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통합이다
    [기고] 재보선 후 진보 통합해야
        2015년 04월 29일 10: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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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칼럼을 쓰던 우한기씨가 429 재보선과 이후 진보정치의 통합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인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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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나천

    국민모임 창준위 대회에서 연대사를 하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 나경채 노동당 대표,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오른쪽부터)

    이제는 통합이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말조차 못 꺼낼까 싶어 미리 얘기합니다. 진보정당들과 국민모임은 결과가 어떻든 통합에 나서기 바랍니다.

    1.

    새누리와 새정련의 야합과 나눠먹기에 식상한 지 오랜데도 마땅히 갈 데가 없다. 정동영, 천정배의 높은 지지율은 명망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보수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고픈 대중들의 욕구가 반영됐다 본다. 시기적으로 지금 시작하는 것이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적기다.

    2.

    통합을 가로막는 요소들은 많다. 정의당에 대한 노동당의 불신, 국민모임이 명망가 중심으로 당을 꾸리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노동당 내의 격심한 이견… 그러나 통합의 명분과 필요성은 이 요소들을 압도한다. 언제까지 찍을 데가 없어서 새정련을 지지하는 현실을 묵과할 건가. 세월호 가족들이나 하늘을 오르는 노동자들, 떼돈 퍼붓고도 일할 데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기댈 데 하나 없는 이 현실을 어찌 바꾸려 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홀로 광장에 나서 이 깃발 저 깃발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처량하다.

    3.

    통합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관통하는 것은 ‘불신’이다. 없애자고 외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신 때문에 같이 못한다는 건 정치할 능력이 없다는 말일 뿐이다. 훨씬 많은 불신이 있는 기성정당들도 같이 하고 있다. 집권과 당선이라는 목표가 있고, 뭉쳤을 때 내는 힘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상호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걸로는 아무도 뭐라지 않는다. 요는 불신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4.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격심한 분란을 겪었다. 그것이 통합을 가로막고 있지만, 거꾸로 그런 분란을 피하면서 현명하게 논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불신이라는 번연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5.

    최대 가치에 합의하는 한 누구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통합 원칙이다. 이미 노동당과 국민모임이 합의한 바 있기도 하다. 문제가 있다면 조정하면 된다. ‘사회주의’ 같은 추상적 이념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 신념은 당 내 의견그룹의 강령으로 충분하다. 신념을 내세워 통합을 거부하기보다 내부 투쟁과 넓어진 외연을 활용하여 신념을 확산할 기회로 삼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원칙은 현실에서 드러나야지 말로는 무의미하다.

    6.

    현재 한국 현실에서 최대 가치는 서구 기준으로 볼 때 ‘급진개량주의 정당’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이것만 제대로 해내도 사실 엄청난 수준의 민주주의와 복지를 이룰 것이다. 적어도 말도 되지 않는 억울한 일은 막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더 높은 수준은 그 과정에서 도모할 것이지, 지금은 아니다. 당장 배고픈 자는 다음 끼니만 생각한다. 밥부터 먹게 하라.

    7.

    무엇보다 불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대표단과 당직자 구성에서 당 내 세력을 반영한 ‘비례제’를 도입하여 소규모 정파 의견을 반영해야한다. 대의원은 투표보다 출마자들 가운데서 추첨제로 선출하면 다수파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외에도 지난 분열 과정에서 겪은 문제들을 반추하면서 세밀하게 짤 수 있다. 특히 다수파가 소수파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통합 과정에서 또 다른 불신을 낳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필자소개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였고 지금은 정의당의 당원이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논술 전문강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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