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시행령 수정안,
    유가족 특조위 반대 이유?
        2015년 04월 30일 08:0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해양수산부가 여론 악화에 떠밀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이하 수정안)을 29일 발표했다. 해수부의 수정안이 일찌감치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4.1 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절차적 과정과 그 내용을 문제 삼으며 ‘수용불가’ 의견을 냈다. 4.16 가족협의회 또한 30일 “쓰레기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조위가 빈손으로 지낸 지도 5개월이 넘었고, 더 이상 조사활동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특조위 조사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사를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들 입장에선 서둘러 수정안이라도 받아 조사에 착수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여론이 세월호에 무뎌지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일부 언론에선 특조위와 가족협의회가 ‘또, 수정안을 거부했다’며 눈총을 보내기도 했고, 국민들은 점점 세월호 시행령이 뭔지, 인양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세월호와 관련해서 더 이상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제대로 된 조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정부와 시간 싸움을 하고 있는 특조위와 가족협의회가 상황이 이러함에도 시행령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있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정부의 시행령은 ‘독립적 수사’가 가장 중요한 지점인 세월호 특별법의 의미를 완전히 퇴색시켜버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시행령이 특별법을 ‘잡아먹는 꼴’이라는 것이다.

    해수부가 29일 발표한 수정안은 언뜻 보기에 특조위와 가족협의회 의견을 대폭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의 비율을 줄이고, 특조위의 조사 업무를 정부조사자료 분석에서 그 외에 조사활동도 허용한다는 것은 해수부가 수용한 점이다. 이쯤 되면 특조위 등도 수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수정안이 철저하게 여당 추천 인사와 파견 공무원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진상규명에 관한 조사활동 지휘·감독권을 기획행정실장과 사무총장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령 수정안 폐기

    직위명칭만 바꿔서 특조위 의견 수용하는 척…‘해수부의 꼼수’

    특조위 내 ‘막강 권력자’인 ‘기획조정실장’은 수정안에서 ‘행정지원실장’으로 변경된다. 행정지원실장에는 해수부 공무원이 아닌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또는 기획재정부 파견공무원이 배치된다.

    특조위는 그간 원안의 기획조정실장 업무와 여기에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배치되는 점을 정부 시행령안의 가장 핵심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해왔다. 세월호 참사의 피의자가 피의자를 조사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이 같은 수정안을 발표하며 “기획조정실장 등이 업무전반을 통제한다는 오해 소지가 있어 직위 명칭 및 업무내용(기획·조정에서 협의·조정으로)을 변경했다”고 브리핑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직위 명칭과 업무내용이 변경된 것이 원안과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상 기획조정실장에서 행정지원실장으로 직위 명칭만 바꿨을 뿐 특조위 내에서 업무전반을 통제하는 성격은 원안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해수부 수정안 브리핑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해수부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대책 및 피해자 점검 등 사무처 각 부서의 업무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총괄 기능 필요, 관계기관 간 원만한 협력관계의 형성·유지를 위해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의 총괄 역할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조정실장이든 행정지원실장이든 특조위 업무를 전반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특조위는 해수부의 수정안에 대해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3월 2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안과 큰 틀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고 단어 변경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행정지원실장에 해수부 공무원이 아닌 국조실, 행자부, 기재부 파견 공무원을 배치하겠다. 그러나 정부부처로부터의 독립성이 특조위의 생명인 만큼 이 또한 기만적인 수정안이라는 지적이다.

    소위원장은 지휘·감독권도 없어… 여당 추천인사인 사무처장에 권력 집중

    특조위는 진상규명국장과 조사1과장 모두 민간 공무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조사 업무의 핵심임 참사 원인 조사, 특검요청 및 청문회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안이 발표된 당시 조사1과장 자리에 파견 공무원 배치되는 것 또한 특조위가 지적한 독소조항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해수부는 수정안에서 진상규명국장은 민간 공무원이, 조사1과장은 파견 공무원(검찰수사서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원안을 고수했다. 이유는 ‘균형된 시각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해수부는 “파견공무원은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 심사 등을 통한 임명, 징계권, 사무처장(부위원장)의 지휘·감독 등 특조위의 전면적인 통제를 받아 독단적 업무수행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사무처장의 지휘·감독 하에 있기 때문에 독립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사무처장이 여당 추천 인사인 조대환 변호사라는 점이다. 조 변호사는 특조위 설립준비단 부단장을 역임할 때부터 특조위 구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결국 정부기관 파견 공무원인 행정지원실장은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여당 추천 인사인 사무처장은 각 ‘국’의 업무에 관해 지휘·감독한다. 철저하게 정부여당의 통제 하에 조사활동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족협의회는 “시행령 수정안은 특조위의 생명인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기에 특조위와 가족협의회 등의 다른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해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며, 수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특조위 활동기간 1년 6개월인데… 인원 확대하는 데만 6개월 소요

    특조위 정원 또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안은 특조위 정원을 90명으로 하고, 이후 시행령을 수정하고 120명으로 정원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정안은 시행령 수정없이 6개월 이후 인원을 확대할 수 있다.

    특조위 활동기간은 1년 6개월이다. 이 점을 상기 인원확대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사실상 확대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가족협의회는 “짧은 활동기간을 염두에 둔다면 인원을 6개월의 유예기간 후에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필요한 인원을 모두 선발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적어도 특조위 독립성을 존중한다면 특조위가 특별법에 따라 120명의 인원의 범위 내에서 스스로 출범인원의 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협의회는 수정안 발표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해수부는 지속적으로 특조위 및 가족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특조위도 가족협의회도 해수부 관계자와 단 한 번도 시행령에 관해 논의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해수부가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만든 안이라는 비판이다.

    가족협의회는 “해양수산부는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6일, 세종시 해양수산부를 방문했다가 경찰의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집단 연행과 폭행 끝에 이루어진 유기준 장관과의 면담 이후 의견수렴을 위한 어떠한 기회나 자리도 전혀 없었다”며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마치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만 했다. 그래놓고 겨우 단어 몇 개 바꾸면서 마치 특조위와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거짓을 늘어놓는 철면피 해양수산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 수정안을 30일 차관회의와 오는 5월 4일 국무회의 통해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