로 일을 만들어가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한 개인으로서의 주체로 거듭난다는 점을 많은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은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훈련장이 된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핵심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운영체계 속에서 학생들은 학부모, 교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수평적 의사결정의 주체로 자기 자신을 자각하며, 수많은 회의과정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과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게 된다.

    아울러 저자들은 학교협동조합이 지역사회와 학교가 만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거론하며, 마을과 학교가 연계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협동조합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들은 학교협동조합의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 제도적, 행정적 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미리 경고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들이 책에서 풀어놓은 실천적 지침들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공동체에서 스스로 대안적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필요와 의지, 실천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미래라는 점을 알 게 된다.

    저자들의 말처럼 희망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택지와 새로운 보기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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