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발전소,
    그러나 전기는 부족, 왜?
    [에정칼럼] 라오스 사이냐부리지역
        2015년 04월 30일 0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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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태양광발전기 지원활동이 처음 시작된 곳

    처음엔 우연 같은 인연 때문이었다. 2009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라오스 싸이냐부리(Xayaboury) 지역 태양광발전기 지원활동은, 콩고를 지원했으나 라오스로 오게 된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의 라오스 싸이냐부리 지역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그 단원이 임기 마지막에야 처음 가 본 싸이냐부리 깊은 산속 소수민족 중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발전기(發電機) 소망을 듣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세계 최빈국 라오스에서도 싸이냐부리 도(道)는 소득 수준이 하위에 속한다. 지금처럼 싸이싸탄(Xaysathan) 군(郡)과 싸이냐부리 군(郡)으로 분할되기 전, 2007년 무렵의 싸이냐부리 군은 연소득 368달러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런 싸이냐부리에서 읍내도 아닌 두메의 멀고 먼 산속에, 지배적인 민족도 아닌 일컬어지는 명칭도 분명치 않은 소수민족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에 빛을 밝힐 발전기 지원 약속을 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어떤 발전기를 생각하겠는가? 태양광발전기,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결정은 그렇게 자연스레 도출되었다.

    연구소의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사업은 학교 한 곳에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위한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만 꼬박 1년을 애써야 했던 시절을 지나, 국제협력단의 민관협력사업 발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를 위한 체계적인 현장조사를 할 수 있었던 2012년을 거쳐, 지금은 당연히 태양광발전기 지원을 중심으로 한 ‘라오스 싸이냐부리 지역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과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지원 사업’으로 나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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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고 있는 라오스 서북부 고산지역 소수민족 마을 모습

    매컹 본류 최초의 댐, 싸이냐부리 동쪽

    매컹(Mekong)은 동남아시아와 라오스를 풍요롭게 하는 모든 것의 원천이다. 라오스가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면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것도, 한국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라오스의 주요 수출품이 전력일 수 있는 것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10%에 육박하는 경제지표를 유지해 나가는 라오스의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가 생태관광, 대안여행일 수 있는 까닭도 모두 어머니 강 매컹이 품고 있는 수백 수천의 지류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매컹의 본류에 지금 대규모 댐이 건설 중에 있다. 무려 11개에 이르는 매컹 댐 건설 계획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2009년 5월이었다.

    타이 환경단체가 ‘한국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시민사회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광주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매컹 보호에 힘쓰는 동남아지역 연대 활동 사례를 발표하였다. 왜 댐 건설 문제를 개발원조 주제 회의에서 얘기했을까, 그것도 국민에 대한 책무를 갖는 공적개발원조를 논하는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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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컹 댐 건설 예정지가 표시된 엽서. 2009년 타이의 환경단체가 11개 댐 건설 계획으로부터 매컹 전역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 시민들에게 댐 반대 청원서에 서명을 받기위해 배포한 것이다.

    나의 라오스 고향과 같은 곳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2011년 1월 읍내에서 불과 40분 떨어진 싸이냐부리 댐 건설 예정지를 찾았다. 매컹에 접한 5개국의 협의체 매컹위원회(MRC)가 아직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었지만 수천 명에 이르는 타이 노동자들은 이미 들어왔고 댐 건설 공사는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있었다.

    라오스 최초 화력발전소 건설 중, 싸이냐부리 서북쪽

    업친 데 덮친 격. 나는 2012년 1월에 홍싸(Hongsa)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목격했다. 싸이냐부리 읍내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홍싸 군(郡). 이 갈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싸이냐부리 댐 건설계획과 같이 2007년 2008년 무렵에 이미 세워진 것이었다.

    연구소가 2012년 후반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지원 대상 산간학교들을 살펴보고 싸이냐부리 읍내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나의 현장조사에 동행해 태양광발전기 지원이 얼마만큼 필요한 상태인지를 알뜰하게 알려주었던 싸이냐부리 도교육청 통계기획국 국장님은 얼핏 지나가며 보인 발전소 건설 현장과 광고탑을 보고는 이제 싸이냐부리도 한국처럼 발전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그러나 2014~2015학년도 교육청 통계가 보여주는, 그나마 수도 위양짠(Vientiane)과 가까운 평야가 많은 빡라이(Pakray) 군에 30개 곳, 홍싸 군에 바로 접해 있는 씨양헌(Xeinghon) 군에 21곳 등 여전히 싸이냐부리 도내 학교들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는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정도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이 홍싸 군에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지금이 아니라, 발전소가 완공되었을 미래에도 여전히 전기가 들어갈 계획이 없는 (계획이 있더라도 예정 기간의 두세 배가 걸리기 일쑤지만) 중등학교들이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를 위한 라오스의 거대 발전소들인가?

    어디에서나 대규모 댐, 화력발전소 건설은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물과 그 땅을 기반으로 한 주민들의 삶과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에서도 댐이나 발전소가 건설되는 곳은 대부분 오지. 라오스의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 환경에 절대적으로 의지해 살아가는 중앙과 언어가 전혀 다른 소수민족들. 따라서 이들은 대규모 개발공사에 따른 국제적인 권고를 준수해 새 이주지와 가옥을 주고 몇 년 간의 물적 보상을 한다 해도 그에 대한 긍정적 적응을 절대 장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생존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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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컹 본류 최초의 댐, 싸이냐부리 댐의 실제 착공 당시 2010년 1월 공사 현장

    생존권만이 아니라 라오스에서 싸이냐부리 댐, 홍싸 화력발전소가 보여주는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결판난 중앙 집중식 대전력 중심의 발전은 지역 공동체의 자율성을 죽이는 것은 물론 지역정부 수준의 자치와 다양한 발전 전략의 가능성을 해친다.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의 낭비와 비효율성은 개발주의자들의 금과옥조인 경제성마저 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스 사람들을 위한 싸이냐부리 주민들을 위한 발전소가 될 수 있을까? 싸이냐부리 댐도 홍싸 화력발전소도 그 실제 주인은 타이의 은행들이다. 두 발전소 모두 생산된 전력의 95% 이상 타이로 수출한다. 라오스에서 생산된 전기를 타이에 파는 것이니 수출 맞다. 그러나 그 이익은 당연히 이들 발전소의 주인인 타이 은행들이 갖는다. 라오스 경제지표가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그 이익은 라오스 사람들 싸이냐부리 주민들의 것이 아닌 것이다.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지금까지 라오스에서 지어진 대규모 수력발전소는 모두 개발원조 덕분이었다. 개발원조의 유행과 동일하게 초창기에는 정치적 목적을 갖는 무상원조가, 근래엔 선진국의 대기업 부양 목적의 유상원조(EDCF)가, 최근엔 신자유주의 시대에 걸맞게 공적개발원조라는 정부 차원의 보증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은행 금융조직들의 독자적인 저개발국가 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라오스 남부 지역에서 댐 개발을 했던, 또 지금 한 건을 한창 진행하고 있는 한국이 이 두 번째 경우에, 여기 싸이냐부리에 댐과 갈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타이가 이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아마도 이게 타이 환경단체 활동가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관련 회의에 와서 싸이냐부리 댐 이야기를 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지금 싸이냐부리 지역은 동쪽으로는 매컹 강 본류의 최초의 댐이, 서북쪽으로는 라오스 최초의 화력발전소가 한창 건설 중에 있는 라오스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문제들이 상징적이고도 실제적으로 집약되어 드러나고 있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싸이냐부리의 두 거대 발전소는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을 돌려주지 않는다. 기존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계 역시도 이곳 상당수의 산간오지 주민들에게 가 닿지 못하고 있고, 설사 마을에 와 닿는다고 해도 화폐소득이 없는 더 많은 수의 주민들은 그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

    싸이냐부리는 전기를 쓰지 못하는 학교들에 태양광발전기 설비지원과 더불어 이들 설비의 단순 유지 관리에서부터 설비를 수리하고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 나아가 재생가능에너지 전반을 이해하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들의 인식확대로까지 지원 활동의 내용을 심화시켜나가고 있는 연구소의 라오스 지원사업의 지역적 중심 공간이다. 이렇게 이제는 싸이냐부리 지역과 연구소 활동에 필연 같은 인연이 작용하고 있다.

    사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사업 중 싸이냐부리 직업기술학교 학생들의 60W 태양광발전기 제작 교육훈련 모습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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