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주년 세계노동절 대회,
    "우리는 최저인간이 아니다"
        2015년 05월 01일 1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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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세계노동절대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가운데, 경찰은 길마다 촘촘히 차벽을 대고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의 발을 묵었다. 일부 시민들은 왜 길을 막느냐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채증을 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또 다른 쪽에선 시민들이 버젓이 길을 지나가는 상황임에도, 노동자들은 물론 취재기자들에게까지 최루액을 무차별 발사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2015 세계노동절대회에 약 10만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연대단체가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대회의 슬로건인 ‘끝내자 박근혜!’를 외치며 노동절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2015년 권력은 부패했고 민생은 파탄 났다. 재벌은 배불러 터지고 노동자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누가 개혁의 대상인가”라며 “노동자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의 노동탄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20년은 노동자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내 아들과 딸들에게 노예의 사슬까지 물려주는 못난 아비는 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대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박근혜와 그 뒤에 숨은 자본을 이길 수 없다. 싸우다 깨지면 또다시 일어나 싸워 반드시 승리의 길을 걸어가자”고 외쳤다.

    한 위원장은 이어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자. 정리해고,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노조 탄압에 맞서며 우리는 얼마나 많음 열사를 보내야 했나”라며 “일어나자. 반동의 역사를 끝장내자. 선배들이 걸어온 길 우리가 가야할 길은 수 없이 깨질지라도 동지를 믿고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영광의 길을 가라고 배웠다. 그 길을 동지들과 함께 가려 한다”며 광장에 모인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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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최저인간이 아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연대선언문 낭독과 한국노총 비정균 사무총장,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지고, 오후 4시 20분경 서울광장에 모여 있던 노동자들은 일제히 을지로2가역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오후 4시 45분 종로 사거리, 민주노총 조합원은 방송차량 위에 올라 “우리는 최저인간이 아니다”라고 목 놓아 외치며,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공적연금 강화를 통한 안정된 노후생활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나 전국빈민연합 등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평화적 행진을 이어갔고, 행진대오 여기저기서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와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선전물이 뿌려졌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조합원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고,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조합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하는 축제와 같은 노동자대회 행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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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하는 노동자들에게 최루액 무차별 살포…시민·외국인 관광객들 ‘경악

    오후 4시 50분경, 각 산별노조는 각기 갈라져서 행진을 이어갔고, 금속노조는 인사동 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인사동 거리 끝에는 이미 무장 경찰들과 플라스틱 폴리스라인이 배치돼있었다. 길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비켜달라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으나,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후 5시 5분경, 금속노조와 무장한 경찰 병력의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진행됐다. 경찰은 이 같은 대치상황이 지속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조합원들의 얼굴 정면에 최루액을 살포했고,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최루액을 맞은 조합원들은 마시던 생수를 얼굴에 부어 씻어냈지만 기침과 콧물,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길을 지나거나 상점에 있던 시민들, 외국인 관광객들은 경찰의 무차별적 최루액 살포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은 그 상황에서도 노조의 행진이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끼친다며, 연이어 해산 종용 방송을 해댔다.

    10분 정도의 대치 상황이 계속됐고, 경찰은 취재기자들이 있는 쪽까지 최루액을 살포했다. 이를 맞은 일부 기자들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노조는 결국 오후 5시 25분경 해산하고 종각 방면으로 다시 행진했다.

    오후 5시 40분경, 조계사 앞으로 가는 길목 또한 경찰 차벽에 막혀 있었다. 그 곳을 지나려 했던 산별노조들은 차벽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들은 경찰 버스에 줄을 묶어 버스를 흔들었고 경찰은 해산 종용 방송과 함께 소화기를 지속적으로 살포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경찰들은 창문을 조금씩 열었다, 닫았다 하며 조합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기도 했다. 노조들은 또 차벽에 막혀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 ‘시민 불편’ 외치며 해산 종용했지만…시민들, “길 가겠다는 사람 왜 막냐”

    차벽에 막혀서 돌고 돌아 행진대오는 오후 6시 5분경 종로 사거리 쪽으로 우회해 조계사 방면으로 향했다. 그 곳 또한 경찰은 물대포까지 살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행진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오가 차벽 인근까지 도착하자마자 경찰은 살수차를 이용해 강제 해산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 해산을 종용하는 이유였다.

    경찰의 높은 차벽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던 일반 시민들은 해산종용 방송을 듣고는 “길 가겠다는 사람한테 물대포를 왜 쏘겠다는 거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광경을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는 “그냥 경찰 버스를 부수고 지나가라”며 성을 내기도 했다.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생도 경찰병력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나가게 해달라”며 경찰과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결국 이 아르바이트생은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음식만 꺼내어 걸어서 배달해야 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오후 6시 30분경, 경찰에 막힌 대오는 해산하고 보신각 앞에서 마무리 집회에 돌입했다. 이어서 오후 7시를 넘긴 시각부터는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집회가 시작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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